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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 최민호 "열심히 달려온 9년, 더 단단해져야죠"

기사입력 2016.12.12 18:40 / 기사수정 2016.12.12 11:35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9년간 무대 위를 누벼 온 샤이니 민호가 배우 최민호로 거듭나기 위한 발자국을 조심스레 밟았다. 자신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임한 연기 변신은 호평이라는 값진 결과로 돌아왔다.

최민호는 11월 30일 개봉한 영화 '두 남자'(감독 이성태)에서 세상으로부터 거리로 내몰린 가출팸 리더 진일 역을 연기했다. 길거리 인생이지만, 친구들에게는 의리 있고 또 사랑하는 여자친구 가영(정다은 분)에게는 둘도 없는 순정남이다.

국내를 넘어 한류스타로 세계 곳곳을 활보하며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이어 온 최민호지만 영화로, 또 자신이 첫 주연으로 나선 영화로 중심에 서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두 남자' 개봉 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최민호를 만났다. 계속된 언론 인터뷰와 관객을 만나는 무대인사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 일정에 지칠 법도 하지만, 최민호는 "처음이라 그런지 재미있다"고 특유의 시원한 미소와 함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 '두 남자'로 얻은 새로운 배움과 감정들

최민호는 '두 남자'를 통해 거친 액션은 물론, 담배를 배우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성태 감독과 극 속에 드러나지 않는 진일의 과거 등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인물에 다가갔다.


"어렸을 때 거친 삶을 살았다면 좀 더 쉬웠을 텐데,(웃음) 따뜻한 가정환경 속에서 부모님께 좋은 관심을 받았고, 학교생활도 진짜 재미있게 잘 했거든요. 감독님께서 준비해 주신 자료도 많이 읽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봤어요. 그래도 영상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조금 돌려서, 진일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어요. '진일에게 행복이란 게 있을까'란 생각을 했을 때 답을 내리기 힘든 거예요. 그러려면 내 자신을 좀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의 실제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지워봤어요. 그러고 나니 진일이란 인물이 안타깝고 불쌍하고, 조금 더 이해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성태 감독이 "민호 씨, 우리 영화에서 민호 씨의 제대로 된 얼굴은 10분 이상 나오지 않습니다"라고 단언했을 정도로, 스크린 속에 드러나는 최민호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의 거친 모습이 대부분이다.

최민호는 이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고 했다. 화제가 됐던 담배 이야기에 대해서도 "4~5개월을 피웠는데, 엄청난 중독까지는 아니었지만 끊고 나서 힘들긴 하더라고요.(웃음) 제가 '촬영이 끝나면 끊겠다'라고 공언한 것이 있으니 진짜 끊기는 해야 하는데, 사실은 끊었다기보다는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웃음) 습관이 무서워요. 담배를 끊으라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라며 다시 한 번 호탕하게 웃었다.

스크린에서는 5월 개봉한 '계춘할망' 이후 두 번째로 관객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주위의 호평에 "요즘 정말 날아다니는 것 같다"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는 솔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은 아쉽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생각이 더 크죠. 그래도 연기로 인정받은 부분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저를 알고 계시는 분들이 '제가 안 보이고 캐릭터로 보였다'는 말을 해 주신 게 정말 좋았던 것 같고요. 배우 최민호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는 말들이 정말 기뻐요.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열심히 왔던 부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이거든요. 실제로 '두 남자'는 촬영하면서 제가 새롭게 느낀 감정들이 많았던 작품이어서, 신기하고 놀라운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두 남자'의 메이킹 영상 속에서는 소녀시대의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현장의 분위기를 띄우는 최민호의 밝은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든든한 선배 마동석은 물론 김재영, 정다은, 이유진, 백수민 등 동료들 사이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한 최민호의 노력이 또 한 번 돋보이는 부분이다.


▲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늘 꿈꾼다

9년간 대중이 바라봐왔던 최민호의 모습 속에는 무대 위에서, 또 여러 예능 속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영화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영과의 액션 신에서 자신의 복부를 '더 세게 밟아라'고 하는 모습에서 최민호의 열정이 더 도드라진다.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믿어주셨고, 오히려 '민호 씨가 진일이를 더 잘 알 것이다'라며 얘기를 많이 들어주셨어요. 예전 같으면 아무리 그래도 제 의견을 내비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간 활동하면서 경험을 쌓아왔던 게 있어서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액션 신에서 '더 밟아라'고 했던 것도, 저희 영화는 진짜 날것같이 나와야 무드가 살고, 그래야 더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애매하게 여러 대 맞고 끝내는 것보다 진짜 세게 밟아서 한 번에 끝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죠.(웃음)"

실제 최민호는 인터뷰 현장에 'Burning'이라는 단어가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왔다. '옷에서도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니 "의도한 건 아니었다"라며 쑥스럽게 웃어 보인다.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이기고자 하는 의지처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부분이 데뷔를 하고 일을 하면서도 이어져온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스스로에게는 좋게 작용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멘탈적으로 더 강하게 스스로를 몰아치는 그런 게 많이 좋게 작용해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가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으면, 그건 그냥 제 성격이니까 말해주기가 애매한 거예요. 하지만 일할 때는 원동력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죠. 연기할 때는 (욕심을 부려서) 일부러 테이크를 더 많이 가려고 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자신의 성격은 물론, 가수와 연기 등 일을 대하는 태도는 치열한 고민과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된 최민호만의 단단한 소신이었다.

"원래 성격 자체가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데, 데뷔 초를 돌아보면 자신감이 많이 없었거든요.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데뷔했다는 생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떻게든 실수하지 않고, 욕먹지 않으려고 하는 완벽한 이미지로 저를 감싸려고 했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공감을 형성할 수 없는 캐릭터가 된 거에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좋지 않은 얘기를 듣게 되는 것도 당연했고요. 저는 욕도 조언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죠."

2012년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부터 오는 19일 방송을 앞둔 '화랑: 더 비기닝'까지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는 드라마 필모그래피는 물론, '두 남자'를 통해 스크린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며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는 그다.

최민호는 '두 남자'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는 정말 소중하고, 또 '절대 후회가 남거나 창피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뚜벅뚜벅, 차근차근 걸어 나갈 자신의 길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처음에는 '누구보다 잘 돼야지, 최고가 돼야 해' 이런 생각에 어린 마음에 급하게 뛰다 보니 놓치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어느 순간 느끼게 되더라고요. 뛰는 것보다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또 여유롭게 주위도 봐가면서 내 자신에 대해 단단하게 알맹이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좀 천천히 걸어가자는 마인드로 바뀌었다고 하면 될까요. 9년이란 시간 동안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잘 걸어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죠. 주위를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그렇게 조금씩 더 성장하고 싶습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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