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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타이베이] '수준 미달' 프리미어12, 화재도·경기장도 안알려준다?

기사입력 2015.11.16 06:00 / 기사수정 2015.11.16 03:0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타이베이(대만), 나유리 기자] "지금쯤은 8강전 경기장이 결정 됐나요?" 이번 대만 예선전에서 취재 기자단이 가장 많이한 질문이다. KBO도 딱히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결정이 안된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죠"라는 곤란한 답밖에.

지금 대만에서는 2015 WBSC 프리미어12 대회가 한창이다. 15일까지 예선전이 모두 종료됐고, 16일 8강전이 펼쳐진다. 이제부터 대회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른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은 예상보다 더 재미있는 경기를 고국에 있는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부상 선수도 많고, 전체적인 컨디션도 좋은 편은 아니지만 '동기 부여가 없을 것'이라던 이전 예측과는 달리, 다들 승리를 목표로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많은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세계 야구 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하는 프리미어12 대회는 올해가 첫 회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항마라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추진했고, 일본과 대만이 공동 개최국으로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흐름을 탔다.

KBO도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리카르도 프라카리 WBSC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사실 개막 이전부터 '일본의 들러리가 되는 것은 아니냐', '수준 낮은 대회에 너무 많은 애를 써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여전히 숙제인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 등 보완점들을 많이 남긴채 어찌어찌 개막을 맞았다. 

대만 현지에서 예선 경기들을 지켜보면서 대회 진행에 큰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국제 대회는 큰 규모나 돌발 상황, 변수 등 여러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늘 매끄러울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점들을 감안하고 봐도 과연 프리미어12가 야구팬들의 사랑을 강요할만한 수준 높은 국제 대회인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우리 대표팀은 일본 삿포로에서 개막전 겸 예선 첫경기를 치르고 대만으로 이동해 남은 예선 4경기를 치르는 이상한(?) 일정을 소화했다. 심지어 일본 측의 불허로 삿포로돔구장에서 연습 한번 해보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했다. 반면 상대팀이었던 일본 선수들은 삿포로돔에 익숙했고, 당시 선발 투수이자 일본이 자랑하는 '에이스' 오타니는 삿포로돔을 홈 구장으로 쓰는 니혼햄 소속 선수다. 상대가 부정해도 꿉꿉함이 남는다.

일본의 삿포로돔과 준결승전, 결승전이 펼쳐질 도쿄돔의 경우 시설면에 있어서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만큼 우수하다. 



대만은 사정이 또 다르다. 경기장 수준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팀이 연습, 경기를 치른 타오위안 구장과 티엔무 구장은 KBO리그의 야구장들과 비교했을 때도 조금 떨어진다. 대만 취재진도 한국 취재진들에게 "한국 선수들이 이곳 야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궁금해했을 정도다.


경기장 시설은 백번 양보하더라도 어설픈 대회 진행이 신뢰도를 더욱 떨어트렸다. 도미니카전때는 비 때문에 앞 경기가 밀리면서 한국-도미니카의 경기도 시간이 늦춰졌다. 대만은 원래 비가 많이 오는데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야외 구장에서 대회를 소화하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은 결코 아니지만, 주최 측은 우유부단 그 자체였다. 경기 시간은 당초 오후 6시에서 6시 30분으로 다시 6시 40분에서 최종 6시 55분까지 수차례나 바뀌었다. 선수들은 계속 늦춰지는 경기 시간에 맞춰 신발끈을 조였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다. 경기를 대기하면서 마땅한 장소가 없어 복도에서 스트레칭을 했던 것은 다른 부분에 비하면 해프닝이다.

다행히 예선전까지는 취소된 경기 없이 적어도 날짜가 밀리지는 않고 끝이 났다. 문제는 대만의 마지막 일정인 8강전. A조와 B조의 도합 8개팀이 타이중과 타이베이에 있는 구장에서 나뉘어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그런데 말 그대로 '8강전이 열린다'까지만 결정이 되어 있고, 주최측은 그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8강에 진출하게 됐을 때 몇 시에, 어떤 구장에서 경기를 하게 될지 알게된 것은 예선전 모든 경기가 끝난 이후였다. 선수단의 이동 경로나 스케줄, 방송, 취재 스태프의 일정, 모든 관계자들의 이동 경로가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지 시간으로 15일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공지가 됐다. 낮 경기를 치러야 하는 팀들은 당장 취침해도 쉴 시간이 부족할만큼 촉박하게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예선 마지막 경기인 미국전을 마치고 공식 인터뷰실에서 미국 감독의 승장 인터뷰를 하던 도중, 시끄러운 화재 경보기가 울렸다. 그러나 누구도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중국어로 간단한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대피를 이끌거나 영어(한국어는 바라지도 않고)로 안내 방송의 내용을 외신 기자들에게 알려주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잠시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잘못 울린 것이거니 생각하고 하던 인터뷰를 끝까지 마무리 했다.

당초 한국 대표팀은 쿠바와의 8강전이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티엔무 구장에서 하도록 배정됐다. 멕시코전, 미국전이 열렸던 곳이다. 대표팀의 숙소 역시 타이베이에 있기 때문에 티엔무 혹은 타오위엔 구장에서 하는게 베스트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내심 안도했다.

진짜 당황스러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알고보니 화재 경보기는 잘못 울린 것이 아니라 정말 불이 났던 것이다.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취재진은 구장 바깥에 몇대의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던 사실을 보고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주최 측은 공지를 바꿨다. '티엔무 구장 4층 전광판 컨트롤 관제실에서 화재가 나서 경기를 하기 어렵다. 한국-쿠바전은 티엔무 대신 타이중의 인터콘티넨탈 구장에서 열린다.' 

타이중은 타이베이에서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다. 한국식으로 바꿔 말하면, 잠실구장에서 열리기로 전날 밤 늦게 결정됐던 경기가 1시간 후 다시 대전 구장으로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모두들 황당하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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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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