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충무로의 미래를 기대케 하는 보석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로 호평 받고 있는 배우 박소담이 그 주인공이다.
박소담은 지난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에서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영신을 연기했다. 악령에 빙의한 소녀 역할을 통해 4개 국어를 펼친 것은 물론, 여배우로서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삭발과 섬뜩한 분장을 더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영화는 개봉 후 지난 26일까지 466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검은 사제들' 개봉 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소담은 관객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던 악령이 씐 여고생이 아닌, 해맑고 심지 곧은 스물다섯 살 여배우의 모습 그대로였다. 개봉 직후 대구와 부산에서 무대 인사 일정을 소화하며 예상보다 더욱 뜨거운 관객들에 반응에 놀랐다는 박소담은 영화의 흥행에도 누구보다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스크린 속의 삭발 헤어스타일보다 제법 자란 그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쑥스러운 듯 머리를 매만지던 박소담은 "스무 살 때 이런 숏컷을 해보고 싶었는데, 헤어스타일까지 짧게 해 버리면 너무 중성적일 것 같다고 친구들이 말려서 결국 단발머리로 잘랐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올해는 1년 사이에 긴 생머리, 단발, 숏컷, 삭발을 다 했더라"며 웃었다.
▲ "'검은 사제들', 단순한 엑소시즘 아닌 따뜻함 담은 작품"
'검은 사제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그지만, 사실 박소담은 올해 다양한 작품을 통해 꾸준히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6월에는 영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8월과 9월에는 각각 '베테랑'과 '사도'로 관객들을 만났다.
데뷔 2년 여 만에 굵직한 작품들 속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소화해낸 그다. 이번 '검은 사제들'의 김윤석, 강동원을 비롯해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 '사도'의 이준익 감독 등을 만나며 박소담은 누구보다 뜨겁고, 또 빠르게 성장했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에서 박소담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오디션을 통해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 온 그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 오디션 공고가 떴는데, 인물 설명과 함께 삭발을 해야 된다는 공지도 있었다. 도대체 무슨 역할이기에 이 어린 10대의 아이가 삭발을 하고 나올까 궁금하더라. 1차에서 자유연기를 했고, 2차에서는 후반부 구마예식 장면의 일부분이 있었다. 개 짖는 소리와 사자 울음소리, 알 수 없는 말들이 적혀 있는 대본을 주셔서, '도대체 이건 뭐지' 하는 생각으로 정말 엄청난 에너지를 쓰며 오디션을 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연기를 마친 후 영신의 힘든 상태가 고스란히 전해지며 눈물이 날 정도로 고됐다는 그는 "보내주신 음성파일을 참고해 3차 오디션으로 외국어 오디션을 또 봤다. 그리고 캐스팅이 됐다"고 얘기했다.
그렇게 힘들고, 또 간절하게 얻어낸 배역이었다. 극 중 박소담의 캐릭터 이름은 '영신' 한 명이지만 악령이 씐 연기를 위해서는 목소리도, 언어도 저마다 다르게 연구하고 분석해야 했다.
박소담은 "전혀 몰랐던 언어들이었고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었다. 심지어 한국말조차도 어려웠으니까. 언어들로 위압감을 주면서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를 공포에 떨게 해야 했기 때문에, 정말 수 백 번을 듣고 연습했던 것 같다"고 설명을 이었다.
저마다 다른 악령들의 목소리도 박소담의 고민을 통해 탄생했다. 그는 "묶여 있는 좁은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여러 제약들이 많지 않나. 가장 크게 다른 점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목소리라고 생각해서 목소리 톤과 발성을 계속 연습하고 준비했다"며 하이톤(중국어)과 날카로움(독일어), 저음(라틴어) 등 다양하게 선보였던 연기의 준비과정을 전했다.
"여배우로서는 선택하기 힘든 역할을 맡아서 정말 고생이 많았다"며 누누이 그를 칭찬한 김윤석과 강동원의 말처럼, 박소담은 극 후반부 40여 분간 그려지는 구마예식 장면을 촬영하며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한껏 끌어올리고, 또 분출했다.
박소담은 실제 광주의 세트장에서 한 달 동안 촬영을 이어갔던 구마예식 장면을 떠올리며 "현장에서 한참을 묶여 있다가 김윤석 선배님을 던져야 되는 신이 있었는데, 물론 와이어의 힘을 받지만 통증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팔을 뻗는 것 자체가 안 되더라. 그래서 더 이를 악 물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기간 이어진 촬영. 특히나 구마예식 장면은 서로간의 리액션을 주고받는 신이 아닌, 침대 위에 묶인 상태로 온전히 박소담 혼자 극한의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던 부분이 컸기에 그 무게 역시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박소담은 "촬영 막바지에 손이 풀린 상태로 침대를 흔들고 '컹컹' 개 짖는 소리를 낼 때가 있었다. 그 장면을 찍고서는 정말 앞으로 푹 쓰러질 정도로 엄청난 힘을 쏟았었다. 정말 밥을 든든히 먹지 않으면 힘이 나지 않을 연기였는데, 또 먹고 바로 누워있어야 하니 많이는 못 먹고 틈틈이 조금씩 챙겨먹으면서 빨리 소화시키곤 했었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구마예식이 끝난 후 김신부가 영신이를 향해 "네가 다 했다"며 오열하는 장면은 박소담이 꼽는 '검은 사제들'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는 "저도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 부분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또 한국적인 정서가 잘 담겨 있다고 느꼈었다. 실제 촬영을 했을 때도 김윤석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마음이 찡하고,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단순한 엑소시즘이 아니라 따뜻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관객 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실제의 박소담은 종교가 없고, 무서운 영화도 잘 보지 못한다. 때문에 '검은 사제들'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되고, 또 궁금했었다. 그는 "하면서 배우고 알게 된 것들이 훨씬 많다. 정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장르를, 이런 소재를 이렇게 흥미롭게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정말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감독님께서 큰일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며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 "항상 준비된, 믿음직한 배우가 될 수 있기를"
앞서 언급한 영화들뿐만이 아닌, 올해 박소담은 KBS 드라마스페셜 '붉은 달'과 온스타일 드라마 '처음이라서'를 통해 브라운관에서도 활약을 이어왔다. 박소담에게 2015년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처음'이라는 단어가 저에게 아주 크게 다가오는 해였다"고 올해를 정의한 박소담은 "작년 2월에 졸업을 하고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해와 올해 찍었던 작품들이 올해 다 개봉하면서 그 결과물들을 계속 보게 됐는데,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앞으로 또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스스로도 많이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찍은 작품들이 모두 개봉했고, 또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기 때문에 이제는 제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준비를 해야 하는 그런 시기인 것 같다"면서 의지를 다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가 끝나면 박소담이라는 아이가 누구인지, 존재 자체만을 알아주신다면 너무나 뜻 깊을 것 같다'고 생각한 그의 바람은 2015년 그가 쌓아올린 다양한 필모그래피로 증명됐다.
박소담은 "아직 제가 뭘 잘하고 뭘 못하고의 판단이 서지 않으니, 지금은 계속해서 저에게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서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해보지 않았던 역할들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을 이었다.
'사도'를 촬영할 당시 송강호는 그에게 '배우는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된다. 내가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해낼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을 건넸었다. 이를 깊이 새긴 박소담은 "작품이 없을 땐 나태해지기도 쉽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싶은 소망을 전했다.
그렇게 박소담은 이제 출발선에 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밟아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나중에 제가 조금 더 많은 작품들을 하고 많은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난 뒤에, 제 이름과 얼굴을 보고 들은 분들이 '이 배우라면 믿고 볼 수 있겠다'라고 느낄 수 있는 믿음직한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소담은 자신에게 큰 호평을 안겨준 '검은 사제들'을 '탄생석 같은 작품'으로 비유하며 "지니고 있으면 계속해서 빛을 발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언제 또 이런 연기를 해보겠나. 제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영신이라는 인물이 지금의 제 나이와 얼굴이 아니었다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텐데, 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제게는 정말 행운이어서, 너무나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며 아낌없는 애정을 전했다.
박소담에게 '검은 사제들'이 가지는 귀한 의미만큼이나, 그 역시 많은 이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행보를 지켜보고 또 응원할 소중한 존재로 그렇게 조금씩 빛을 더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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