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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엽의 격투사담] 어느 한 격투가의 죽음

기사입력 2008.01.16 12:02 / 기사수정 2008.01.16 12:02

남기엽 기자



삶과 죽음, 그 경계에 서서

[엑스포츠뉴스=남기엽 기자] 어떤 주제를 논함에 있어서도 삶과 죽음을 논할 때만큼 숙연할 수는 없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죽기 싫어하는 욕망, 그리고 원초적인 본능의 발현 격투기 이 양분모를 아우르는 한 격투가가 죽었다면 분명 그것은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그 죽음에 여러 수수께끼가 산재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악동' 하이언 그레이시가 죽었다. 점잖기로 소문난 그레이시가에서 유독 사고와 말썽을 몰고 다녔던 'Bad Boy' 하이언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이번 죽음은 다른 격투가들의, 병으로 죽은 앤디훅이나 늙어서 죽은 카를로스 그레이시의 사례와는 다르다. 그는 다른 선수들 같으면 한창 전성기를 뽐낼 나이에 죽었으며 그의 죽음은 아직까지도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국은 하이언이 그동안 코카인, 히로인 등의 환각작용 성질을 가진 마약을 복용하였으며 그것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나 일족은 반발했다. 피해망상, 정신착란 등의 증세를 그간 보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게 맥없이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감옥으로 끌고 가 놓고도 제대로 처치를 하지
않았다며 가족들은 당국을 비난한다.

석연치 않은 죽음, 사건의 전말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하이언은 사건 당일, 노사의 차를 강탈해 달아났으며 강탈 과정중 수없이 접촉 사고를 내며 결국 오토바이로 갈아타려다 시민들에게 제지를 받고 경찰에 구속, 조사받는 과정중에 숨을 거뒀다. 여기서 드는 당연한 의문은, 브라질 최고의 유술 명문가 그레이시 가문, 거기서도 촉망받고 세계 쥬지수 선수권 5회 우승에 빛나는 하이언이 뭐가 아쉬워 노상의 차를 강도했는가다.

"아들은 차를 수 대 가지고 있었다. 대체 뭐가 아쉬워서 도요타 자동차 한 대를 훔친단 말인가?" 그의 아버지 홉슨 그레이시의 변이다. 하이언은 이 날 "누군가 날 죽이려 한다! 빨리 도망가야돼!"라고
외치며 76세의 연금생활자에게 부엌칼을 들이밀며 협박, 차를 빼앗았다. 이후 갈취한 차를 이용해 도주하는 도중 600m를 채 못가 콘크리트 벽에 충돌했고 거기서 기어나오며 탈출을 시도했다.

하이언은 계속해서 쫓기는듯 불안해 했으며 이어 다른 차에게로 가 부엌칼을 들이밀며 차를 강탈
했다. 놀란 운전자가 도망가자 하이언은 다시 다급한 표정으로 근처에 오토바이를 몰던 배달원을 협박해 오토바이를 빼앗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토바이를 빼앗긴 배달원은 순간의 위협으로 내주긴 했지만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수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동업자 의식'으로 하이언을 끌어내리려 했다. 눈치챈 배달원이 단단한 헬멧으로 하이언의 머리를 수차례 강타했고 하이언은 그대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 30여명의 동료 오토바이 운전사들이 하이언을 마구 구타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쥬짓수, 종합격투기의 강자라 하더라도, 효도르라 하더라도 이런 식의 공격엔 방법이 없다. 하이언은

기절했고 이어 경찰이 온 뒤 깨어나 다시금 그들에게 격렬하게 저항, 체포과정에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자존심 센 '스트리트 파이터' 하이언에게는 결코 용납될 수 없던 일인 것 같다.

격투가 이전에 한 인간의 죽음, 제대로 밝혀내라

하이언은 비비 지구 제15경찰서로 연행된 후 제9경찰서의 독방으로 옮겨졌다. 그 후 정신적 안정을 위해 의사가 조제해 준 몇몇 약을 복용해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죽었다. 주지할 사실은, 그가 왜 '자신이 누군가에게 표적이 되었다'라고 느꼈냐는 것과, 왜 그런 극단적인 '강도'를 일삼았냐는 것, 또 독방에서 왜 맥없이 죽어갔냐는 것이다. 여기서 가능성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그가 정말 누군가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느껴 강탈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미 과거에도 대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칼로 찌르고 음주운전을 일삼았던 하이언의 행적을 비추어보면 흥분했을 때 누군가의 것을 강타한다는 것은 적어도 하이언에게는 이상하지 않다.

둘째, 그가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다. 혼자 표적이 된 것으로 착각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강탈을 일삼다 폭행과 이제껏 저지른 여러 문제의 복합적인 합병증으로 죽었을 가능성이다. 셋째, 그가 이제껏 마약복용을 일삼아 몸이 만신창이었을 가능성이다.

인생은 결코 뜻대로 되지 않음은 정의된 진리다. 거리에서 무서울 것이 없었고 그 누구보다 강한 베짱과  강력한 쥬짓수, 타격 기술을 보유한 하이언에게는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자신의 친족인 헨조 그레이시를 비겁하게 이겼다며 오야마 슌고의 팔을 보복성으로 꺾어 버리었지만 자신의 미녀 조카인 키라 그레이시에 관해서는 "누구든 껄떡대면 가만안둔다"며 강한 가족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저 베짱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실력이 받쳐준 강한 캐릭터의 하이언, 그의 죽음은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격투기 팬이라면 더 없이 안타까운 사실이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며

브라질은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비공인된 사실로는, 저 유명한 '도끼 살인마' 반달레이 실바조차 강도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는 혼란스러운 정세와 불안정한 치안이 한 파이터를 떠나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이언의 전담변호사 소우트가 최후 변론으로 하이언에 대해 한 말을 인용하며 본 칼럼을 마친다.

"하이언이 슬럼가의 갱들이나 수도 최고의 코만도 (PCC - 특수부대) 의 구성원으로부터 표적이 되어 있던 것은 사실이다. 절대로 마약의 영향에 의한 그의 망상이 아니다. 하이언이 과거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고?

아니 절대, 단 한 번도 업다. 하이언의 아버지 홉슨씨가 '포랴지 (브라질의 언론)' 의 기자에게 말한 바에 의하면, 하이언은 차를 몇 대나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차를 훔칠 이유가 조금도 없다. 마약을 복용하는걸 본적도 없고, 술은 경사가 있을때나 가끔 먹는 정도였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남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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