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오승환(36,세인트루이스)이 합류한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은 얼마나 강할까. 경쟁과 협력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오승환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오는 17일부터 플로리다 주피터에서 팀 훈련이 시작된다. 투수조와 포수조가 먼저 모이고, 이달 말에 야수조까지 소집하면 완전체가 된다. 경쟁은 이제부터다.
월드시리즈 11번 우승에 빛나는 명문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호 성적의 배경에는 탄탄한 마운드가 있다.
마이클 와카-카를로스 마르티네스-존 랙키-랜스 린-제이미 가르시아가 지난 시즌 선발진을 이끌었고,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중심으로 한 불펜도 균형이 잡혔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세인트루이스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니다. 월드시리즈 우승까지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전력이기 때문이다.
◆ '불펜의 핵심' 트레버 로젠탈
로젠탈의 존재감을 빼고 세인트루이스의 불펜을 논할 수 없다. 1990년생으로 매우 젊은 투수지만, 로젠탈은 2014시즌부터 세인트루이스의 뒷문을 맡고 있다. 지난해 68경기에 등판해 68⅔이닝 동안 48세이브 평균자책점 2.10으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최고 장기는 단연 16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다.
지난해 51번의 세이브 상황에서 48개의 세이브를 거두며 리그 전체 세이브 2위(1위 마크 멜란슨 51세이브)에 오른 로젠탈은 이변이 없는 한 마무리 포지션을 앞으로도 지킬 예정이다. 오승환은 다른 동료 투수들과 함께 선발과 마무리의 사이, 매듭과도 같은 중간을 맡게 된다.
경기 중반에 등판하는 투수들도 포지션은 세분화 된다. 어떤 투수는 이기는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 바로 앞 순위로 등판해 분위기를 이어주는 필승조 셋업맨 역할을 맡고, 또 다른 투수는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롱 릴리프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유형의 투수는 이기기 어려운 경기, 동점 상황 혹은 크게 지고있는 경우에만 등판한다.
불펜 투수인 오승환도 선발과 마무리 사이에서 어떤 포지션을 빼앗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시즌까지의 결과로 봤을 때, 로젠탈 바로 앞 순위로 등판하는 셋업맨이자 8회를 책임져줄 셋업맨은 케빈 시그리스트다. 시그리스트는 좌완 투수다. 지난해 81경기에 등판해 74⅔이닝을 책임진 시그리스트는 평균자책점 2.17, 피안타율 0.198로 안정적인 활약을 했다. 현재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 투수다.
하지만 오승환의 또다른 경쟁 구도인 우완 불펜 투수로 범위를 좁혀보면 승산이 있다. 현재 로스터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수 가운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우완 불펜 투수는 세스 메네스, 카를로스 빌라누에바 그리고 조던 왈든, 조나단 브록스턴 정도다. 우완 중 가장 경계할만한 투수는 왈든이다. 지난 시즌 부상 복귀 이후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몸으로 부딪혀 보겠다는 오승환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면서 얻은 최고의 행운 중 하나는 바로 주전 포수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라는 사실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 그가 가지고 있는 단조로운 구종으로는 세계 최고의 타자들만 상대하기에는 벅찰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 중에서도 "변화구 하나 정도가 더 추가되고 잘 쓸 수 있다면 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오승환은 자신이 가지고 있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접점을 찾아나가겠다는 각오다. 특별히 준비한 신무기나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구종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지니고 있는 것 중에서 가다듬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미 일본 진출 당시 성공 사례를 썼었기 때문에 가능한 답변이다. 오승환은 한국에서 뛸 때보다 일본에서 직구 구사 비율을 조금 낮추고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섞어 구사하는 쪽으로 우회 전법을 구사했다. 엄청난 변신 대신 작은 변화를 깔끔하게 다듬어 효율성을 살린 것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세운듯 하다. 미국에서 직접 동료들과 훈련하고,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느끼는 점을 보완점으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포수와 대화를 많이 할 생각"이라는 그는 "내 공을 직접 받아보는 포수가 가장 많이 알 것 같다.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더 가다듬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마무리 투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오승환이 이번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갔다. 경쟁은 치열하고 발전 없이는 생존할 수도 없다.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오승환의 전략은 어떤 결말을 불러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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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