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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1위' 김문호 "소금같은 선수로 기억되고파" [XP 인터뷰]

기사입력 2016.05.09 06:00 / 기사수정 2016.05.09 10:50

이종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종서 기자] '타율 4할3푼8리' 올시즌 타율 부문 1위에는 항상 보던 이름들이 아닌 다소 낯선 이름이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김문호(29)다.

지난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28경기 나와 타율 4할3푼8리 1홈런 16타점 OPS 1.088을 기록하는 '미친 타격감'으로 KBO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개막이 한 달이 지났지만, 5월 치른 7경기에서 타율 4할6푼2리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고감도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전화위복, 약이 된 2군에서의 시즌 시작

요즘 김문호가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단연 "타격에 눈 뜬 비결"이다. 김문호는 "특별하게 많이 바꾼 것은 없다. 다만 겨울 동안 장종훈 코치님께서 밀어치는 법이나, 하체 중심이동 등에 대해서 주문을 하셨다. 이런 부분을 항상 머릿속에 넣어두고 초점을 맞춰 연습을 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매섭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지만, 시즌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김문호의 활약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사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아서 조금은 걱정했는데, 정규 시즌에서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라고 웃어 보일 정도다.

김문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6푼3리로 부진해 개막전 엔트리에 제외됐다.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만큼 2군에서 좀 더 몸을 만들고 오는 것이 낫다는 조원우 감독의 판단이었다. 김문호 역시 조원우 감독의 뜻을 깨닫고, 2군에서 차분하게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개막 후 약 일주일 뒤인 6일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님께서 당시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해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개막전 엔트리에서 연연하지 않아서 오히려 효과를 본 것 같다. 어차피 시즌은 길기 때문에 내가 올라가는 날이 개막전이라고 생각하고 몸을 만들었다"

그는 "2군에서의 시작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였다"며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계속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2군에서 연습경기를 2~3차례 하니까 그 때부터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의 감을 유지해서 1군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침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2군에 있는 동안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특히 그는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훌리오 프랑코 코치로부터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멘탈적으로 많이 바꿨다. 프랑코 코치님이 타석에 들어가서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되, 결과에는 연연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내가 최고라는 마인드로 들어가면서, 공 하나 하나 집중해서 현재 내가 맡고 있는 2번 타자 역할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커리어하이'의 2015년 "자신감 얻은 계기"

올 시즌 활약이 눈부시지만, 김문호는 지난해부터 조금씩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8월 한 달을 전부 쉬었지만, 9월 1군에 올라와 한 달 동안 61타수 23안타(타율 3할7푼7리)를 쳤다. 그리고 지난 시즌 93경기에 나와 타율 3할 6리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지난해의 '커리어하이' 기록은 올 시즌 활약에 큰 자산이 됐다. 지난해 부상을 털고 '9월 맹타'를 휘두른 부분에 대해 "부상 후 차근 차근 다시 준비했다. 비록 몸이 완벽하게 회복이 됐어도 시간을 두고 연습경기도 하고, 아예 처음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했다. 여기에 체력적으로 완벽하게 보충이 되다 보니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서 그는 "지난해 좋은 결과 있어서 올 시즌을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나설 수 있던 것 같다. 나간 경기 수도 많고 타율도 높아서, 좀 더 열심히 하면 다음에는 풀 타임도 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비록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실망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제는 프로 11년 차. 조금함을 버렸다."

지금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시즌이 긴 만큼 슬럼프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역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타격에 사이클이 있다. 기복이 심해지면 문제가 되는 만큼, 기복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잘 칠 때와 못칠때 너무 차이가 나면 아무래도 감독님, 코치님 입장에서도 나를 기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테니, 안 맞을 때도 최대한 공을 보고 내 역할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신경 쓰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슬럼프가 왔을 때 특별히 타격폼을 바꾼다던가 변화를 주기보다는 잘 맞았을 때를 생각하면서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너무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그의 대답에 "조급함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하자 그는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난 것 같다. 예전에는 1군과 2군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 욕심이 앞섰다. 그런데 그런 것이 오히려 안 좋은 결과가 된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이내 "물론 마음이 편한 것이지 경기가 편한 것은 아니다"고 웃어보였다.
  


치열했던 롯데의 좌익수 경쟁 "모두가 경쟁자다."

롯데는 지난 2013년 시즌을 앞두고 김주찬이 KIA로 이적하면서 지금까지 좌익수 찾기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만큼 올 시즌 김문호의 활약이 반가울 따름이다. 조원우 감독도 "(김)문호가 수비와 공격에서 제 역할을 다 해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김문호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항상 좌익수 자리는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가 방심하면 뺏길 수 있다. 감이 좋을 때 매 경기 잘해야지만 내 자리를 확고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든 누구나 치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경쟁자에 대해 묻자 "엔트리에 있는 모두가 경쟁자다. 언제든 나를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 2군에 (박)헌도 형이나 (이)우민이 형도 있다. 모두가 경쟁자고, 또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금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시작이 좋은 만큼 목표가 클 법했지만, 김문호는 구체적인 수치적인 목표보다는 '꾸준함'을 내세웠다. 그는 "올해로 프로 11년 차인데 그동안 풀타임을 한 번도 뛰지 못했다.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뛰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중에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받은 김문호는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팀에서는 소금같은 역할 했던 선수가 되고 싶다. 필요했던 선수, 빈자리를 채워주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긴 고민을 마친 김문호의 답이었다.

bellstop@xportsnews.com / 사진 ⓒ롯데 자이언츠, 엑스포츠뉴스

이종서 기자 bellstop@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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