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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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바람나는 K-리그를 꿈꾼다

기사입력 2008.04.15 08:48 / 기사수정 2008.04.15 08:48

장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장지영 기자] 정규 리그 5전3승 2패. 컵대회를 포함하면 6전 4승2패.

2008년 K-리그가 개막한 이후 한 달 하고도 보름여의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무승부도 경험하지 못한 팀이 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치러진 5라운드 중 세 번이나 라운드 베스트 팀으로 선정된 팀이 있다. 매 경기 화려한 골 폭죽을 선보이며 이른바 '모 아니면 도'의 화끈한 경기를 선보이고 있는 대구FC가 그 주인공.

이기든 지든 화끈하게

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스피드와 후반으로 갈수록 빛을 발하는 강철 체력과 뒷심은 이제 대구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다. 일부 성급한 팬들 가운데에는 역습상황에서 선보이는 대구의 빠른 공세를 EPL의 그것과 비견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로 경기의 스릴감이 압권이다.

게다가 한 두 골로 골 폭죽이라는 말이 나올 리도 없다. 그들의 최소 득점은 지난 3월 30일 서울 원정길에서의 1득점이며, 대구가 치른 6경기 중 유일한 1득점 경기이기도 하다. 시즌 개막전 당시 경남 원정길에서의 참패조차 4-2 패배였으니 말이다.
 
특히 이기는 경기들을 살펴보노라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악몽 같은 경기들이 대부분. 부산은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당했고 성남은 그동안 만만히 보던 대구에게 시종일관 끌려다닌 끝에 무릎을 꿇었다. 그 중에서도 울산과 전북, 현대 형제는 나란히 3골을 허용하며 잔인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그나마 울산은 원정경기인데다 대구 수비의 실수로 한 골 넣기라도 했지, 전북은 안방에서 경기 종료 15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연달아 3골을 내준 덕분에 이렇다할 역전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지는 경기라도 고분고분하게 수그러들 줄 모른다. 지더라도 반드시 골은 만들고 나서야 무너지니 마주하는 상대야 힘들겠지만 적어도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경기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그 이면에는 '먹은 만큼 넣는 팀'답게 리그 최대 실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긴 하지만, 이런 재미라면 그 정도쯤은 감수 할만 하다.  누군가도 말하지 않았던가, 축구는 골맛이라고. 



우리의 목표는 '재미있는 축구'

대구의 변병주 감독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역시 '재미있는 축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바람 축구'라고 하기도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난 경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그가 내놓은 카드가 바로 화끈한 공격 축구.

사실 득점력 만큼이나 화끈한 실점력 덕분에 변병주 감독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들 중에는 반드시 수비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변병주 감독이 내놓는 답은 명쾌하기 이를데 없다.

 "우리 팀은 다른 팀에 비해 선수 개개인의 대인방어 능력이 약해 실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작정하고 잠그면야 실점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소극적이고 위축된 경기가 될 거고, 골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런 식의 경기야 말로 우리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내쫓는 거야. 나는 재미없는 축구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렇다고 수비적인 전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수비적인 전술 구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계산을 하고 있다.

 "시즌 후반기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상황같이 정말 승점 1점에 좌우가 되는 상황이 닥친다면 우리도 수비적인 전술을 써야겠지만, 적어도 그때까지는 관중들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줘야지. 특히 홈 경기만큼은 이기는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고."

 되도록이면 시즌 초반에 챙길 수 있는 승점은 모두 챙기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리 안정적인 승점을 확보해둔다면 시즌 후반에 구태여 승점 1점을 위한 '수비 축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보기도 즐겁고 뛰는 선수들도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축구. 그것이 대구FC의 목표다.

 4월의 찬가는 이어질 것인가?

문제는 과연 대구의 이런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 



사실 대구는 이근호나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하대성 등을 제외한다면 선수들 대부분이 리그에서는 무명이나 마찬가지다. 리그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태반이다보니 아무래도 가용 전력이 부족한 편. 그렇다보니 팀 플레이의 축이 되는 선수들은 경고 누적이나 부상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꾸준히 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만 한다. 이렇다보니 대구는 다른 팀에 비해 주전 멤버들의 피로 누적이 상당한 편이다. 선수층이 얇은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2진 중심의 선발을 생각하고 있다. 컵대회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다."

 울산 원정을 앞두고 찾은 훈련장에서, 변병주 감독은 차분한 얼굴로 리그 경기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 시즌 부진의 원인에 대해 "리그와 컵대회, 둘 다 잡으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라고 답한바 있다. 수-토, 혹은 일-수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한정된 자원으로만 소화하다보니 시즌 중반도 되지 않아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진 덕분에 초반 상승세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대구가 이번 시즌은 컵대회보다 리그에 좀 더 치중하려는 이유도 이런 문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게다가 올해는 일찍부터 부상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자주 출장하는 선수들일 수록 부상의 빈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중앙 수비수 윤여산, 조홍규가 각각 골절과 십자인대 부상으로 적어도 반시즌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고, 에닝요마저 최근 홈경기 중에 오른쪽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젊은 신인들이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그들마저 부상에 휘말린다면 대체 전력 마련에 골머리를 앓아야 할 상황이다.

 "하려고만 한다면 컵대회도 노려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했다가 작년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재 대구에 있어 당장 가장 큰 고민이 오는 4월 16일과 19일, 이틀 간격으로 치뤄지는 원정전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울산 원정전 이후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전력 관리에 주의를 한다해도 19일 포항과의 원정 경기는 부담스럽다. 게다가 포항과의 경기는 부족한 팀 재정 덕분에 경기 전날이 아니라 당일날 오전 원정지로 떠나야만 한다. 경기에 앞서 체력과의 전쟁부터 치러야 할 판인 셈이다. 


 리그 돌풍? 지금이 가장 위험한 시기



 변병주 감독은 "지금같이 한참 상승세를 탈 때가 팀에 있어 제일 위험한 시기"라 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보니 만약 이 상승세가 꺾이기라도 하면 몇배는 더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보일 수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전북 원정 경기는 변감독이 꼽은 4월 중 최대의 고비이다. '벼랑끝까지 내몰린 상대'와의 대결인데다 한참 타오르고 있던 기세가 일시에 사그라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90분을 30분처럼 뛰어다니는 체력 덕에 엄청난 지옥 훈련을 받는다는 오해도 받아봤고, 상대팀에게 '승점자판기'취급을 당하기도 여러번이다. 경기 시작전부터 평가 절하되는 건 이제 익숙할 정도고 '먹은 만큼 넣는' 득점력 보다는 '넣은 만큼 먹는'실점률이 더 유명한 팀이 아니던가.

 덕분에 지금과 같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어색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유명한 팀이었다고...우리같은 팀은 이렇게 뜰 때가 제일 무서운 법이다."

 주위에서 뭐라고 떠들어도 '팬들에게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겠다'는 대구FC와 변병주 감독의 소신은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2연승의 기쁨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도 다음 경기에 앞서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는 것도 이 덕분이다.


이겨도 화끈하게, 져도 화끈하게. 그야말로 '모 아니면 도'의 경기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재미있는 축구, 즐거운 축구를 통해 신바람 나는 K리그를 꿈꾸는 대구FC.
그들의 2008년이 선사할 '재미있는 축구'를 기대한다.

[사진=(C) 엑스포츠뉴스 임우철 기자]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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