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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 은퇴, 그후③] 이병규가 꼽은 야구인생 결정적 네 장면

기사입력 2016.11.26 12:27 / 기사수정 2016.11.26 16:27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처음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 여기(잠실)에서 조계현 선배님 공을 치고 황당하게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 그 때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졌을 때, 2013년 10월 5일 플레이오프 확정 짓던 날 그리고 2016년 10월 8일. 많은 순간 중에서도 그 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5일 '적토마' 이병규의 은퇴 결정 소식이 알려졌다. 이병규는 "진심으로 말씀드리면 마지막까지 은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많은 고민을 하다보니 늦어졌다"면서 "보류선수 명단에 넣고 협상 테이블에 앉느니 나나 구단, 팬분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은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1997년 LG에 입단한 이후 꼭 20년 만에 현역 유니폼을 벗게 된 이병규였다.

이제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병규에게 20년 선수생활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의 야구인생에 지울 수 없는 순간들을 날짜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반추했다.

[1] 1997년 4월 15일 : 당돌했던 신인

단국대를 졸업하고 199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이병규는 126경기 전 경기를 출전해 151안타 7홈런 69타점 82득점 23도루 3할5리의 뛰어난 성적으로 신인왕을 거머쥔다. 

그리고 그 해 해태 타이거즈와의 잠실 홈 개막전, 프로 첫 경기에 나선 이병규는 해태 선발 조계현을 상대로 4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날 수훈선수로 꼽힌 이병규는 "조계현 선배님이 다음에는 조금 더 성의 있게 던져주시기를 바란다"는 뉘앙스의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년이 흐른 후 이병규는 이를 두고 "황당하게 인터뷰했다"고 돌아봤다.



[2] 2002년 11월 10일 : 가장 가깝고도 멀었던 우승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이병규는 "17년 동안 잠실을 쓰면서 우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뱉어냈다.

2002년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L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 플레이오프에서 KIA 타이거즈를 차례로 꺾고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는 이변을 연출한다. 그리고 한국시리즈 1차전과 3,4차전을 삼성에 패해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LG는 5차전을 8-7로 잡으면서 기사회생에 성공한다.

승부는 6차전, 2회초 3점을 먼저 얻어낸 LG는 이후 6점을 더 뽑아내고 9회초까지 9-6으로 앞선다. 9회말만 막아내면 다시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9회말 이승엽에게 스리런, 마해영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너무나도 허망하게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말았다.


[3] 2013년 10월 5일 : 11년 만의 가을

2002년 뼈아픈 준우승 이후 LG는 10년 동안 한국시리는 커녕 포스트시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 어떤 팀도 10년을 연속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없었다.

'잃어버린 10년', 2013년에도 LG는 하위권 신세를 면치 못하는 듯 했으나 5월 중순을 기점으로 반등하며 10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쾌속질주에 나서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게 된다. 그리고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이 불가능했던 LG는 10월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최종전에서 승리, 같은 시각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넥센의 경기에서 넥센이 패하면서 극적으로 1997년 이후 16년 만에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성공했다.


[4] 2016년 10월 8일 : 마지막이 되어버린 처음

2014년 62경기에서 2할5푼1리의 타율로 주춤했던 이병규는 2015년에도 고질적인 부상이 겹치며 54경기 2할1푼9리의 타율 만을 남겼다. 부상과 부진으로 2년을 보낸 이병규는 마지막일 지도 모를 올해를 위해 칼을 갈았다. 그리고 이병규는 2군 퓨처스리그에서 4할1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매서운 모습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병규에게 정규시즌이 끝나가도록 이병규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병규는 LG의 정규시즌 4위 확정 이후에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콜업됐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10월 8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68일 만에 1군 타석에 들어선다.

0-5로 뒤져있던 4회말 2사 1·2루 상황, 이병규는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1타수 1안타 타율 1.000. 올시즌 이병규의 처음이자 마지막 안타, 그리고 이병규의 야구 인생 마지막 안타였다.

이병규는 "솔직하게 말해 그게 내 마지막 타석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잠실구장)에  다시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 보면서도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 생각일 수 있지만 그 함성 소리가 '저 사람을 볼 수 없다'라는 생각의 응원인 것 같았다. 내가 들었던 함성 중에 가장 큰 함성이었다. '그 함성을 다시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면서 잠실구장을 바라봤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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