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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사이드] 올여름 이적시장 키워드 '바이백'

기사입력 2016.09.01 09:11 / 기사수정 2016.09.01 09:31

신태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신태성 기자] 많은 사건이 있었던 여름 이적시장이 드디어 닫혔다.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한 차례 팀을 떠났던 선수들이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오는 '축구판 연어'들이 큰 이슈가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갱신하며 입성한 폴 포그바(23, 유벤투스→맨유)가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 이적 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배신자'로 불렸던 마리오 괴체(24, 뮌헨→도르트문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반면, 새로이 배신자 반열에 오른 마츠 훔멜스(27, 도르트문트→뮌헨)도 존재한다. 이적시장 마지막 날 극적으로 친정팀 복귀에 성공한 다비드 루이스(29, 파리 생제르망→첼시)도 있다.
 
이들 외에도 전 소속팀으로 이적을 택한 선수들이 있다. 알바로 모라타(23, 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와 데니스 수아레스(22, 비야레알→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이다. 예로 든 선수들 중 전자는 일반적인 이적협상에 의해 친정팀 복귀가 이뤄진 선수들이지만 후자는 다르다. 모라타와 데니스의 경우는 이적 당시 계약서에 재영입 시 이적허용 금액이 설정된 '바이백' 조항이 붙어있었던 선수들이다.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던 바이백 조항은 이번 이적시장서 모라타의 이적이 특별히 소란스러웠던 탓인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며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다. 다양한 선수들의 이적 소식에 바이백이라는 단어가 보인 것도 한 몫 했다.

▲바이백 조항이란?
 
바이백(buyback)이란 경제 용어로 '특정 기업을 인수할 경우 나중에 매각 시 우선매수청구권을 상대방에게 인정해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축구에서 바이백은 어떤 구단이 선수를 판매할 때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미리 설정된 금액을 지급하면 차후 복귀가 가능한 계약 방식이다. 이적한 선수에 대해 전 소속팀 팀에만 바이아웃 조항이 설정돼있다고도 볼 수 있다. 프랑스 리게1은 규정상 바이아웃 조항을 둘 수 없기 때문에 바이백 또한 금지돼있다. 바이백 금액은 판매 팀과 영입 팀이 합의 하에 설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선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정 기간 이후 무조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해야하는 임대와 달리 바이백은 기본적으로 일반 이적과 동일하다. 다만 이적 후 전 소속팀의 결정에 따라 친정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이는 선수의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적한 선수는 단지 임대생 신분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팀에 계약돼있는 것이기에 소속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선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은 전 소속팀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복귀하지 못한다 해도 현 소속팀에서 계속 활약을 이어나가면 되기에 큰 문제는 없다.

구단들 또한 바이백 조항을 선호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선수가 예상만큼 발전이 없을 경우 재영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백 금액은 기존 이적료를 크게 넘지 않아 구단이 원하는 대로 선수가 성장할 시에는 시장 가치보다 저렴한 금액에 다시 데려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구매자에게도 이점이 있다. 우선 저렴한 가격에 선수 수급이 가능하다. 바이백 조항이 포함돼있다는 이유로 일반 이적과 달리 구매자가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기에 판매자는 높은 이적료를 매길 수 없다. 평상시라면 임대로밖에 데려올 수 없었던 선수를 완전 영입하게 된다는 것 역시 바이백의 장점이다. 만약 영입한 선수가 엄청난 활약을 펼쳐 전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해도 이적료 차익을 얻고, 친정팀의 기대에 못 미쳐 돌아가지 않아도 현 소속팀에서는 수준급 이상으로 해주는 선수들이 많기에 특별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는 바이백 조항이 처음 사용된 예로 루터 블리셋(58)을 들었다. 블리셋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인 1982~1983시즌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왓포드FC 소속으로 41경기 27득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해당 시즌 왓포드가 우승팀 리버풀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하자 블리셋은 100만 파운드(약 15억 원)에 AC밀란으로 이적했다. 그러나 부진과 선수 개인의 복귀 의지가 겹쳐 AC밀란은 1시즌 만에 영입 당시의 절반가량인 55만 파운드(약 9억 원)로 왓포드에 다시 블리셋을 내줬다.
 
당시 바이백 조항은 전 소속팀에 우선 협상권이 주어질 뿐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형식이었다. 현재는 보다 정교한 양식을 가지고 있다. 기간과 금액을 정해두는 것은 당연하고 상황에 따라서 특정 이적시장에 바이백 발동을 금지시키기도, 소화한 시즌 수에 따라 금액에 차등을 두기도 한다.

 
바이백을 사용하는 팀들도 다양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는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토르강 아자르(23)에게 바이백 권리를 가지고 있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은 시난 쿠어트(20)를 지난 겨울에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시키며 바이백 조항을 달았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로마는 바이백 조항을 원하지 않는 토트넘 홋스퍼 대신 레알 베티스로 안토니오 사나브리아(20)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의 축구판에서 이 조항을 가장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다.
 
▲바이백의 선두 주자, 라리가
 
현재의 라리가를 지탱하는 양대 산맥은 레알의 유소년 시스템인 '라파브리카'와 바르셀로나의 '라마시아'다. 이 속에서 자란 유망주들은 매 시즌 즉각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빅클럽의 특성상 소속팀에 남을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스페인 각지로 떠나게 된다. 비록 레알과 바르셀로나에서는 방출되지만 유소년 시절 스페인 내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보였던 선수들이기에 어지간한 팀에서는 제 몫을 해내며 리그 전체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 요즘에는 라리가 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유소년팀에서 두각을 보였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 뒤 기량이 만개하면 그만큼 배 아플 일도 없다. 레알에게는 발렌시아로 떠났던 현 맨유의 후안 마타(28), 바르셀로나는 레인저스로 향한 현 맨체스터 시티 코치 미켈 아르테타(34)가 근래 있었던 대표적 사례다. 알바로 아르벨로아(33)와 호르디 알바(27)처럼 돌고 돌아 복귀하는 사례도 있지만 영입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임대만 보내자니 선수가 만족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생각해낸 대안이 바로 바이백이다.

레알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바이백을 활용하고 있다. 라몬 칼데론 회장 재임 시절이던 2007년 여름 알바로 네그레도(31)와 루벤 데 라 레드(31), 하비 가르시아(29)를 이적시키며 바이백 조항을 달아놓았다. 데 라 레드와 가르시아가 한 시즌 만에 잠재력을 터트리며 돌아오자, 레알은 에스테반 그라네로(29)를 같은 방식으로 헤타페에 보내고 1년 후 선수단에 합류하게 했다. 네그레도는 2년이 지나 복귀한 뒤 다시 바이백이 포함된 채 세비야로 이적했다.


 
생각보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레알은 2009년 여름 플로렌티노 페레스로 회장이 바뀐 뒤에도 이와 같은 정책을 고수했다. 눈에 띄는 사례는 다니엘 카르바할(24, 바이어 레버쿠젠→레알)이다. 레알 2군 카스티야 소속이던 카르바할은 2012년 여름 500만 유로(약 62억 원)에 독일행을 택했다. 바이백 금액은 첫 시즌 종료시 650만 유로(약 81억 원), 한 시즌 뒤에는 700만 유로(약 87억 원), 그 다음 시즌 종료 후에는 800만 유로(약 100억 원)로 매년 높아지는 유형이었지만 레알은 2013년 여름 바로 재영입을 결정해 돈을 아꼈다.
 
루카스 바스케스(25, 에스파뇰→레알)도 바이백의 산물이다. 바스케스는 2015년 여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레알에서 떠나자마자 며칠 뒤 200만 유로(약 25억 원)로 직전 시즌 임대로 뛰었던 에스파뇰 이적이 발표됐으나 라파 베니테스 감독 부임 후 300만 유로(약 37억 원)에 바이백을 통해 재영입됐다. 에스파뇰은 약 한 달 만에 100만 유로(약 12억 원)를 번 셈이다. 이번 이적시장에는 2년 전 2천만 유로(약 249억 원)에 유벤투스로 떠났던 모라타가 3천만 유로(약 373억 원)에 다시 레알 유니폼을 입었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서는 레알의 이러한 정책을 두고 '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라고 칭했다. 가레스 베일(27)처럼 스타성 있는 정상급 선수를 데려오면서 카르바할이 그랬듯 바이백과 임대를 통해 유망주를 키운다는 의미다. 이는 페레스 회장의 첫 재임시절 '갈락티코 1기'의 슬로건이건 '지다네스 파보네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네딘 지단(44) 같은 스타 선수를 영입해 주전으로 기용하는 동시에 프란시스코 파본(36) 같은 유소년 선수에게 출전 시간을 주며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라이벌 팀 바르셀로나도 최근부터 레알과 같은 노선을 택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1년 7월 보얀 크르키치(26)를 1천200만 유로(약 149억 원)에 AS로마로 이적시킨 뒤 두 시즌 만에 1천300만 유로(약 162억 원)로 다시 데려왔다. 그러나 보얀은 여전히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이듬해 130만 유로(약 16억 원)에 스토크 시티로 넘어갔다.
 
데니스 수아레스는 성장과 더불어 이적료 차익까지 안겨준 경우다. 셀타 비고 유소년팀 출신인 데니스는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B팀으로 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 세비야 임대 1년, 비야레알 이적 후 1년을 보낸 데니스는 프리메라리가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비야레알에서 뛴 지난 시즌은 6도움으로 유로파리그 최다 도움도 기록했다. 바르셀로나는 곧바로 바이백을 발동시켰고 계약 조항에 따라 400만 유로(약 50억 원)에 팔았던 선수를 325만 유로(약 40억 원)에 데려올 수 있게 됐다.
 
바르셀로나는 올여름에도 '특급 유망주' 알렌 할릴로비치(20)를 함부르크SV로 이적시키며 바이백 조항을 삽입해뒀다. 이적료는 500만 유로로 알려졌으며 재영입 시 1년 뒤에는 1천만 유로(약 124억 원), 내후년에는 1천250만 유로(약 156억 원)의 비용이 든다. 이번 이적시장에 바르셀로나가 떠나보낸 마르크 바르트라(25) 또한 바이백 옵션을 추가하려 했으나 도르트문트가 반대해 무산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디에고 코스타(27, 레알 바야돌리드→아틀레티코)로 재미를 봤다. 2007년 포르투갈 프리메라리가의 스포르팅 브라가에서 영입된 코스타는 임대 생활을 전전하다 2009년 세르히오 아센호(27) 이적건에 포함돼 바야돌리드로 이적했다. 이후 코스타는 바이백 조항에 의해 한 시즌 만에 100만 유로의 이적료로 다시 마드리드에 발을 디뎠다. 코스타는 같은 도시에 위치한 라요 바예카노로 다시 임대를 다녀온 뒤 아틀레티코의 확고한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바이백 덕분에 대형 공격수를 지킬 수 있었던 아틀레티코는 2014년 여름 3천200만 파운드(약 469억 원)라는 거액에 코스타를 첼시로 보냈다.
 
발렌시아는 2007년 수비수 알렉시스(31)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보냈던 구단 유소년팀 출신 파블로 에르난데스(31, 헤타페→발렌시아)를 다음해 여름 바이백으로 영입했다. 23세였던 파블로는 당시 스페인 최고의 윙어 호아킨 산체스(35)와 주전 경쟁을 펼칠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발렌시아는 2014년 골키퍼 비센테 과이타(29)를 헤타페에 이적료 없이 넘겨주면서 바이백 조항으로 우선 협상권을 얻은 상태다. 바이백 기간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복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이백을 통해 복귀한 사례가 있다면 반대로 기간 만료 시까지 전 소속팀의 구애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잉글랜드의 전설 글랜 호들(58)은 1987년 토트넘에서 AS모나코로 이적할 때 바이백 조항을 가지고 있었으나 4년 뒤 스윈던 타운으로 이적할 때까지 복귀 요청은 없었다.
 
지브릴 시세(35)와 세스크 파브레가스(29), 라이언 쇼크로스(28) 모두 각각 리버풀과 아스널, 맨유에서 바이백 옵션을 걸어두고도 사용하지 않은 전례들이다. 엠레 찬(22)은 뮌헨이 잠재성을 높게 사 지난 2013년 여름 레버쿠젠으로 이적시키면서 2년 뒤부터 바이백을 실행할 수 있는 조건을 넣어놓았지만 한 시즌 만에 리버풀로 향하며 무력화됐다.
 
바이백 활용에 앞장서는 '라리가의 두 거함'도 이 조항을 묵혀놓다가 끝난 예시들이 많다. 레알에는 헤타페로 팀을 옮겼던 다니 파레호(27), 파블로 사라비아(24)와 발렌시아로 갔던 세르히오 카날레스(25) 등이 있다. 이들은 이미 또 다른 팀으로 이적을 마친 상태기에 더 이상 바이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는 오리올 로메우(24), 아다마 트라오레(20)가 같은 현실을 마주했다. 두 선수는 잉글랜드로 진출해 낯선 환경에 적응해가며 뛰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고 결국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게 됐다.
 
헤라르드 데울로페우(22)는 사정이 조금 복잡하다. 2년으로 설정된 바이백 기간 중 이제 절반이 지난 상태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바르셀로나가 데려갈 수 없다는 항목이 있기에 내년 여름 이적시장서 복귀하지 않을 시 바이백 조항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바이백 금액은 첫 시즌이 끝난 후 900만 유로(약 112억 원), 두 번째 시즌 뒤에는 1천200만 유로로 책정돼있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데울로페우를 데려가고 나서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면 이적료의 일부를 에버튼에 지급해야한다. 이러한 문제들과 데울로페우의 현재 경기력으로 봤을 때 바르셀로나 복귀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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