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산 넘어 산이다. 본격적인 포스팅 절차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롯데 자이언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포스팅 시스템이란 국내 프로야구선수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거치는 공개입찰제도다. 자유계약(FA) 신분이 아닌 선수가 포스팅에 나서면, 그를 메이저리그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적료를 제시한다. 그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과 먼저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최고액이 터무니없이 낮을 경우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문턱인 셈이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계속 돌부리에 걸리고 있다. 처음엔 포스팅 가능 여부 자체가 문제가 되더니, 이제는 포스팅 시기를 두고 말이 엇갈린다.
▲ 한 지붕 두 자식,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먼저 의사를 밝힌 쪽은 손아섭이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손아섭은 공식적으로 구단에 자신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황재균도 움직였다. 역시 포스팅 절차에 참여하고 싶다며 구단에 알려왔다. 한 구단에서 두 명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KBO리그의 규정상 그 해 한 구단에서 포스팅에 참가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한 명, 두 명의 모두 동시에 시도하는 건 불가능했다. 해외로 선수자원이 과하게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손아섭과 황재균 중 한 쪽의 손을 들어줘야 했기에 둘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는 민감한 일이었다. 조원우 롯데 신임 감독조차도 가장 먼저 둘을 불러 면담을 실시한 뒤 "누가되든 서로 축하하고 격려해줘라. 실패해도 실망하지 말라"며 당부했을 정도였다.
지난 25일 롯데는 어려운 결정을 비교적 지혜롭게 풀어냈다. 최근 5년간 개인 성적, 팀 기여도의 척도인 연봉, KBO기구의 대표팀 발탁횟수 및 언론의 시각에서 판단하는 골든글러브 수상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先손아섭 後황재균'이 원칙을 세웠다. 손아섭에게 먼저 기회를 주되, 실패시 기회는 곧바로 황재균에게 넘어가는 식이었다. 모두에게 기회를 열어둘 수 있는 최선책이었기에, 구설도 이 선에서 봉합되는 듯 했다.
▲ 先손아섭 後황재균, 사실상 빛좋은 개살구?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향후 일정에 난관이 있었다. 손아섭은 11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 12' 야구 대표팀에 차출돼 길게는 21일이 돼야 일정을 마친다. 그 뒤 한국에 돌아온다고 해도 4주간의 군사 훈련이 손아섭을 기다리고 있다. 일정상 11월에는 당사자가 계약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셈이다.
26일 서울 독산동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 소집에 모습을 드러낸 손아섭은 "계약은 결국 본인인 내가 해야한다.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데까지 늦추고 싶다"며 자신의 의사를 전했다. 이어 "애초에 11월 초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 한국시리즈 끝나고 나서도 시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12월에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미 구단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구단에서 신경 써서 결정해 줄거다. 나머지 부분도 구단과의 상의가 우선 필요하다. 크게 지금 상황에서는 말할 게 없다"라며 갈음했다.
이렇게 될 경우 황재균이 난감해진다. 류현진, 강정호 등 지난 메이저리거들의 전례를 볼 때, 포스팅 시작-협상-계약까지는 최소 40일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12월부터 절차가 시작될 경우, 실패한다고 해도 1월이 돼야 황재균의 차례가 시작된다. 하지만 1월이면 각 팀들은 어느정도 새 시즌 윤곽을 잡아놓은 상황, 게다가 협상을 치를 2월이면 이미 스프링캠프가 시작된다. 사실상 황재균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오기는 어려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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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number3tog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