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KIA 타이거즈가 올 시즌 최강 선발진으로 평가받았던데는 분명 5선발 역할을 해줄 임준혁(32)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준혁은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을 풀타임 가까이 소화하며 9승 6패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 제대로 꽃을 피운 시기.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고, 또 기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암초를 만났다. 임준혁은 시즌 두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4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강습 타구에 종아리를 맞고 근육 파열이라는 부상을 입게 된다.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았지만 복귀 시점이 생각보다 늦어졌다.
임준혁은 "가장 최악의 부위를 다치는 것은 피했는데 재활 과정을 거치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예상했던 시점보다 더 늦게 돌아왔다"고 아쉬워했다.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에 팀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미안함은 몇 배로 더 불어났다. 그 역시 "팀이 모두 힘든데 나만 빠져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정말 미안했었다. 특히 김기태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부상 이탈이 다시 영점을 조준하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이다. 사실 부상전 두경기 등판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밸런스가 전체적으로 무너져있는 모습이었다. 임준혁도 재활을 하면서 전력분석팀에 부탁해 지난해 가장 좋았던 모습과 올 시즌 두경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꼼꼼히 비교해봤다.
임준혁은 자신이 보기에도 "차이가 정말 많이 나더라"면서 "전력 분석팀 스태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밸런스가 훨씬 더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그가 밸런스가 무너질만큼 스스로 조급했던 까닭은 올 시즌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뭔가 보여줬기 때문에 올해는 그 이상의 것을 반드시 해내야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의 목표치가 높았다. 임준혁은 "급한 마음 때문에 준비가 제대로 안됐었던 것 같다. 재활 기간 동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선발 등판이 한두번도 아니건만, 약 2개월 하고도 보름만에 1군 마운드에 돌아온 임준혁은 "많이 긴장했다"고 말했다. 오랜만의 등판이고 팀은 5연패 중이었다.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터.
그러나 다행히 5이닝 1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로사리오에게 맞은 솔로 홈런을 제외하고는 실점이 없었다. 또 팀도 12-1로 대승을 거두며 연패를 끊었다. 임준혁은 그렇게 웃으며 시즌 첫승을 받아들 수 있었다.
5회까지 투구수는 75개에 불과했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했다. 임준혁은 "1이닝을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다. 천천히 다음 경기까지 생각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한화전에서 유독 강한데 그건 정말 우연이다. 다른 팀들과 똑같이 던지는데 이상하게도 결과가 좋았다"며 슬쩍 웃었다.
임준혁의 성공적인 복귀전을 축하한 KIA는 연패를 끊고 모두 웃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올랐다. 임준혁은 "우리팀 투수들끼리 서로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이다. 어제(8일)처럼 역전패를 당한 경기도 144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다. 일단 연패를 끊어서 다행이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긴 연패에 빠지는 분위기가 오지 않길 바란다"며 베테랑으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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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