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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천재형 테란 윤영서, 침묵을 깨고 돌아오다

기사입력 2016.04.04 05:32

박상진 기자


2010년 윤영서를 처음 만났을 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스타크래프트2를 하더라도 보통 스타크래프트 시절 연습생 시절을 거치지만 윤영서는 아니었다. 순수하게 스타크래프트2로 프로에 도전한 선수였다. 

처음 윤영서와 대결하며 받은 느낌은 ‘이친구 정말 게임 못한다’라는 느낌이었다. 당시 윤영서는 유령을 왜 쓰는지 모르는 선수였다. 그 경기에서 유령을 쓰라는 조언을 했고, 다음에 윤영서와 경기했을 때에는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윤영서는 무언가를 추천해주면 잘 받아들인다. 그리고 바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걸 봤을 때 크게 될 선수라고 느꼈다.

윤영서는 숙소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 싫어했다. 그런데 잘했다. 내가 슬레이어즈-EG 연합팀 시절 슬레이어즈 선수들과 같이 생활했을 때도 윤영서는 숙소에 없었다. 그러나 윤영서는 팀 내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2012년 말 EG-TL 시절에도 윤영서는 숙소 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 시절도 윤영서는 잘했다. 손목이 좋지 않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로 이미 경기 준비가 끝나는 선수가 윤영서였다. 2014년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4강에 올랐을 만큼 여전했다.

그런 윤영서가 2015년 한 해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예 게임을 그만뒀다는 생각이 들었고, 잠정 은퇴였지만 어쩔 수 없이 은퇴 기사는 뜨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 시기 윤영서는 스타크래프트2보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피파 온라인3에 빠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다이아 등급까지 올랐고, 피파 온라인3은 전설이었다. 윤영서는 종목이 아닌 그냥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한때 은퇴한다는 이야기까지 돈 윤영서가 2016년 갑자기 돌아왔다. 왜 돌아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피파 온라인3을 하던 윤영서는 공허의 유산에서 복귀하자마자 GSL Code S 8강에 올랐다. 



윤영서는 조지명식을 편하게 생각했다. 아마 조지명식까지 게임으로 즐기며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윤영서에 낚여 시드권을 가진 강민수는 결국 탈락했다. 반면 윤영서는 A조에서 김준호와 함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손목이 좋지 않아 연습은 하루 다섯 경기 정도로 줄였다는 윤영서의 경기는 대체 어땠을까. A조 2위로 올라간 윤영서와 B조 2위로 올라간 김도욱은 같은 테란이지만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윤영서를 보면 자잘한 실수는 많다. 하지만 이겨야 하는 순간을 정말 잘 잡는 선수다. 

조성호와 궤도조선소에서 벌인 게임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사도의 기술인 사이오닉 이동을 역으로 이용해 굳이 장기전까지 가지 않고도 승리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자마자 바로 승부를 걸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김도욱이 저그전 정석과 기본기를 보이는 것과 다르다. 윤영서가 천재형 테란이라면 김도욱은 노력형 테란이다.


내가 보기에 윤영서는 16강 경기까지는 크게 미련이 없어 보였다. 인터뷰를 봐도, 이야기를 나눠봐도 크게 미련이 없었다. 그러나 8강은 다르다. 인터뷰에서 욕심이 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우승권에 근접했고, 복수할 상대도 생겼다. 32강에서 자신을 완파한 주성욱과 8강에서 다시 만난다. 천재에게 목표까지 생긴 것.

8강에 오른 윤영서는 이전과 완전 다를 것이다. 천재가 노력할 이유까지 생긴 것. 그러나 8강 경기는 여태까지 다르다. 5전 3선승제가 되며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진다. 더구나 상대인 주성욱은 이미 한 번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못 이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16강까지의 윤영서는 ‘즐기는 천재’였다. 그러나 8강의 윤영서는 노력까지 붙을 것이다. 과연 이번 시즌 천재형 프로게이머 윤영서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그리고 첫 개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들어 올릴지 기대된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 GSL 해설/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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