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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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웃음' 선사한 오재원, '큰 활약'도 선사할까?

기사입력 2008.02.28 12:38 / 기사수정 2008.02.28 12:38

박현철 기자


위 사진은 두산 베어스 홈페이지 '베어스 포토'란에 올라와 있던 오재원의 '헛스윙 삼진'장면입니다. 지난 13일 츠쿠미에서 고려대학교와 연습 경기를 가진 두산은 악천후로 인해 투수들이 마운드에 서는 대신 T대에 볼을 올려놓고 받아치는 T볼 게임을 치렀습니다.

T볼 게임은 투구의 회전력을 이용한 공의 반발력을 기대할 수 없어 장타력이 급감하는 대신, 맞추기는 굉장히 쉬워집니다. 눈을 감고 휘두르지 않는 한 프로 선수들이 아닌 일반인이라도 공을 건드리기는 쉬운 일이죠. 그러나 여기에서 공을 건드리지도 못하며 삼진 당한 선수가 한 명 있었으니, 그는 바로 2년 차 내야수 오재원입니다.

오재원이 타석에 들어서 공을 치려는 찰나, 때 마침 강풍이 불어 T대에서 공이 떨어져 버렸습니다. 이는 하늘이 도운 '急 몸개그'로 이어졌고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큰 웃음을 자아 냈습니다. 오재원은 이 '몸개그'로 김경문 감독(50)으로부터 의류 상품권을 받는 등,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오재원은 스프링캠프에서 웃음만 선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오재원은 지난 25일 벳부 시민구장에서 열린 고려대와의 연습경기에서 2번 타자 3루수로 출장해, 6타수 3안타(2루타 1개) 1타점 1도루로 활약하며 매서운 방망이도 보여 주었습니다. 오재원은 두산의 내야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서서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오재원(24. 두산 베어스)이라는 선수를 처음 접한 것은 2002년 봉황대기 고교 야구 대회였습니다. 당시 오재원의 모교인 분당 야탑고는 1~3학년 도합 총 13명이라는, 정말 얄팍한 선수층을 갖춘 채 대회에 나섰지요. 그러나 이들은 일찌감치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습니다.

16강 전에서 '고교 최고의 유격수'로 이름을 떨친 박경수(24.현 LG 트윈스)가 버틴 강호 성남고를 누르고 8강까지 오른 것이죠. 선수가 모자라 정신력으로 버티던 야탑고 선수들은 그야말로 대단한 투혼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야탑고 선수들은 중앙고와의 8강 전에서 오재원의 선제 3점 홈런 등을 앞세워 8:1까지 벌여놓은 점수를 지키지 못한 채 체력의 한계를 드러냈지요.

결국, 야탑고는 중앙고 유격수 김재호(23. 현 두산)의 끝내기 안타로 8:9, 아쉽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600(15타수 9안타) 4도루로 활약하며 팀을 8강에 견인하는 동시에, 타격상과 도루상을 거머쥔 오재원은 패배 후 눈물을 멈추지 못하며 동대문 구장을 찾은 야구 팬들의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죠. 그 눈물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후, 경희대에 진학한 오재원은 톱타자로 활약하며 국가대표에도 뽑히는 등 좋은 활약을 보인 후 두산에 입단, 프로 첫 시즌인 지난 해 .259 5타점 3도루를 기록했고 주전 유격수 이대수(27)가 결장한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는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좋은 활약이었다고 보기에는 어렵죠.

그러나 그의 서러운 눈물을 기억하는 필자에게 그의 '몸 개그'와 그의 '가능성'은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호리호리한 체구의 내야수들에게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불안한 수비 밸런스나 배팅 파워 등을 경험을 쌓으며 보완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아직 프로 2년 차의 젊은 선수니까요.

오재원이 흘린 6년 전의 눈물. 그 눈물과 그동안 흘려온 땀이 훗날 어떤 열매를 맺게 할 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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