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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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인터뷰③] 장혁진 "동기 황정민·류승룡의 성공, 부럽기도 했죠"

기사입력 2016.08.23 13:27 / 기사수정 2016.08.23 13:27

김주애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어느 덧 장혁진이 연기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다. 느리지만 꾸준히 달려왔다. 함께 연기를 시작한 류승룡, 황정민, 정재영 등의 학교 동기들이 주목받을 때도 장혁진은 묵묵히 자신의 배역을 수행해왔다. 그러던 중 '미생'의 문과장, '부산행'의 기철 등 작은 역할임에도 큰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스스로 돌아본 장혁진의 연기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 처음에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인가
-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들 앞에서 까불고 장난치는 걸 좋아했다. 학예회 때, 국어책에 나오는 동화를 각색해서 10분짜리 콩트로 만들어 연기했다. 그걸 보며 반 친구들이 좋아하고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 이후로 내가 연기 쪽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초등학교 2학년이라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목표가 빨리 정해진 것 같다. 그때부터 배우가 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한 점은 어떤 것이 있나
- 당시에는 TV에서 영화를 많이 방영해줬다.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서양 영화를 많이 봤다. 그 외에 특별히 노력한 건 없었다. 사실 연기 자체에 흥미를 느끼기는 했으나, 이걸로 먹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서 연극영화과를 진학한다고 했을 때 아쉬워하셨다. 그때 부모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야 했는데... (웃음)

▶ 유명한 배우들을 많이 배출해 낸 서울예대 연극과 90학번이다. 동기들 사이에서 장혁진은 어떤 사람이었나
- 사실 대학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까부는 걸 좋아하지만 원래 성격은 내성적이다. 끼가 넘치는 학생들이 가득 찬 서울예대를 다니며 '내가 이런 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변화의 계기가 필요해 휴학을 하고 군대를 다녀왔다. 하지만 복학해서도 적응은 여전히 못 했다. 그저 '졸업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대학에 다녔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일 후회된다. 그때 무엇이든 더 열심히 했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 그럼 다시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 공연 '난타'를 하면서 외국에 나갈 기회를 많이 갖게 됐다. 그렇게 외국 배우들과 교류하다 보니 그들은 연기를 할 때 철학을 가지고 하고, 예술을 한다는 의지가 있더라. 그때 '난 왜 이러지'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것을 배웠다. 또 함께 난타를 공연한 류승룡을 보면서도 많이 배워다. 존경하는 친구다. 힘든 생활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기를 하더라. 그를 보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

▶ 난타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난타에 대해 알게 된 건 류승룡 덕분이었다. 1997년 초반 류승룡과 함께 극단 동랑레파토리에 속해 있었다. 그때 연습실에서 류승룡이 난타 오디션을 연습하더라. 악기도 직접 만들고, 이것저것 소품을 움직이며 소리도 내곤 했다. 나는 당시 박동빈 선배와 함께 다른 사물놀이 공연을 갔었다. 그때 그 팀의 대표가 난타의 송승환 제작자랑 아는 사이였다. 그 대표가 '이왕 타악기를 배운 거 '난타'라는 공연도 해볼래?'라고 물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당시 오디션을 준비했던 배우들이 모두 있었다.

▶ 난타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커 보인다
- 난타가 연기를 포함한 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공연이고, 한 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고 몸짓만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공연을 하다 보니 몸으로 표현하는 연기에 대해 많이 배웠다. 또 해외여행도 많이 다녔다. 당시에 스탬프 때문에 여권을 두 권이나 쓰기도 했다.

▶ 난타의 매력에 빠져있다가 다시 영화와 드라마 연기로 돌아온 시발점은 무엇인가
- 간단하다. 말을 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보다가 2003년에 영화 '싱글즈'를 만났다. 엄정화의 직장 상사로 나왔다. 변태 같은 캐릭터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내가 당하는 역할이다. 아무튼, 그 영화 이후로 연락이 많이 왔다. 그런데 찍는 영화마다 엎어졌었다. 촬영 중 엎어지기도 하고,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엎어지기도 했다. 내가 하면 엎어진다고 생각하게 되니 굉장히 힘들더라.

▶ 그때가 대학 시절에 이은 제2의 슬럼프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렇다. 사람들은 실패를 거듭하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다, 언젠가 때가 올 거다'고 생각하라지만, 사실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 때라는 게 있긴 해?'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당시 동기인 정재영, 황정민, 류승룡 등 다른 배우들이 잘나가니까 기분이 좋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나는 그만둬야 하나 생각했었다.

▶ 롤모델이라거나 존경하는 배우가 있는가
- 송강호 선배와 이성민 선배.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 송강호의 데뷔 영화 '초록물고기'를 시사회에서 봤다. 그 영화에서 깡패 역할로 나오는데 영화를 보고 나와서 친구와 '와, 그 깡패 진짜 깡패 같더라' 이런 이야기만 했다. 이성민은 '미생'에서 함께 연기했었는데, 술을 안드시는데도 불구하고 술 취한 연기를 실감 나게 하더라. 멋있다고 생각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기회를 만나도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현재는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 촬영을 앞두고 있다. 법의학자 역할이다. '미생' 때 함께 했던 (강)하늘이와 다시 연기 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흥이 많은 배우다. 그렇다고 영화가 밝은 분위기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촬영하고 있으니 작품이 잘 나올거라 확신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스스로 다짐하는 게 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처음 연기를 시작할때 그 마음,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것. 힘들었을 때를 계속 생각하고, 지금 편하다고 건방져지지 말자고 늘 다짐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달라지지 않으며 주어진 연기와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 장혁진이 되겠다.

어떤 역할이든 가리지 않고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장혁진. 그래서인지 지난 4월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출연작 중 세 편이 초청받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또 그는 '메이드인코리아', '스필릿', '커튼콜' 등 이미 다수 작품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배우 장혁진이 앞으로 또 어떤 작품으로 우연히 다가와 필연적인 인상을 남길지 기대된다.

savannah14@xportsnews.com / 사진 =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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