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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1위' 김연아, 왜 동메달에 그쳤나?

기사입력 2008.03.21 10:45 / 기사수정 2008.03.21 10: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한국 시각으로 21일 새벽,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벌어진 ISU(세계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참가한 김연아(18, 군포 수리고)가 고관절 부상으로 인한 통증과 훈련 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를 극복하고 프리스케이팅 점수 1위를 기록하며 종합 3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날인 20일에 벌어진 쇼트프로그램에서 보였던 김연아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스피드와 파워는 여전히 미진해 보였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정석적인 점프와 물 흐르는 듯한 연기로 비로소 ‘김연아’ 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진통제를 맞고 출전한 것을 생각할 때, 이 정도의 연기를 보여준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비록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한 트리플 러츠 부분에서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가 있긴 했지만 초반에 이어졌던 트리플 - 트리플 연속 점프에 성공한 김연아는 계속 이어진 살코와 더블 악셀 등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습니다.

또한,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도 쇼트프로그램보다 한결 나아 보였습니다. 트리플 러츠에서 타이밍을 놓친 것이 실로 아까웠지만 경기에 임하기 전까지 부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한 것을 감안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참가함으로 해서 다른 선수들의 발전과 이전 대회와는 또 다른 심판들의 채점 기준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를 야심 차게 준비했던 아사다 마오는 비록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려다가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전과는 달리 평정심을 찾고 최선의 연기를 보여준 것은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준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쇼트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이다가 지구력과 표현력, 그리고 기술의 조화가 더욱 절실히 필요한 프리스케이팅에서 부진했던 모습을 이번 대회를 통해 상당부분 극복했습니다. 아직도 연기의 흐름과 표현 능력, 그리고 점프의 탄력성과 엣지 등이 다소 어설픈 면이 보이긴 했지만, 유럽 선수들 중에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선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분전과 성장과는 달리 지난 몇 년 동안 치러진 대회들 중, 채점의 일관성이 가장 애매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근거로 작용할 몇몇 부분 중 하나는 PCS(Presentation Scores : 프로그램 구성 점수)에 대한 부분입니다.

특히, 기량이 엇비슷한 상위권 선수들의 피겨 배점이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작용을 하는 부분이 바로 이 PCS이고 그만큼 여러 가지 문제와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요소의 배치 구성과 표현력, 연기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내리는 점수라고는 하지만 때로는 여기서 논란이 되는 면도 적지 않습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부분에서 기술 점수는 64.82로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김연아의 교과서적이고 높은 점프에 성공했을 시에는 그만큼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문제는 프레젠테이션입니다. 프로그램 구성 요소에서 얼마나 많은 점수를 받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기서 김연아는 기대치보다 낮은 58.56을 받았습니다.

비록 트리플 러츠에서 타이밍을 놓친 부분과 후반 체력 저하로 트리플 살코 착지에서 다소 흔들린 것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제외하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숙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몸 상태가 정상적이 아니라서 스피드와 파워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만 5분 가까이 이어지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이처럼 물 흐르는 듯한 연기를 자연스러운 연기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성 요소는 괜찮았지만 점프가 탄력적이지 않고 점프시에 빙판에 손바닥을 대면서 몇 차례나 흔들렸던 카롤리나 코스트너와는 PCS가 거의 동급이었으며 초반에 트리플 악셀에서 엄청난 실수를 한 후에 몇 초 동안 안무를 생략한 아사다 마오보다 김연아가 더 낮은 PCS를 받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팬이 염원했던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경기가 벌어지는 중에도 진통제를 맞아가며 경기에 참가한데다가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대회에서 이룬 김연아의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또한,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의 상태에서 더 큰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쳤다는 것입니다.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서 김연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에 대한 치료와 이것을 미리 방지하는 체계적인 몸 관리 시스템입니다.

다소 애매한 심판 점수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성장해 가고 있으며 아사다 마오 역시 연습 시에 거의 성공시켰던 트리플 악셀을 막상 경기에서도 성공시켰다면 한층 자신있는 우승을 이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여기에 일본의 신예인 나카노 유카리 역시 무서운 기운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과 직접 몸으로 대결해 보면서 앞으로의 대비에 대해 몸소 체험한 이번 세계선수권의 경험이 김연아의 미래에 값지게 작용해야 할 것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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