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4:32
스포츠

[두산 V4 비하인드] '숨은 MVP' 허경민, 샴페인은 누구에게 뿌렸을까

기사입력 2015.11.01 11:05 / 기사수정 2015.11.01 11:12

이지은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궁금하면 지켜보세요. 그게 누군지."

KS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던 5차전 직전, 우승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경민은 바로 '회식'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소소한 소원이었지만 내용은 꽤 구체적이었다. "삼성이 매번 우승하고 회식하던데 거기선 대체 뭘하는지 부럽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는 게 그 이유. 실제 허경민은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와 친분이 깊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동안 열심히 갈아온 복수의 칼날(?) 때문. 자칭 '나쁜 후배'라던 허경민은 "괴롭힘 많이 당한 선배한테 샴페인을 뿌릴 것이다"라며 선언했다. 누가 그 주인공이냐고 묻자 허경민은 "직접 확인해보라"며 비죽 웃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큰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것도 다 자신이 있어서였다. 이번 포스트시즌 타선에서의 '미친 선수'를 꼽는다면 단연 허경민을 빼놓을 수 없다. 순수 안타 개수를 기준으로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8안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6안타를 때려냈던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총 9개의 안타를 더 추가했다. 가을에만 23안타를 몰아치며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시리즈 MVP가 유력하기도 했다. 1차전 4안타, 2차전 2안타, 3차전 1안타, 4차전 2안타를 기록하며 매 경기 안타를 때려냈다. 안타 기록이 없는 경기는 마지막 5차전 뿐. 하지만 그걸 빼곤 모두 다했다. 5타석에 들어서 1볼넷을 골라냈고 1타점에 1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시리즈 MVP는 5차전 스리런 홈런으로 축포를 울린 정수빈에게 돌아갔지만, 정수빈마저 "오늘 경민이가 못치고 내가 치는 바람에 아쉽지만 내가 받게됐다"며 미안함을 표했다.

허경민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등산'에 비유했던 바 있다. "넥센을 만나서는 정규 시즌 때 많이 맞아서 어렵다고 생각했다. NC를 만나서는 마운드와 타격이 둘다 좋은 팀을 어떻게 이기나 생각했다"며 "이 산을 넘으면 저 산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이만큼 올라올 지 몰랐던 것 처럼, 팀도 여기까지 올라올 지 몰랐다"고 고백도 함께 나왔다.



하지만 두산은 기어이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5차전 삼성을 상대로 13-2의 스코어로 11점차 완승을 거뒀다. 허경민에게도 소원성취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 경기가 끝난 뒤 허경민은 마운드로 뛰어나와 동료들과 얼싸안고 헹가레를 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관중들 앞에서 댄스 세리머니를 펼친 것은 물론, 그렇게 바라던 샴페인도 뿌려봤다. 고글 뒤에 숨은 허경민은 누구에게 샴페인을 겨눴을까. 이미 두산 선수단은 회식 장소로 떠난 뒤였다.

numbr3togo@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