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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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뉴캐슬의 몰락, 도대체 왜?

기사입력 2008.03.13 12:09 / 기사수정 2008.03.13 12:09

이재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재호] 오스트리아의 문학가 잉게보르크 바하만(Ingeborg Bachmann)는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있다고 했다. 
추락하기 위해서는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하고, 높은 곳에 있기 위해서는 날아야 하고, 날기 위해서는 날개가 있어야 된다는 말을 함축한 의미다.

그러나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추락에는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분명하다.

뉴캐슬은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7승 7무 15패, 승점 28점으로 15위를 달리고 있다. 하위 3개팀이 2부리그인 챔피언쉽으로 강등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17위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데, 현재 리그 18위이며 한 경기를 덜 치른 볼튼과의 승점차는 3점에 불과. 뉴캐슬로서는 언제든지 강등권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시작 전에는 이번 시즌 기대의 '다크호스'였던 뉴캐슬이 어째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일까.

대대적인 재정비의 역효과?

지난 시즌 뉴캐슬의 감독이었던 글렌 로더는 시즌이 마무리될 무렵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임했다.

그 이후 스벤 예란 에릭손(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등 많은 저명한 감독들과 연결된 끝에, 뉴캐슬은 만년 강등권 팀이던 볼튼을 재정비해 UEFA컵에 진출하는 데까지 성공했던 '갱생 전문가' 샘 앨러다이스를 감독으로 임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볼튼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구단 측의 부족한 지원이었는데, 뉴캐슬에서는 볼튼보다 훨씬 윤택한 지원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였고 이는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볼튼을 만만치 않은 팀으로 키워낸 '빅 샘(앨러다이스의 애칭)'의 뉴캐슬을 결코 얕볼 수 없는 팀으로 보게 하였다.

게다가, 앨러다이스 영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잉글랜드에서도 손꼽히는 자산가인 마이크 애쉴리가 뉴캐슬을 인수하면서 그는 더욱 풍족한 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많은 축구팬들이 뉴캐슬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시즌 개막 전 이적시장에서 뉴캐슬의 행보는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 항상 축구 외적인 문제로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아였지만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조이 바튼을 비교적 싼 값에 영입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는 앨런 스미스를, 또한 지역 라이벌인 미들스브로의 주축 공격수였던 마크 비두카를 이적료 한푼 들이지 않고 FA로 영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기대에 찬 시즌 시작, 그러나….

뉴캐슬의 시즌 초반은 팀이 대대적인 물갈이로 인해 조직력이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승격팀 더비에 0-1로 발목을 잡히기도 했으나, 에버튼과 토트넘 등 결코 녹록지 않은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면서 뉴캐슬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포츠머스가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고, 리버풀 역시 '빅4'의 일원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적어도 지역 라이벌인 선더랜드와의 경기는 양 팀 간의 전력차를 생각해볼 때 반드시 승점 3점을 얻었어야 하는 경기였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박싱데이(12월 말~1월 초에 걸쳐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진행된다)를 거치면서 뉴캐슬은 급격히 페이스를 잃기 시작했다. 결국, 앨러다이스 감독이 1월초 경질되고 케빈 키건 감독이 임명되었지만, 혼란에 빠진 팀은 리그 경기에서는 맨유를 만나 0-6으로 대파당하고 FA컵에서도 아스날에 0-3으로 격파당하는 등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7/08 뉴캐슬, 무엇이 문제인가

뉴캐슬의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실점이다. 현재 29경기에서 실점은 모두 56점.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뉴캐슬보다 많은 실점을 기록한 팀은 20위에 머물고 있는 더비가 유일하다. 게다가 뉴캐슬은 현재 주전 골키퍼인 셰이 기븐을 부상으로 잃은 상태. 현재 주전 수비수들이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남은 시즌 동안에도 그들의 실점률이 개선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영입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다는 점도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원인 중 하나이다. 맨유에서 이적해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는 앨런 스미스의 경우 너무 많은 파울로 경기의 맥을 끊고 있으며, 조이 바튼은 여전히 축구 외적인 문제로 팀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호세 엔리케와 클라우디오 카사파 역시 수비수로서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영입선수는 아니지만 팀 내 핵심선수인 마이클 오웬은 잦은 부상으로 인해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면서 그의 명성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득실 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기 막판 실점률이 높다는 것. 전체 실점 중 후반 30분 이후 잃은 점수가 15점이나 된다. 또한, 미드필드에서 상대팀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는 탓에 페널티 구역 밖에서의 중거리 슈팅으로 인한 실점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인 점은 팀의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강등권인 18위 볼튼과의 승점 차는 2점. 키건 감독은 "뉴캐슬이 강등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면서 선수단에 사기를 불어넣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바튼은 뉴캐슬 입단 후에도 폭력 사건 등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고, 오웬은 잉글랜드 대표팀에 카펠로 감독이 부임하고 처음으로 치른 스위스와의 평가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90년대 중반 뉴캐슬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케빈 키건 감독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뉴캐슬에게 그들의 명성에 걸맞은 순위를 돌려줄 수 있을지,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프리미어리그의 재미가 될 듯하다.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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