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박건우가 자신의 역할을 잘해주면서 타선의 모양새가 좋아진 것 같다."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잠실 3차전을 5-1 승리로 가져갔다. 대구 2연전 삼성과 1승1패를 사이좋게 나눠가진 채 안방으로 돌아왔던 만큼 꼭 잡고 시작해야 하는 중요한 경기였다. 승부는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펼쳐졌고, 경기가 끝난 뒤 김태형 감독의 입에서는 '박건우'의 이름이 나왔다.
이날 공격의 선봉장은 박건우였다. 7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타점은 박건우를 결승타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팀이 0-1로 지고 있던 4회 1사 2,3루 상황에 자신의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클로이드의 바깥쪽 낮은 공을 공략했고, 결국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이어지며 주자들이 모두 홈을 밟았다. 2-1 역전을 만드는 한 방이었다.
올 시즌 두산 백업선수의 성장을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박건우다. 시즌 중반 정수빈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틈을 타 자신의 방망이로 기회를 잡았다. 이후 70경기 출전해 타율 3할4푼2리 OPS 0.912를 기록하며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주전들의 잇단 부상에도 불구하고 두산이 3위로 시즌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그 기세는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는 듯 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박건우는 연장 10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서 넥센 투수 김택형의 몸쪽 공을 제대로 받아쳤다. 결과는 2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적시타. 이로서 'PS 첫 타석 끝내기 안타'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남기며 데일리 MVP까지 거머줬다.
이후 더 큰 기회는 주어졌다. 기존에 3번으로 나서던 민병헌의 타격부진이 이어지면서 그 자리에는 박건우가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2차전 4타수 무안타, 3차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결국 4차전에서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27일 KS 2차전 선발 출전하기까지 교체투입과 결장을 반복해야했다.
제일 답답한 건 본인이었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도 많이 해봤다. 하루는 경기가 끝난 뒤 집에 돌아가 다음날 경기를 앞두고도 새벽 4시 반까지 스윙 연습만 반복하기도 했다. 그것도 잘 되지 않자 하루는 별다른 것 하지 않고 그냥 푹 쉬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타율은 여전히 1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심정이었다.
"저 오늘 수염 안 깎았어요." 3차전을 앞두고 덕아웃에 나타난 박건우는 턱을 쓸어보였다. 자신만의 징크스라도 믿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지성이면 감천인걸까. 결국 박건우는 이날 타석에서의 긴 침묵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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