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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가 보는 '코리안 러쉬' 그리고 800만불 유감 [XP 인사이드]

기사입력 2016.03.23 09:00 / 기사수정 2016.03.22 18:06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메이저리그 전문 기자 앤서니 카스트로빈스는 22일(이하 한국시각) "한국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족적을 남긴다(
KOREAN PLAYERS MAKE MARK ON MLB)"는 제목의 칼럼을 개재했다.

과거 클리블랜드 담당 기자로서 추신수가 마이너리그 유망주에서 빅리거로서 발돋움하는 과정을 지켜봐왔던 그는 최근 달라진 현상 하나를 이 칼럼에서 주목했다. 바로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른바 '코리안 러쉬'다. 

KBO리그 현장 스태프, 관계자, 팬들까지 모두 놀랄만큼 부쩍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잘해야 일본'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의 사례처럼 아마추어때 스카웃 제의를 받고 건너가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을때 실현 가능한 꿈이었다. KBO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선수들은, 그간 최향남을 비롯한 여러 선수들이 진출을 도모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초대박' 이적금을 받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진출한 류현진의 성공 사례에 이어 강정호까지 빠르게 안착한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KBO리그 출신 스타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감격어린 시선을 환호했고, 미국에서의 시선 역시 다르지 않다.

카스트로빈스는 자신의 칼럼에서 "류현진과 강정호의 성공이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입성하는 문을 활짝 열어줬다. 박병호와 김현수, 이대호, 오승환의 사례에서 보듯이 FA나 포스팅 혹은 일본 리그를 통해서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만약 이 모든 선수들이 활약을 하거나 아니면 일부라도 지난해 강정호처럼 불을 붙인다면, 한국은 구단들이 달러를 싸들고 기다리는 쿠바처럼 될 수도 있다"고 예견했다. 당연한 짐작이다. 성공 사례가 있는 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쿠바는 메이저리그가 가장 주목하는 유망주 시장이다. 



"우리는 알렉세이 라미레즈(쿠바 출신 유격수로 두차례 실버슬러거 수상)가 미국으로 건너올때 이 현상을 봤었다. 외국에서 온 선수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면 우리는 당연히 그가 온 곳에 대한 평가 그리고 데이터를 축적하게 된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잘한 것은 강정호가 몸담고 있었던 리그 전체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 데이빗 포스트(오클랜드 GM)

이 모든 평가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몸값은 치솟아야한다. 하지만 최근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포스팅 시스템을 '일부' 수정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FA 계약을 얻기 전인 선수가 해외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포스팅'이라는 입찰 과정을 거쳐야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이 맺은 협정은 경매와 비슷하다. 한 선수가 구단의 (반드시) 구단의 동의를 얻어 포스팅에 나서면, 그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구단들이 저마다의 금액을 부른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구단이 30일간의 독점 교섭권을 갖게 된다. 물론 해당 선수는 여전히 원 소속 구단에 묶여있기 때문에 이적료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포스팅 자체가 불발된다. 불발된 선수는 1년간 포스팅에 다시 나설 수 없다. 이는 지지난해 김광현, 양현종, 지난해 손아섭, 황재균의 경우를 통해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제안은 이 포스팅 금액을 800만 달러(약 93억원)로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이 500만 2015달러(약 59억원)였고, 박병호는 1285만 달러(약 156억원), 류현진은 2573만 달러(약 310억원)였다. 

포스팅 금액 상한선을 두는 것은 이미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일본 출신 선수들의 포스팅 금액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다르빗슈의 포스팅 금액은 5170만달러였다)까지 치솟자, 2000만 달러(약 232억원)로 제한하는 제도를 신설했다. 대신 최대 금액인 2000만 달러를 써내는 구단이 복수일 경우, 선수가 에이전트와 함께 복수의 구단 모두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가장 원하는 구단을 선택해 계약할 수 있게 됐다. 

표면상으로 포스팅 금액 상한선을 두는 것은 선수에게 더 유리하다. 포스팅비는 선수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 구단이 원 소속 구단에게 지불하는 이적료다. 다만 종전의 포스팅 시스템으로는, 한 구단만 독점 교섭을 하다보니 선수는 연봉이나 옵션에 불만이 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해야했다. 만약 거절하면 1년 동안 원래 리그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이번 제안이 KBO리그 관계자들로부터 공분을 산 것은 금액의 차이다. 800만 달러는 일본의 제한선인 2000만 달러에 40%밖에 안되는 수준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메이저리그는 자본주의의 끝을 달리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만큼, 돈이 곧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그런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들의 포스팅 상한선을 800만 달러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는 것은 일본 리그에 비해 40%정도의 수준밖에 안된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이는 메이저리그가 KBO를 무시하는 것이다. 포스팅 금액이 너무 낮으면 구단이 포스팅을 거부할 수 있다. 그렇게되면 해당 선수는 FA 자격을 얻기까지 1~2년 가량 진출이 늦어진다. 최근 한국인 선수들의 진출이 늘어나자 사무국이 일본과 같은 규정을 적용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800만 달러는 그들의 자체적인 수준 평가였을텐데 너무 무시한 것 같다"고 직언했다.

카스트로빈스의 칼럼 하단에는 메이저리그가 KBO리그에 대한 낮은 평가를 하고 있는 배경이 나와있다. "현재 업계 전반적인 의견은 KBO리그가 NPB에 대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투수 부문에서 낮은 평가를 받기 때문에 한국 타자들에 대한 평가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야구가 정말 어떤 곳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AA? AAA? 아니면 AAAA? 내 생각에 이것은 모두의 궁금증인 것 같다. 우리는 선수들이 한국에서의 활약을 미국에서까지 이어가는지를 보고 평가하려고 한다. 이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 존 모젤리악(세인트루이스 GM)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는 여전히 '코리안 러쉬'를 주목하고 있다. 한 내셔널리그 스카우트는 "지금이 과도기"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프로 선수로서 최전성기때 메이저리그에 건너오는 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KBO리그는 NPB에 비해 메이저리그 스타일의 야구와 비슷하다. 스몰볼보다 빅볼, 파워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NPB의 수준이 높은게 사실이지만 그런 차이점이 있어(긍정적이다)"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손아섭, 황재균, 나성범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차기 메이저리그 진출 후보로 꼽힌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꾸준히 스카우트들을 통해 이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있다. 이들 그리고 그 다음 후배들까지. 더 큰 무대를 꿈꾸는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좁은 문을 활짝 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그리고 리그 자체의 노력 모두가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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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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