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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를 만든 사람①] 박정우 감독, 4년을 거쳐 현실을 전하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6.12.06 23:46 / 기사수정 2016.12.06 23:46

최진실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진실 기자] 영화 '연가시'로 한국 재난영화에 새로운 장을 펼쳤던 박정우 감독이 4년의 공을 들인 영화 '판도라'로 돌아왔다.
 
7일 개봉한 '판도라'는 갑작스러운 강진과 원전 사고가 일어나며 최악의 재난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원전 폭발사고를 소재로 한 '판도라'는 재난 앞에서 무능한 정부 고위 관료들의 모습, 원전에 대한 위험성을 담았기에 관객들 앞에 보이기까지 순탄치가 않았다. 투자 역시 쉽지 않았고 제작 기간 어려운 과정을 거치며 4년이라는 시간 끝에 관객 앞에 선을 보이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만난 박정우 감독은 영화를 본 지인들이 예민한 소재기에 걱정도 하고 개봉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했다는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 또한 개봉에 남다른 감회를 드러내며,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했던 사회적 반향이 실제로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정우 감독은 생존에 관련된 원전 사고 문제를 많은 이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보며 과연 우리나라는 안전한지, 그것에 대한 대비는 잘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원전 사고는 생존에 관련된 문제인데 모르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해 영화를 통해 알리고 싶었고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오히려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 없이 '우리는 안전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고 문제라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영화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전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접 원전을 운영하거나 참여하는 이들에게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를 위해 정보를 얻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박정우 감독과 '판도라'를 만든 이들은 원전 전문가 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서 자료를 제공받고 필리핀에 위치한 고리 1호기의 쌍둥이 원전을 견학하는 등 노력을 거친 끝에 실감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4년 전 준비했던 '판도라'지만 공교롭게도 국정 농단 등으로 인해 어지러운 시국과 맞물리는 점이 많아 더욱 화제가 됐다. 재난 앞에서 혼돈에 빠져 빠른 대처를 하지 않는 영화 속 컨트롤 타워의 모습은 현실과도 많이 닮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정우 감독은 개봉 시기에 대해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개봉 시기는 반갑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사실 개봉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사실적이고 충격적이니까요.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였는데 최근 지진이 세게 일어나니 만약 사고가 먼저 일어난다면 저희의 메시지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개봉 시기를 확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시국이 발생했더라고요. 그 이슈가 너무 크다 보니 오히려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영화의 매커니즘을 아시는 분들은 오히려 신기하다 느끼실텐데 잘 모르시는 분들은 시국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고 왜곡해 생각하실까 걱정도 들고요. 참 올 여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나네요. (웃음)"
 
특히 최근 시국에서 국정 농단 사태 등에 대해 집중적인 보도로 호평을 받고 있는 JTBC가 영화 속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박정우 감독은 물론, 어떤 이들도 이러한 요소가 현재와 유사하게 느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박정우 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영화 속 TV 채널도 실존하는 방송국을 사용하고 싶었고, 예민한 소재로 인해 공중파 방송국은 거절했지만 JTBC를 비롯한 방송국들은 이를 승낙했다. 손석희 앵커는 스튜디오도 직접 빌려주는 등 당시에도 촬영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모두가 예민한 소재인 '판도라'인 만큼 배우들의 캐스팅도 쉽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박정우 감독 또한 배우들이 흔쾌히 하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배우들은 선뜻 영화 출연을 응했다. 주인공 재혁 역의 김남길 역시 직접 시나리오를 보고 박정우 감독에게 연락을 했다.

 
"김남길 씨는 사석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트레이닝 복 차림으로 수줍어 하는 모습이 화면에서 본 그 각진 이미지와는 다르더라고요. 남길 씨에게 이미 강한 이미지는 자리잡고 있으니 실제의 모습인 편안한 생활 연기를 어떨까 제안했어요. 남길 씨 역시 좋아했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습니다. 재혁의 어머니 석여사 역의 김영애 선배님은 존경스러운 수준입니다. 결코 편안한 장면들이 아니었는데 보조 출연자들도 달래시면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박정우 감독은 재혁의 형수인 정혜 역으로 출연한 문정희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문정희는 박정우 감독의 연출 입봉작인 '바람의 전설'로 데뷔했으며 '쏜다', '연가시' 그리고 '판도라'까지 박정우 감독이 연출한 작품에 출연하며 남다른 인연을 보였다.
 
"정희는 배우라기 보다는 가족 같아요. 아내와 정희도 정말 친할 만큼 가족끼리도 친해요. 제가 할 때 정희가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것 같고 정희 역시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정희는 염두해두고 쓴 역할은 없었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희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더라고요. 그동안은 정희가 어떤 역할도 잘 살려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정희가 더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판도라'는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를 비롯해 정진영, 김명민, 김대명, 이경영, 강신일 등 한 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연기파 배우들이 함께 했으며 총 150억원의 제작비용과 4년이라는 제작 기간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기대는 곧 '판도라'를 만든 이들에게는 흥행 부담감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박정우 감독 역시 큰 돈을 들인 만큼 부담이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다른 영화에 비해 고민도 많이 한 만큼 흥행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와 더불어 '판도라'의 흥행으로 얻는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판도라'가 세상에 전할 반향을 기대하기도 했다.
 
"'판도라'의 관객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바랐던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가 나오면 어쩌면 반가워하지 않을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 영화는 원전을 혐오시설처럼 보이려 했던 의도가 아닙니다. 원전은 경제에 이바지 하는 바가 크지만 안전에 대해 미진한 것은 사실이니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함께 참여해 더 좋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좋지 않을까요."
 
true@xportsnews.com / 사진 = 김한준 기자

최진실 기자 tu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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