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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개콘' ,18년간 흥망성쇠 반복…요즘 '헝그리 정신' 부족"

기사입력 2016.11.11 11:14


[엑스포츠뉴스 전아람 기자] 개그맨 김준호가 자신의 ‘레전드 인생캐’를 되짚었다고 전해져 관심이 증폭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에서 18년을 함께 동거동락하며 자라온 개그맨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준호. 김준호는 ‘개콘’에서 18년 개그 내공으로 ‘개콘’과 오랜 시절을 함께하며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고 있다. 이 가운데 김준호의 인터뷰가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선 공개돼 관심이 집중된다.

1999년 첫 선을 보인 ‘개콘’의 1기 멤버인 김준호는 18년동안 40여개의 코너에서 40여개의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쉴 새 없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달려왔다. 이에 김준호가 자신과 함께 ‘개콘’에서 활약한 코너들과 캐릭터들을 되짚어보며 앞으로의 의지를 다졌다고 전해져 관심이 집중된다.

김준호는 ‘꺽기도’에 대해 “‘유행’이라는 것을 제대로 실감케 해준 코너”라며 당시의 인기를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사실 처음 제작진에게 코너를 선보였을 때는 ‘망할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의 만류가 컸던 코너인데 무대에서 제대로 터졌다”며 ‘대박 코너’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김준호는 ‘같기道’에 대한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꺼내놓기도 했다. ‘같기道’는 “넌 야당도 여당도 아니여”, “넌 남자도 여자도 아니여” 식의 다양한 패러디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코너. 김준호는 “손석희 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화가 올 정도였다”고 전해 당시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편 김준호는 가장 고생했던 코너로 ‘닭치高’를 꼽았다. 이중 3초 기억력인 ‘닭치高 학생’들에게 매번 이리저리 당하는 캐릭터인 ‘닭치高 교장’을 연기한 김준호는 “몸이 제일 상한 코너였다. 방송 이후에 주변에서 ‘진짜 그렇게 세게 하냐’고 물어봤을 정도”라고 전하며 그 때를 회상했다. 이어 “내가 아이디어 회의를 잘 안 나가 후배들이 더 악을 품고 나를 막대한 것 같다”라고 말하며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김준호는 자신에게 KBS 연예대상의 영광을 안겨준 ‘대박 캐릭터’인 ‘뿜 엔터테인먼트’ 속 ‘사기자’ 캐릭터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내 캐릭터 중에는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 없었다. 하지만 ‘사기자’는 여성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신 캐릭터”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김준호는 최근에 ‘가족같은’과 ‘진지록’에서 활약 중인 가운데 “내가 ‘개콘’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없는 콘셉트’다”라고 밝히며 특유의 장난기를 잃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후배들을 향해 “’개그콘서트’가 있어서 너희가 있는 게 아니고, 너희 같은 좋은 개그맨들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있다는 걸 잊지 않길 바란다”라고 웃음기 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개콘’ 맏형다운 든든함을 잃지 않아 훈훈한 미소를 자아냈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된다.

<김준호 인터뷰>

Q1 ‘개콘’에서 처음 얼굴을 알리게 된 캐릭터는?

'봉숭아 학당 2000 ~ 2011.07 이장님'

‘김준호’라는 개그맨을 세상에 처음 알린 코너라고 생각한다. 1996년 SBS 공채로 데뷔한 이후 KBS 14기 특채로 입사했는데 ‘봉숭아학당’은 나를 세상에 처음 알린 코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KBS 2TV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했는데 개인 분장실을 처음 써 봤다(웃음). 

Q2 가장 오래한 캐릭터는? 

'집으로 2004.07 ~ 2006.09 반전 할머니'

‘달인’ 다음으로 장수한 코너다. 총 2년 2개월간 무대에 올랐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기본으로 웃기는 코너로 당시에는 개그에도 ‘휴머니즘’이 있어야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셨던 거 같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콩트 패러디 개그로 후배 홍인규의 연기가 특히나 빛을 발했던 코너다. 이 때부터 인규와의 오랜 인연이 시작됐다. 

Q3 아쉽게 일찍 막을 내렸지만 본인에겐 각별한 캐릭터는? 

'준호삼촌 2006.12 못된 삼촌'

내용은 이러하다. 조카들이 “삼촌, 동화 속 인어공주는 결국 어떻게 됐어?”라고 물으면 ‘흐흐, 회 떠먹었어”라고 대답하거나, “삼촌, 나무꾼은 어떻게 선녀가 목욕하는 걸 훔쳐봤어?”라고 물으면 “흐흐, 도촬이야”라고 대답하는 식의 개그. ‘개그콘서트’가 15세 이상 관람가인데 내용이 너무 폭력 적이라는 항의가 들어와 결국 내리게 됐다. 그런데 재미있지 않은가(웃음)

Q4 실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코너는?

'같기道 2007.01 ~ 2007.08 사부'

평소 아이디어가 기발한 홍인규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코너다. 인규가 슈퍼에 담배를 사러 갔는데 주인이 “중학생이 무슨 담배냐”라며 혼만 나고 왔다. 그래서 같이 슈퍼에 가 “얘는 중학생이 아니고 서른이 다 되어가는 어른”이라 말하자 주인 분이 말씀하셨다. “넌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야” 그게 코너의 시작이 되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들이 다양하게 패러디 됐다. “넌 야당도 여당도 아니여” “넌 남자도 여자도 아니여” 이런 식.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는데 당시 손석희씨가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전화가 올 정도였다. 

Q5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한 캐릭터는?

'씁쓸한 인생 2009.03 ~ 2010.03 엉뚱 조직원들의 보스'

그 때만 생각하면 씁쓸하다. 그런데 이 코너를 떠올리면 뭉클함도 있다. 동료애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그만두고 내가 하던 보스 역할을 김대희 형이 해줬다. 사실 다른 사람이 하던 캐릭터를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유가 있다. 나 때문에 코너를 없애면 다른 후배들 밥줄도 끊어지기 때문. 대희 형이 내가 올 때까지 해준다고 약속을 해주었다. 진짜 마지막 회에서 복귀했을 때 대희 형이 제 뺨을 세게 때리는 장면이 있다. 이때 정말 너무 아팠는데 “다시 정신 차리고 무대에 올라”라고 말하는 느낌이라 잊을 수가 없다. 

Q6 최고의 팀워크로 호흡이 척척 맞았던 코너는? 

'미끼 2010 ~ 2011 반전 이장님'

모티프를 따 온 영화 ‘이끼’의 정재영 씨랑 분장이 비슷해서 한 시상식에서 카메라 감독님들이 뽑은 포토제닉상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개그는 호흡이 중요하다 보니 멤버 구성이 중요한데 이 코너가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김준호, 김지호, 정명훈 그리고 김대희까지. 매일 회식 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으니 무대 올라가는 게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Q7 많은 게스트의 참여가 있던 코너는?

'감수성 2011.04 ~ 2012.09 감수성 넘치는 장군'

게스트가 엄청 많이 나왔던 코너다. 홍보 위주의 출연이라고 욕도 많이 먹긴 했지만 그래도 스타들이 직접 출연 요청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코너였다. 배우 김유정도 ‘해를 품을 달’에 출연하면서 ‘감수성’에 출연했는데 얼마 전에 ‘1박 2일’에서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가웠다.

Q8 자신의 유행어를 실감케 한 코너는?

'꺽기도 2012.02 ~ 2012.12 꺽기도 사부'

‘유행’이라는 것을 제대로 실감케 해준 코너다. 사실 처음 제작진에게 코너를 선보였을 때는 다들 ‘망할 것 같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주변의 만류가 컸던 코너인데 무대에서 제대로 터진 코너다.

Q9 여자 분장으로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뿜 엔터테인먼트 2013.07 ~ 2014.05 쟈나 여배우'

이전까지는 이장님이나 어딘가 부족한 보스 같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는데 뜻밖의 캐릭터로 사랑 받은 코너다. 김원효랑 김지민이 당시에 코너를 짜느라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2013년 한국 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를 한 것도 잊을 수가 없다. 제 캐릭터 중에는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 없었는데 ‘사기자’는 여성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신 캐릭터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Q10 몸이 많이 고생한 캐릭터는?

'닭치高 2014.06 ~ 2015.07 닭치高 교장선생님'

한 마디로 정의하면 제일 몸 상한 코너다(웃음). 방송 이후에 주변에서 “진짜 그렇게 세게 하냐”고 물어볼 정도. 내가 아이디어 회의를 잘 안 나가니까 후배들이 더 악을 품고 나를 막대한 것 같다(웃음). ‘달인’인 김병만이 할 수 있는 걸 나한테 시켰으니 말 다한 듯하다. 지압 판에서 발을 잘못 디뎌서 일주일 동안 발을 절면서 다닌 적도 있다. 

Q11 ‘개콘’이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에 대해

18년 동안 ‘개콘’은 흥망성쇠를 반복해왔다. 지금도 그 과정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그의 소재 제한이 여전히 많다는 점. 그리고 개그맨 중에서는 연기가 특출 난 친구가 있고, 아이디어가 뛰어난 친구가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아이디어가 좋은 친구들이 돋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설 곳이 좁아지는 게 아쉽다. 새 코너 짜기가 시급한 과제다. 사실 코미디 무대는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한다. 요즘 나 스스로도 ‘헝그리 정신’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나부터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Q12 후배들에게 한마디

‘개그콘서트’가 있어서 너희가 있는 게 아니고, 너희 같은 좋은 개그맨들이 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해 선발된 31기 공채 개그맨들이 하나씩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양질의 씨앗들이 화단에 심어졌으니까 선배들과 제작진들이 물을 잘 주고 잘 가꿔서 내년 봄에는 새싹을 피우고, 그 꽃도 만개했으면 좋겠다. 

kindbelle@xportsnews.com / 사진=KBS
 

전아람 기자 kindbell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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