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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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②]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 "노인문제 이야기, 너무 늦지 않았나요"

기사입력 2016.10.18 17:30 / 기사수정 2016.10.18 20:08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재용 감독은 자신이 왜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불리는 이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는지 곰곰이 되새겼다.

"제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의 연로하신 모습이 눈앞에서 바로 보이더군요. 내가 상상 못하는 것이 있잖아요. '왜 걸음걸이가 나보다 늦지?' 이런 것이요. 그 분도 빛나고 아름다운 청춘이 있었을 텐데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면서 사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를 자꾸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공감해보려고 했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 것이고요."

이재용 감독은 '정사'(1998),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등을 예로 들며 '죽여주는 여자'에 이르게 된 시간을 살폈다.



"제 영화의 어떤 주제 중 하나가 성(性)에 대한 것이 많더라고요. 요즘엔 나이 들어가는 것,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을 한 것도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얘기였죠. 실제 그것에 대해 써놓은 시나리오도 있고요. 그런데 이 박카스 할머니 이야기는 그 두 가지(성, 죽음)을 다 말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죽여주는 여자'가 넓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이재용 감독의 디테일함과, 그가 표현한 '운명처럼 만난 현장'들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모습이나, 故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쓰러졌다는 뉴스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것 역시 최근의 이슈를 엮으려고 끼워 맞춘 것이 아닌, 촬영 당시와 개봉 후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이재용 감독이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다"고 말하는 이유다.


"영화가 지난 해 10월 6일에 크랭크인을 했는데 개봉일이 10월 6일이더라고요. 그것도 신기하죠. (한상균 위원장의 등장, 故 백남기 농민이 나오는 뉴스 장면의) 선택도 결국 제가 한 것이지만 그 시기에 벌어진 일이에요. 그 시기의 뉴스를 찾아보니까 그랬더라고요. 먼 훗날 그날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운명처럼 만난 현장이니 '그냥 찍자'는 생각이었어요."


고생했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차분하게 현재를 되짚을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이나마 생겼다.

이재용 감독은 삶과 죽음이라는 말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사실 그런 생각을 깊이 안 하고 살아서 답은 없는데, 뻔한 대답이지 않을까요"라고 웃으며 이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비굴하고 비루하지 않을 수 있다면 다행이겠다 생각해요"라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구조적으로 비굴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잖아요. 그래서 최소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고 스스로 자존감을 지키고 살아간다면 그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하죠. 죽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어떻게든 안 죽으려고 하거나 죽음에 대해 너무 쉬쉬하고 무서워하지 말고, 때가 왔을 때 진짜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자존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진짜 이성적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이죠."


이재용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내 뜻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큰 작품이든 그렇지 않든, 어디선가 나와 교신을 하면서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지의 관객을 향해서 작품을 만들죠. '사람들이 이걸 좋아할 거야' 이런 식으로 만들진 않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얘길 하면 어딘가에 그것을 좋아하는 접점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만들어요."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마음을 여는 이들이 꽤 많아질 듯하다. 이재용 감독은 "다른 것보다도 노인문제라는 것은 묻혀가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앞으로 진짜 언제 곪아터질지 모를 만큼요. 그래서 이 영화를 통해 이 문제를 좀 더 공론화시키고, 조금이라도 더 얘기가 논의될 수 있는 메아리가 퍼질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죠"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서예진 기자,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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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 "극한상황까지 갔던 작품"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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