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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①] '코미디가 있는 역사극'…강우석 감독이 전한 '고산자'의 의미

기사입력 2016.09.18 07:00 / 기사수정 2016.09.18 02:01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무려 열아홉 편의 영화를 연출한 베테랑 감독은 스무 번째 작품으로 사극을 택했다. 베테랑 중의 베테랑, 강우석 감독이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로 관객을 찾았다.

강우석 감독이 걸어온 길은 한국 영화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왔다. 1989년 영화 '달콤한 신부들' 연출을 시작으로 '공공의 적'시리즈를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2003년 '실미도'가 기록한 1000만 관객은 국내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소설이 다소 어둡고 슬픈 느낌을 주는 데 반해 영화는 웃음 을 좋아하는 강우석 감독의 코드가 더해지며 좀 더 편안하게 관객에게 접근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최남단 마라도부터 최북단 백두산까지 스크린에 옮겨 담은 9개월간의 여정은 장엄한 영상미와 함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강우석 감독은 "(그게) 내 성격이기도 하고, 그 웃음이 동반되면 영화 뒷부분이 훨씬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지도에 몰두하는가, 미쳐서 돌아다니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다. 스스로 호를 '고산자(古山子)'라고 지었던 사람 아닌가. 얼마나 대한민국 한반도의 산을 좋아하면 '옛 산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진 고산자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싶었다. 초반에 어린 김정호가 지도에 관심이 많고, 아버지의 죽음을 다 보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그런 사명감으로 산에 올라가는 설정을 해 놓았다. 또 딸과의 이야기, 바우와의 관계를 그리면서 인간적이고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도 비춰진다"며 "관객을 위해서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긴다는 것은 창조의 기쁨 외에도 부담감과 책임감이 함께 따르는 일이다. 특히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실존인물을 다루는 것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강우석 감독은 박범신 작가의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고 얘기했다.


"박범신 선생은 감독인 나보다 한수 위다. 박범신 선생에게 가장 감사드리는 것은, 책을 건네면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을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 말이 있다. 이 말은 실제 백두산을 찾을 때 큰 원동력이 됐다. 또 '박범신의 '고산자'가 아닌, 강우석의 '고산자'를 찍으라면서 '강우석의 '고산자'는 원작처럼 무거운 것보다 편하고 재밌게 찍었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있었는데, 그게 내겐 용기가 됐다."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세상에 나온 뒤 가질 수 있는 교육적인 가치에도 눈높이를 맞췄다.

"평가에 의하면 김정호는 지리학자이자 실학자이고, 철학자이자 과학자다. 또 예술가이기도 하다. 김정호가 흥선대원군에게 "제 나라 백성을 못 믿으면 누굴 믿습니까"라고 하는데, 지식인이 아니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지 않겠나. 이렇게 진지한 지점에서는 관객들이 김정호에 대해 충분히 '만만치 않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지도를 그리는 바우(김인권 분)에게도 '십리마다 방점을 찍어라, (잘못 그리면) 사람 잡는 거야'라고 얘기하는데, 구박 같지만 전문가가 하는 얘기인거다. 그런 부분에서는 이 사람이 똑똑한 인물이라는 것 역시 알 것이고 말이다. 또 독도를 보고 우는 것은 아무나 우는 게 아니지 않나. 전체관람가라는 등급을 놓고 찍는 지점도 있었고,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대동여지도를 잘못 배웠다고 생각하기에, 어쩌면 교육적인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여겼다."

영화 속에서 김정호를 연기한 차승원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우 역의 김인권 등 배우들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속 김정호가 "삼시세끼 다 해줄 수 있는데"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차승원이 출연했던 예능 '삼시세끼'가 떠오르며 웃음을 안긴다. 이는 애드리브가 아닌, 강우석 감독이 준비한 대사였다. 김정호와 바우가 미래의 내비게이션을 연상케 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고산자, 대동여지도' 속 웃음 포인트의 한 축을 담당한다.


"'엄숙한 영화가 아니니 편하게 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계절동안 고생을 하는데, 웃을 수 있는 여정이 아니지 않나. 초반에 김정호가 자기 딸도 못 알아보는 것처럼, 재미로 가다가 '이거 별로 큰 의미가 없는 영화겠네' 싶은 순간에 뒤에서 이를 받쳐 줄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고 봤다. '삼시세끼' 장면은 어촌편 방송이 끝나고 찍었었다. 그 대사를 넣은 콘티를 보냈는데, 차승원 씨가 '영화가 1년 뒤에 개봉하는데 사람들이 기억할까'라고 말하더라. ''삼시세끼' 이미지가 재밌어서 기억할 것이다'라고 얘기했는데, 마침 올해 고창편이 방송된 것이다. '진짜 인구에 회자된다'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내비게이션 얘기도 의도적으로 넣었던 것이다. '대동여지도가 무슨 의미에요'라고 물었을 때, '지금 현재의 내비게이션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싶었다. 코미디가 있는 역사극이라고 봐주면 좋지 않을까."

김정호가 그린 대동여지도를 광화문 한복판에 펼치는 바우의 모습은 영화의 또 다른 백미로 손꼽힌다. 강우석 감독은 "시골 아이 같은 그런 평범한, 투박한 조수이자 순실(남지현)과의 러브라인도 이어질 것 같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 그래야 나중에 지도를 펼치고 나서의 절규가 더 가슴을 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 장면을 찍으면서 정말 김인권을 캐스팅하길 잘 했다 생각했다"고 웃었다.

영화 속 김정호는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지도를 백성들에게 배포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드러낸다. 강우석 감독은 "지도가 중요하다는 것만 (보는 이들이) 알게 돼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며 지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김정호의 신념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통해 진심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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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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