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태성 기자] 정말 오래 참았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그동안 감춰왔던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레스터 시티의 라니에리 감독은 2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경기 전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우승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라니에리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어낸 것은 환상적인 결과다”라며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승뿐이다”라는 말로 우승을 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스완지에 4-0으로 승리한 레스터는 자력 우승까지 단 두 경기만을 남겨뒀다. 만약 리그 2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 홋스퍼가 한 번이라도 미끄러진다면 레스터의 ‘우승 매직넘버’는 1로 줄어든다.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라니에리의 이와 같은 인터뷰 내용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라니에리의 인터뷰를 보면 “레스터가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빅 클럽들이 부진한 덕분이다. 우리의 현실적인 다음 시즌 목표는 10위 내 진입이다(20일, 스페인 매체 ‘아스’)”, “우리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다. 우승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15일, 영국 방송 ‘BBC’)”, “레스터의 우승? 아니, 아니, 아니다. 우리는 그저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을 위해 싸울 뿐이다(10일, 미국 매체 ‘ESPN’)” 등 과할 정도로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제 라니에리는 자신의 우승을 향한 열망을 감추지 않는다. 23일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도 라니에리는 “나는 우승에 도전한다. 만약 우리가 2위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슬플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카이스포츠 인터뷰에서는 그간의 설움도 쏟아냈다. 라니에리는 “만약 내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면 사람들은 '라니에리는 항상 2등까지만 한다'고 말할 것이다”라며 자신이 받았던 비난에 대해 말했다. 또한 첼시와 AS로마, 인터 밀란, 유벤투스, AS모나코 감독 시절 힘든 상황 속에서 이뤄낸 성과들을 언급하면서 “내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마음고생 했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실제로 라니에리는 위기에 처한 팀들에 부임해 소속팀을 부진의 늪에서 건져내는 ‘소방수’ 역할로 유명하다.
레스터와 라니에리는 단 한 번도 1부 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컵 대회 우승 경력은 있지만 유독 1부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고 순위는 2위였다는 점도 일치한다. 이들의 이번 우승 도전이 더욱 특별한 이유다.
라니에리는 스완지를 잡고 난 뒤 구단 인터뷰를 통해 “환상적인 경기였다. 우리는 (우승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라며 꿈에 한 걸음 다가선 감상을 표현했다. 항상 2인자 자리에 머물며 우승팀을 바라보기만 했던 라니에리. 지난 11일 선덜랜드전 승리 이후 우승이라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처음 눈물을 보였던 라니에리가 과연 시즌이 끝난 뒤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라니에리가 지휘하는 레스터의 ‘언더독의 반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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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