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를 반복하는 타선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꾸준한 활약에 여기까지 왔다.
현재 프리미어 12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에는 두산 선수들만 8명이다. 그 중 투수는 장원준과 이현승 2명. 나머지 모두는 야수들이다. 김현수, 허경민, 양의지, 오재원, 민병헌, 김재호까지. 내야와 외야 각 포지션에 고루 분포해있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절대적이다. 그만큼 이들의 컨디션이 중요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지쳐있는 두산 선수들이다. 3월부터 시작된 시범경기에 144경기로 늘어난 정규시즌, 이후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가을야구를 거슬러 올라왔다. 그 뒤 하루의 휴식을 갖고 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너나없이 힘든 건 같았지만, 로테이션을 지키는 선발 투수이거나 조건이 성립할 때 마운드에 오르는 마무리투수보다는 매일 출전해온 타자들의 체력소모가 더욱 컸다. 체력적인 우려가 뒤따랐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노린 것은 따로 있었다. '실전 감각'이었다. 막판 박석민의 이탈로 3루수의 자리에 공석이 생겼을 때도 김인식 감독은 "이제까지 운동을 쉬던 선수들 보다는 방금 전까지 경기를 하다 온 선수가 낫다"며 김재호를 선택했다. 세간의 이미 정규시즌이 10월 초에 끝났던 만큼, 가을야구에 발담그지 못했던 선수들은 약 한 달의 공백을 안고 있었다. 몸을 만드는 것보다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판단이 따랐다.
이제까지는 김인식 감독의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체력적인 저하로 오는 부정적인 면보다 물오른 타격감으로 얻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큰 상황이다. 3연승으로 8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데는 특히 두산 4번타자 김현수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도미니카전 5타서 2안타 3타점, 베네수엘라전 4타수 2안타 3타점, 멕시코전 4타수 1안타 2타점 등 연달아 타점을 기록하며 고전하는 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외 선수들도 쏠쏠한 활약을 선보여주고 있다. 미국전에서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민병헌은 선발 스프루일을 상대로 침묵한던 한국 타선 속에서 유일하게 방망이로 안타를 기록했던 선수였다. 시원한 중전적시타로 결국 끌려가던 경기의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오재원, 김재호의 경우에도 팀배팅과 허슬플레이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활약 중이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한국시리즈 이후 긴장이 조금 풀린 탓인지 감기에 걸렸다던 김현수를 시작으로, 민병헌은 사구에 맞아 발등이 부은채로 경기를 뛰고 있다. 양의지가 한국시리즈부터 발가락 부상을 안고 있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상비군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막판까지 남아있던 것도 김재호가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모두가 크고 작은 부상을 안은 채 경기에 임하고 있다. 체력보다 빛나는 정신력으로 두산의 6인은 대표팀의 타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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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