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가을야구는 너무나 허무하고도 가슴아프게 끝이 났다. 하지만 만약 양훈(29)이 없었더라면? 이 쓰라림은 더 일찍 찾아왔을 지 모른다.
넥센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에서 7점을 따라잡히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고,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했던 양훈은 6⅓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4실점(3자책점)을 기록한 뒤 9-2로 앞선 7회 승리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피안타는 많았지만 병살타 3개를 이끌어내면서 위기를 모면했고, 타선의 지원까지 받으며 포스트시즌 첫 승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이어 나온 7점 차의 점수 차를 지키지 못하면서 승리는 날아갔다.
지난 1차전에서도 5⅓이닝 5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쾌투를 보였지만 넥센이 역전패를 당하며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양훈이었다. 그리고 3일 휴식 후 등판에 탈락과 직결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제몫을 다했지만, 결과는 뼈아픈 패배, 그리고 탈락이었다.
그럼에도 양훈의 투구는 빛났다. 시즌 내내 토종 선발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던 넥센이었다. 라이언 피어밴드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어쩌면 믿을 수 있는 선발은 앤디 밴헤켄 하나였다. 토종 선발은 전무했다.
그 속에서 양훈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지난 4월 트레이드로 한화에서 넥센으로 팀을 옮긴 양훈은 2군에서 체중과 근육량을 늘리고 구속을 끌어올렸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등판해 정규시즌 마지막 세 경기에서는 선발로 등판해 호투했다.
그리고 양훈은 자신의 첫 가을야구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빛냈다. 염경엽 감독은 일찌감치 양훈을 포스트시즌에서의 3선발로 점찍었고, 생각보다 더 빨리 등판하면서 1차전과 3차전 두 번이나 마운드에 올랐다. 염경엽 감독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양훈이 없었다면 경기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며 신뢰를 보였다.
정규시즌을 마무리 할 당시 염 감독이 가장 아쉬웠다고 밝힌 부분이 바로 선발진이었다. 비록 올해 넥센의 가을은 아팠지만,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양훈이 보여준 가능성은 그 상처를 덮는 작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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