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2.22 09:50 / 기사수정 2016.02.22 09:50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소담.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은 상태의 그것처럼 박소담도 그렇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순수하고 티 없는 매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긴다. 많은 이들이 말하듯 그는 도화지같은 배우다. 무슨 색을 입혀도 금방 물들 수 있는 도화지처럼 어떤 역할도 이질감 없이 소화해낸다.
기숙학교의 급장, 씩씩한 알바퀸 하원, 악령이 깃든 여고생 등 다양한 캐릭터를 맞춤옷 입은 듯 그려낸 그는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를 맡았다. 신비로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로 열연 중인 연극 ‘렛미인’을 통해서다. 독감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렛미인’ 이야기가 시작되자 웃음을 되찾았다.
“오래 산 뱀파이어의 묘한 느낌이 나야하는데 어색해 보일까봐 그 부분이 어려웠어요. 인간이 뱀파이어를 봤을 때 ‘뭔가 이상한데? 인간 같기도 하고 뱀파이어 같기도 하고’의 묘한 느낌을 풍기는 게 어려웠어요. 행동 하나하나에 생각을 많이 하고 손 내미는 동작도 많이 생각해서 계획할 수 밖에 없었어요. 하칸과의 관계, 젊은 오스카와의 관계에서 둘을 함께 사랑하는 일라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관객이 이해할지 고민했어요.”
아시아와 비영어권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초연 중인 ‘렛미인’은 신비로운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와 자신과 친구가 돼 준 일라이를 사랑하게 되는 왕따 소년 오스카의 이야기를 그렸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스웨덴과 미국에서 영화로 선보이기도 했다.
“전날 런을 돌면서 기술적인 걸 맞출 때 피가 흘러야 되는데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서 피가 나오지 않았어요. 기술적인 것들이 안 맞으면 흐름이 끊기고 관객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을까봐 연습할 때보다 감정적으로 몰입을 못했어요. 실수할까봐 걱정했는데 지금은 모든 것들이 익숙해져서 즐기고 있어요. 피와 너무 친해졌죠.”
시간과 장소의 이동이 영화보다 자유롭지 않은 연극에서 뱀파이어 소녀를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뱀파이어라는 초월적 존재를 표현하기 위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설정해야했고, 영화 속 일라이와 차별화를 두고자 했다. 박소담은 일라이의 천진하면서도 강한 면모를 부각한다.
“영화 속 일라이는 많이 신비로웠던 것 같아요. 기술적인 도움도 있었고요. 하지면 연극은 무대 위에서 직접 해야 하고 몸을 날리면서 죽어야 해요. 신비롭고 여리여리한, 약한 일라이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죠. 원작 속 일라이보다는 씩씩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일라이가 만들어졌어요.”
오스카와의 사랑 뿐 아니라 오랜 세월 자신만을 바라본 하칸과의 관계도 표현해야했다. 새롭게 다가온 오스카와 아버지이자 애인, 식량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하칸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실제 하칸 역을 맡은 배우 주진모와는 서른살이 훌쩍 넘는 나이차이지만, 두 사람의 감정에 집중하려 했다.
“선배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게 어려웠어요. 선배님이 ‘네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니 어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요즘엔 여보, 여보 하면서 선배님과 얘기해요.(웃음) 일라이의 삶이 도대체 뭘까. 정말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어서 이들의 감정에 집중하려 했어요. 하칸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마지막에 ’이제 충분할지 모르겠어‘라는 대사가 마음에 아프더라고요. 오스카를 좋아하는 만큼 하칸 같은 삶을 살지 않게 하는 것도 어려워요. 일라이가 얼마나 절실한지 고독한지 생각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의 열린 결말은 꽤 오랫동안 여운을 준다. 연극을 본 이들은 과연 일라이와 오스카는 완전한 사랑을 이룬 건지 평생 일라이의 곁을 지킨 하칸처럼 오스카도 같은 삶을 살게 될지 한번쯤 생각을 해 볼 터다. 박소담이 생각하는 ‘렛미인’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란다.
“오스카가 이 삶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일라이도 뿌리치긴 했지만 결국 다시 오스카에게 돌아갔고요. 외롭고 고독한 영혼이 만나 서로를 치유해줬어요. 오스카에게 하칸의 옷을 넘겨주는 장면이 먹먹했죠. 오스카는 하칸보다 이 삶을 더 오래 못 버틸 수 있고 누군가에게 빨리 발각돼 죽음을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둘의 지금을 봤을 때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사랑하니까요. 순간순간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지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야 둘이 떠나는 장면에서 앞으로의 삶을 응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뱀파이어 소녀까지, ‘검은 사제들’에 이어 개성강한 캐릭터를 연달아 맡았다. 강렬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거침없는 성격답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며 미소를 보였다.
“우울한 성격이거나 고독을 즐기는 성격이라면 그런 걱정을 했을 거예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하하. 하지만 그건 연기이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 박지영 기자
박소담 "성형으로 따라올 수 없는 얼굴"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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