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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요정' 김연아가 아픈 이유는?

기사입력 2008.03.18 20:24 / 기사수정 2008.03.18 20:24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이제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에 벌어질 2008년 세계선수권 여자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에 참가할 김연아의 모습이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세계랭킹 1위였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이제는 좀 사정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 취재진들의 열화와 같은 취재 열기는 뜨겁지만 개최국인 스웨덴을 비롯해 서방의 저명한 언론들은 김연아에게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자신의 최고 점수는 물론 꿈의 점수대인 200점대에 근접한 ‘경이적인’ 피겨선수인 김연아에게 이러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국내에서도 김연아는 데뷔한 이래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심과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 중 가장 많이 다뤄지는 부분은 현재 김연아의 몸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상을 안고 과연 우승을 할 수 있느냐가 최고의 이슈거리입니다. 지금 김연아를 조명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항상 부상을 안고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이유.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한 시기에도 허리부상을 안고 경기에 참가해야 했으며 지난해 두 번째로 그랑프리 파이널을 제패할 때도 허리를 비롯한 갖은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했습니다.

끊임없이 김연아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이 부상의 그늘을 들춰보면 많은 문제점이 속속들이 나타납니다. 

김연아의 발목을 잡은 두 가지 악재 - 맞지 않는 스케이트, 그리고 열악한 빙질과 환경.

야구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타율을 기록하려면 자신의 스윙 폼과 손 느낌에 맞는 배트가 중요하고 축구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뛰어다닐 축구화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이와 같이 피겨선수들에게 있어서 스케이트의 필요성은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한국은 순식간에 세계챔피언을 배출한 국가로 급상승했지만 정확하게 지적한다면 그저 ‘세계챔피언이 등장한 국가’ 일뿐 김연아를 제외한 다른 피겨 선수들의 상황과 유망주들이 자라날 환경까지 고려해 본다면 아직도 영락없는 ‘피겨 후진국’이 맞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던 김연아지만 그녀는 이러한 낙후된 환경에서 피겨선수가 기본적으로 공급받아야 되는 스케이트조차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습니다. 


물론 빙판 위에서 가속도를 내며 질주해야 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이나 거친 몸싸움을 해야 하는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스케이트의 중요성은 언급되지만 빙판 위에서 어려운 난이도의 점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거기에 예술적인 스텝을 밟으며 우아한 연기까지 해야 하는 피겨선수들에겐 스케이트는 ‘생명’이라 불릴만합니다.

그러나 김연아가 피겨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고초를 많이 받은 부분은 바로 이 스케이트 문제였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발에 적합하게 맞고 사이즈가 너무 크고 적어서도 안 될 만큼 세밀하게 만들어져야 하는 점도 있지만 부츠를 지탱하고 있는 날 역시 김연아의 신체구조에 맞게 올바로 날이 서있어야 합니다.

이런 스케이트의 문제는 선수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자신과 맞지 않는 스케이트를 신고 무리한 훈련을 했을 시에는 제아무리 건강한 선수라 할지라도 부상을 피해가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는 스케이트를 신고선 빙질이 열악한 장소에서 난이도가 높은 점프 훈련을 지속적으로 연습해온 김연아에게 허리를 비롯한 고관절 부상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미 예상되었던 일입니다.

한 가지 점프를 완성하고 트리플-트리플 같은 테크닉의 조합을 완성해내려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빙판에 넘어지면서 1년에 가까운 기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가뜩이나 자신이 편한 스케이트에 빙질이 좋은 곳에서도 이러한 훈련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부상은 따라오기 마련인데 스케이트와 빙질도 모두 최악의 조건인 환경에서 최고의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해 강행군을 펼쳤던 김연아가 지금과 같이 부상병동이 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비로소 적합한 스케이트를 구해 그나마 좋은 빙판을 가진 롯데월드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즌 내내 치러지는 대회를 준비하고 새로운 테크닉을 연마하려면 쉴 새 없는 스케줄이 이어집니다. 

결국, 김연아는 피겨선수들을 위한 전문적인 스케이팅 제조기술이 없고 거기에 빙질마저 좋지 못한 환경에서 연습한 후유증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김연아의 밝은 미소 뒤에는 눈물겨운 투혼과 그늘이 있었다.

언제나 김연아를 거론할 땐 그 천진난만하며 밝은 미소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그 미소를 가능하게 했던 그늘은 쉽게 조명받지 않았습니다. 김연아의 가장 가까운 코치이자 어머니인 박미희씨는 김연아가 천성적으로 승부근성이 강하고 욕심이 많으며 당찬 면이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었지만 사실은 피겨 스케이팅을 그만두려는 아픈 시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방식과 끊임없는 투자로 성장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를 보고 있자면 김연아의 지금과 같은 성장은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여겨집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막대한 후원을 등에 업은 일본의 선수들을 이길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과 그것에 수반한 문제점은 좀처럼 지향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더더욱 문제시되는 것은 이제 김연아를 위한 본격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기획안이 있어야 할 시점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김연아는 제대로 된 전문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대회가 임박하면 그때서야 우승의 성과만을 두고 화려하게 조명합니다.

비단 김연아와 박미희씨를 괴롭히는 것은 열악한 훈련 환경뿐만이 아닙니다. 자신들이 정작 이 과정을 달려오면서 그토록 필요했던 부분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한 채, 그저 성과만을 바라는 풍토는 김연아의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김연아에게서 끝날 일이 아니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고무적인 현상 중 하나는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국 피겨 스케이팅의 미래에 희망을 지고 갈 꿈나무들이 김연아를 통해서 나타났던 과오들을 그대로 따라가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한 번의 과오를 다른 이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며 밝은 미래를 위해선 없어져야 할 부분입니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이 벌어질 스웨덴 에테보리 현지에서 트리플 루프를 더블 악셀로 변경하고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가져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현재로선 현명한 판단으로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김연아가 일관적으로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악조건에서 자신이 의도한 연기는 충분히 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챔피언으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기술적, 심리적으로 모두 갖춘 선수가 바로 김연아입니다.

이제 그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최고의 선수에게 더 이상 부상의 악몽을 떨쳐낼 그런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김연아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2의 김연아가 되고자 하는 유망주들을 위한 방침이기도 합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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