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끝나고 3일 푹 쉬었어요."
넥센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은 짧고 굵었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전적 1승3패, 지난 14일 목동 4차전에서 '7점차 역전패'라는 오명을 안고 가을야구를 끝냈다. 다 잡았다고 생각한 경기가 한 순간 뒤집혔기에 충격은 더 컸다.
역전패의 중심에는 조상우(21)가 있었다. 9회 1사 1,3루 상황, 2아웃을 남겨놓고 넥센은 조상우를 선택했다. 하지만 허경민-오재일-김현수-양의지에게 단타-볼넷-단타-2루타를 내주면서 순식간에 점수는 동점이 됐고, 야수 실책에 폭투까지 겹치면서 역전까지 내줬다. 결국 조상우의 제구가 무너지면서, 넥센의 가을도 무너진 셈이었다.
어린 투수가 견디기엔 버거운 중압감이었다. 겨우 프로 3년차, 입단 첫 해엔 거의 2군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만에 리그 정상급 구원 투수로 성장했다. 150km를 넘나드는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는 최대 무기였다. 하지만 잇단 큰 무대 앞에선 장사가 없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이어 준PO 1차전과 3차전, 그리고 4차전까지 모두 마운드에 올랐고 조상우의 성적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로부터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 뒤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6일 프리미어 12 대표팀 소집일에서였다. 조상우는 "끝나고 3일은 푹 쉬었다"며 웃어보였다. 자칫 의기소침해질 수 있을만도 했지만 외려 "염경엽 감독님이 '수고했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해주셨다"며 "나는 괜찮다. 문제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쁜 기억은 금방 털어냈다. 그리고 곧 첫 국가대표 마크를 달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체력적인 문제에 대해 묻자 조상우는 "시즌이 끝나고도 개인적으로 훈련은 계속 했다. 몸상태는 8~9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자신있게 답했다. 준PO가 '조상우 시리즈'라고 불렸을만큼 혹사 논란도 불거졌지만, 본인은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포스트시즌에 이어 국가대항전까지 또 한 번 이어지는 큰 무대였다. 아예 긴장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터, 조상우는 "워낙 좋은 투수 선배들이 많아서 낄 데도 없을 것 같다. 어떤 보직을 받을지, 어떻게 쓰일지도 예상하지 못하겠다"며 목표를 꼽는 것 자체도 어려워했다.
그래도 부담보다는 설렘이 컸다. 조상우는 "처음인 만큼 위에서 시키는 대로 뭐든 다 해보겠다.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짐했다. 투수조 막내에 걸맞는 달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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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