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2.20 05:08 / 기사수정 2008.02.20 05:08
초기의 축구는 마을과 마을 간의 대결이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마을의 일원이 되어서 참가하는 것으로 축구를 즐기게 됐다. 그러던 축구는 점차 잘하는 몇몇 대표들 간의 경기로 압축됐고, 경기에 참여함으로써 축구를 즐기던 사람들은 마을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는 형태로 축구를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점차 그런 경기들이 하나의 리그를 이루게 되고, 그 리그들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중계되기 시작했다. 축구는 현장에서 점차 안방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굳이 영국을 찾아가지 않아도 올드트래포트에서 열리는 박지성의 경기를 볼 수 있고, 곧 독일에서 열릴 한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도 집에서 붉은 옷을 입고 응원할 수 있게 됐다. 집에 있지만 마치 그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축구를 느낄 수 있게 됐다. 현장에 가지 않고도, 현장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컴퓨터의 발달, 게임기의 발달은 집에서 축구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축구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90년대 초반 오락실에서는 ‘세이부 축구’라는 게임이 있었다. 김주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모델이었던 대한민국을 비롯해 잉글랜드, 이탈리아 등 8개국 중에 하나를 골라서 대전하는 축구게임이었다. 사람들은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오락실에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
대리만족을 위한 축구게임
그렇다면 이런 축구게임이 주는 재미는 무엇일까. 가장 크게는 게임에 감정이 이입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골라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했다. 많은 유저들이 즐기고 있는 피파나 위닝일레븐과 같은 게임에서는 국가대표팀이나 유럽 빅리그 팀들의 선수 명단을 실제와 동일하게 제공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골라서 C. 호나우도를 가지고 미친 듯이 오른쪽 라인에서 개인기를 부릴 수도 있고, 대한민국을 골라서 월드컵 결승에서 세계최강 브라질을 5-0으로 이겨볼 수도 있다. 현실 축구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게임에서는 너무나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팀과 실제 플레이어를 내가 조종한다는 것은 유저에게 그만큼의 대리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다. 게임 상에서 플레이하는 팀은 가상의 팀이 아닌 내가 잘 알고 동경하는 팀이며, 그런 팀을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축구 게임은 유저가 새로운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자신이 선수 혹은 감독이 되어서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면서 명예의 전당에 한걸음 다가가는 것, 그것이 유저에게는 또 다른 동기부여와 재미의 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타입의 유저?
축구 게임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면 직접 선수가 돼서 경기를 플레이하는 동적인 게임과 감독입장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정적인 게임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적인 게임이 어울리는 유저는 세세한 전술이나 데이터에 집착하기보다는 축구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동적인 게임에는 축구게임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위닝일레븐 시리즈와 피파사커 시리즈가 있다.
정적인 게임은 반대다. 이 게임들은 동적인 게임들처럼 화려한 그래픽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는 게임들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게임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더불어 치밀한 두뇌싸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동적인 게임들에 비해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열렬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게임들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자.
위닝일레븐 시리즈 (코나미)
위닝일레븐 시리즈(이하 위닝)는 축구게임 중 국내에 가장 많은 유저를 확보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리그 출범과 맞물려 PS용으로 95년에 처음 세상에 나타난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초기에는 PC게임이 아니었던 까닭에 국내에서 넓은 팬 층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서 급속도로 늘어난 콘솔 게임방과 함께 빠른 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초기에 그래픽보다는 실제적인 경기와 전술 표현에서 높은 점수를 받던 위닝은 7편부터 오히려 놀라운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라이벌로 평가되던 피파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피파 시리즈 (EA)
피파사커 시리즈는 초기 PC게임 시장에서 거의 유일한 축구 게임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만큼 타사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고 있었고, 피파98 시리즈부터 3D 카드를 지원해 타 게임들에 비해 한수 위의 그래픽을 자랑했다. 뒤이어 발매된 월드컵98의 인기와 안정환을 모델로 기용한 피파99의 PC방 붐을 탄 전국적인 히트는 게임을 넘어서 이후 피파가 e-sports로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피파는 액션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비현실적인 장면도 많이 노출됐는데, 시리즈가 거듭돼도 이점이 고쳐지지 않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월드컵 2002에서는 특수 능력에 따라서 불꽃슛이 나가기도 하는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설정으로 인해 더더욱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시리즈에서는 사실성을 보완해 나가고 있고 다시금 최고의 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피파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라이센스다. 거의 전세계의 팀을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파에 가입된 모든 국가 대표팀은 실명으로 즐길 수 있고 유니폼도 흡사하게 제공된다. 다이나믹한 게임 화면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고, 인공지능도 향상되고 있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골이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은 단점이 될 수 있다. 게임에 능숙해지면 10골은 우습게 넣을 수 있는 경기 양상은 수비축구가 성행하는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직까지 어설픈 전술 구현도 문제로 지적된다.
Football Manager (Sports Interactive)
풋볼 매니저(이하 FM)는 위의 게임들과는 다른 종류의 게임이다. 바로 플레이어가 감독이 돼 게임을 진행하는 것. 이 게임은 3D 경기화면을 지원하는 것도 아니다. 경기 화면을 보면 동그란 점들이 더 작은 공을 몰고 이동하는 것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은 열정적인 매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FM의 장점은 실제를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선수들의 전술적 움직임과 방대한 데이터다. 원한다면 잉글랜드 지역리그에서부터 게임을 시작할 수도 있다. 자신이 감독이 돼 팀을 움직이는 만큼 게임에 대한 감정 이입도 크다. 경기가 시작되면 자신이 뛸 수는 없지만 팀의 전술을 변화시킬 수는 있고, 하프타임에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플레이를 주문할 수도 있으며, 경기 전후 상대감독들과 언론 플레이도 펼치는 등 자기 자신이 정말로 빅 리그 팀의 감독이 된 것처럼 플레이할 수 있다. 유소년 팀에서 끌어올린 유망주가 몇 시즌 뒤 리그 득점왕이 돼서 ‘모두 감독의 덕’이라는 인터뷰를 할 때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FM은 유저에게 그런 조그마한 감동을 제공한다.
다만 축구에 대해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게임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피곤할 것이다. 어느 정도의 축구 전술과 포지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선수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것이 이 게임의 단점이다. 만일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FM과 함께 밤을 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그 외의 축구게임들
이밖에 축구 게임들은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과거 세이부 축구 이후의 오락실 축구를 대변하던 버츄얼 스트라이커 시리즈, 도스 시절 피파의 라이벌이던 액츄얼 사커, 그리고 EA에서 FM 시리즈의 야성에 도전하기 위해서 내놓은 TCM(토털 챔피언십 매니저)같은 게임들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현실의 리그와 같이 진행하면서 보는 축구와 경험하는 축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빅리그들의 판타지 리그,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모바일 축구 게임, 그리고 축구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더라도 누구든지 함께 플레이 할 수 있는 캐쥬얼 온라인 축구게임이 있다.
축구는 더 이상 보는 것만으로 만족 할 수 없다. 자신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는 데에 축구의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꼭 축구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축구 게임과 함께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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