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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QPR 그리고 2016년 한화 이글스 [XP 인사이드]

기사입력 2016.05.18 07:00 / 기사수정 2016.05.17 23:2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구단의 과감한 투자 하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 2016년 한화 이글스는 2013년 퀸즈파크레인저스(QPR)와 닮았다.

9승 27패. 5월 17일까지의 올 시즌 한화의 성적이다. 두산이 단독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2위와 9위까지는 시리즈당 언제 어떻게 순위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나 한화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고, 최근 5연패에 빠져있다. 

단순히 한화가 10위에 그친 것만 문제는 아니다. 아직 100경기도 넘는 시즌이 남아있지만 문제는 현재 한화가 10위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자체다. 

올해 한화를 보면 2012-13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의 QPR이 떠오른다. 지난해 '마리한화'라고 불릴만큼 강렬한 재미를 선사했던 한화의 야구, 어디로 갔을까?

◆ 과감한 투자, 화끈한 영입

- 2013년의 QPR : 저가 항공사 '에어 아시아'의 최고경영자로도 잘 알려진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지난 2011년 QPR의 구단주가 된 후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012-13시즌은 '만년 최하위팀'이었던 QPR이 바뀌어야 할 때"라는 결단을 내렸다. 

페르난데스 구단주는 QPR의 명문 구단 도약을 꿈꿨다. 박지성, 스테판 음비아, 훌리우 세자르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줄줄이 영입하면서 선수들의 주급으로만 7800만 파운드(현재 기준으로 약 1324억원)를 썼으나 매출액은 불과 6000만 파운드(약 1019억원) 수준이었다. 투자가 지나쳤을까. 당시 QPR은 유럽축구연맹(UEFA)의 FFP(Financial Fair Play, 구단들의 재정 손실을 우려해 수입보다 많은 돈을 지출하지 못하게끔 하는 규정)까지 위반했다.

적자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팀 성적이다. 영국 언론으로부터 "EPL의 다크 호스"라는 평가까지 받았던 QPR은 마크 휴즈 감독과 야심차게 2012-13시즌을 맞이했지만, 개막 후 16경기 무승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시즌 도중 휴즈 감독을 경질하고, 해리 내드냅 감독을 영입했지만 큰 격차를 뒤집기엔 무리였다. QRP은 해당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하위로 2부리그까지 강등되고 말았다. 다행히도(?) 페르난데스 구단주의 축구 사랑은 계속됐다. QPR은 강등 한 시즌 만에 EPL에 승격됐으나 그 다음 시즌 또다시 2부 리그로 추락했다. 과감한 투자도 무소용이었던 셈이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구단 부채 탕감을 위해 2억5313만 유로(3153억원)를 대출받았다"고 보도했다. 



-2016년의 한화 이글스 : 꼴찌 탈출을 원했던 한화는 한풀이를 돈으로 하는 것처럼 최근 FA 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해왔다. 시작은 정근우와 이용규였다. 김응용 감독 재임 시절이었던 2014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두사람과 계약을 하는데 137억원을 썼다.

이듬해 김성근 감독 부임 후에도 'FA 러쉬'는 계속 됐다. 한화는 2015시즌을 앞두고 권혁, 송은범, 배영수까지 투수 FA 3인방을 모두 쓸어담았고, 자팀 FA였던 김경언과도 3년 8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지출은 올해에도 컸다. '대형 FA'였던 김태균이 84억원에 잔류했고, 베테랑 조인성과 FA 계약을 하는데도 10억원을 약속했다. 외부에서는 '투수 최대어'로 꼽혔던 정우람(84억원) 그리고 또 한명의 베테랑 투수인 심수창(13억원)을 영입했다.

한화가 3년간 FA를 영입하는데 쓴 돈만 465억원이고, 리그 최고 몸값 외국인 선수인 에스밀 로저스는 발표된 연봉만 190만 달러(약 22억원)다. 

이런 투자로 한화는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 중 연봉 총액, 평균 연봉 1위 구단이다. 현재의 팀 성적과 비교하면 아이러니한 결과다. KBO가 지난 2월 발표한 표에 따르면 한화는 팀 연봉 102억1000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으로 총액이 높다. 2위 삼성(81억9600만원)보다도 20억원 넘는 차이가 나고, 최하위 넥센(40억5800만원)보다 2.5배 가까이 많다. 평균 연봉으로 쳐도 1억7912만원으로 2위 삼성(1억5464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많다.

지난해 시즌 막바지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며 6위로 마감했던 한화는 올해 우승 후보, 포스트시즌 진출 유력 후보로 꼽힐만큼 스타 군단이지만, 현재까지는 과감한 투자의 결과가 미미하다.



◆ 박지성 그리고 김태균 '캡틴들의 시련'

-2013년의 박지성 : QPR은 2012년 7월 9일 이적료 310만 유로(약 39억원)에 박지성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의 활약을 뒤로하고 자신을 필요로하는 QPR과 계약을 한 박지성은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7번을 받았고, 주장으로 임명됐다. 박지성은 아시아 최초로 EPL 구단의 공식 주장이 됐다. 

'국민 축구선수' 박지성의 QPR 이적은 한국에도 미치는 영향이 엄청났다. 맨유를 응원하던 팬들이 박지성을 따라 QPR을 응원했고,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한국 기업들의 QPR 홈 경기 스폰 문의도 쇄도했다. 

그러나 박지성에게 QPR 시절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당시 25경기에 출장해 득점 없이 4도움만 그친 박지성은 팀내 고액 연봉자로서 최하위로 추락한 팀 성적까지 책임 추궁을 당했다. 결국 휴즈 감독의 경질 이후 레드냅 감독이 부임했고, 박지성의 입지가 흔들렸다. 시즌 도중 주장에서 물러나게 된 박지성은 시련 속에서 시즌을 마쳤고, 이듬해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 임대를 갔다. 당시 QPR은 한국의 '유망주'였던 윤석영도 영입했으나 윤석영은 QPR이 2부리그로 강등된 이후에야 경기 출전 기회를 얻었다. 

-2016년의 김태균 : 한화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팬들의 큰 사랑과 절대적 지지를 얻었던 김태균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김태균은 올 시즌 35경기에서 34안타(2루타 3개) 1홈런 15타점 타율 2할6푼8리 장타율 3할4푼6리 출루율 3할7푼9리에 그쳤다. 

김태균은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한화와 4년 총액 84억원에 FA 재계약을 맺었다. 또 연봉 16억원으로 10개 구단 전체 선수 가운데 최고연봉자다. 프로의 몸값이 곧 그 선수의 가치와 기대치를 동시에 포함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김태균의 활약이 실망스러운게 사실이다. 

코칭스태프는 김태균의 부진에도 매 경기 그를 4번 타자로 내보내고 있다. "팀의 4번 타자인만큼 스스로 이겨내야한다"는 의미다. 

김태균은 자신의 몫은 해내는 선수다. 아마 시즌이 끝날 무렵이면 자신의 평균치 성적으로 돌아와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태균 혼자서 팀의 성적까지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반대로 김태균의 부진이 계속 된다면 한화의 승승장구도 기대하기 어렵다. 2016년의 김태균은 2013년 박지성처럼 시련 속에서 시즌을 마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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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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