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지은 기자] 타자에겐 반갑지만 투수에겐 반갑지 않은 기록이 있다. 바로 '볼넷'이다. 일반적으로 타자에게 볼넷이 많다는 건 선구안이 좋음을 의미하지만, 투수가 볼넷이 많다는 건 제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느 팀보다도 한화 이글스에게 반갑지 않은 기록이 볼넷이다. 올시즌 한화 투수진의 볼넷 개수는 총 598개. 2위 kt와 비교해 59개의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볼넷 하나를 공 4개로만 기록했다고 해도 무려 236개의 공을 더 던진 셈. 반면 탈삼진 갯수는 860개로 리그 최하위였다.
볼삼비(K/BB) 지표에서도 불안한 제구력이 드러난다. K/BB는 볼넷 하나당 삼진 갯수를 말한다. 즉, 숫자가 클수록 제구력이 좋다는 의미다. 현재(18일) LG 우규민이 131이닝 103탈삼진 15볼넷으로 K/BB 6.87에 달하며 리그 1위. 이어 삼성 윤성환, LG 소사, NC 해커가 5점대를, NC 해커는 4점대를 기록 중이다. 그 외 NC 스튜어트, 삼성 안지만, SK 정우람, NC 손민한, 롯데 린드블럼, 삼성 클로이드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에서 에스밀 로저스 한 명 만이 3점대(3.19)의 볼삼비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2점대로 양호한 박정진(2.36)과 윤규진(2.29)은 후반기 등판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 배영수(1.50), 송창식(1.47), 탈보트(1.38), 안영명(1.33) 김민우(1.32) 등 올시즌 마운드를 지켜온 투수 자원들의 볼삼비는 모두 리그 하위 10위권에 속한다.
물론 작전상 볼넷이 필요할 때가 있다. 비워있는 1루를 채워 병살타를 유도하거나, 잘치는 타자와의 상대를 피하고 다음 타자와 승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볼넷은 언제든 악수가 될 수 있다. 주자에게 베이스 하나를 거저 내주는데다가 투구수까지 많아진다. 게다가 발 빠른 주자일 경우 견제에도 신경써야 한다. 도루를 잡아내지 못하면 아웃카운트 하나 없이 순식간에 득점권까지 내주게 된다. 여기에 후속타자의 적시타만 터지면 1안타로도 1득점이 가능해지는 셈. 게다가 이게 선두타자 볼넷이면, 적시타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3명을 적어도 상대해야 한다. 볼넷이 주로 '비효율'로 이어지는 이유다.
결국 볼넷의 비효율성은 경기시간에서도 나타난다. 올시즌 한화의 경기 평균 소요시간(9이닝 기준)은 3시간 31분으로, 리그 최장 경기시간을 기록한 팀이 됐다. 선수들의 피로도 누적될 수밖에 없는 터. 특히 마운드에서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며 이닝을 길게 가져가는 경우, 야수들의 집중력 저하와 체력 소모는 불가피하다. 지난 1일 '6이닝 1볼넷'만을 기록하며 시즌 9승을 챙긴 안영명도 "오늘 템포를 빠르게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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