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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After GSL] 테란 고병재, 메카닉의 끝에서 바이오닉을 외치다

기사입력 2015.09.14 11:01 / 기사수정 2015.09.14 11:01

박상진 기자

올해 마지막 시즌인 2015 핫식스 GSL 시즌3에 진출한 32명의 선수 중 MVP 소속 테란 고병재는 약체로 분류된 선수 중 한 명이다. 고병재는 2012 GSL 시즌1 4강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보이지 못했고, 약 3년간 32강과 16강에 머물렀던 선수다. 

그러나 고병재는 지난 11일 벌어진 16강 D조에서 이신형에 패했지만 원이삭과 이영호를 격파하며 8강에 진출, 일약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일 경기가 진행되기 전에 고병재가 8강에 진출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 역시도 고병재의 8강 진출에 물음표를 떠올렸지만 최근 프로리그 선전과 더불어 테란전 양상이 메카닉 위주로 흘러가는 점에서 고병재가 활약할 거로 생각했다.

고병재는 내가 선수로 활동하던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메카닉을 운용한 흔치 않은 테란이었다. ‘메카닉 장인’ 이라고 불리던 고병재는 테란의 체제자 바이오닉에서 메카닉으로 넘어가며 이번 시즌 32강에서 어윤수와 이병렬을 모두 잡아냈고, 16강 조 지명식에서는 자신이 원하던 조가 완성됐다고 이야기할 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조 지명식에서 보인 고병재의 자신감에 나는 의문을 가졌다. 고병재가 속한 D조에는 테란전에 특히 강하고 고병재의 천적인 원이삭, 해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량을 다시 끌어올린 이신형과 함께 지난 시즌 GSL 4강에 오른 이원표를 꺾으며 자신만의 메카닉 체제를 완성한 이영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카닉이 테란의 대세로 떠오르며 고병재의 시간이 찾아왔지만 주위에 힘든 상대만 있었다.


이러한 예상을 비웃듯 고병재는 원이삭을 2대 0으로 격파했다. 하지만 한껏 기세가 오른 고병재도 이신형을 상대로 아쉽게 패배하며 최종전을 기다렸고, 최종전에서 이영호를 격파하며 8강에 올랐다.

이날 고병재의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경기는 이신형과 벌인 승자전 1세트 경기였다. 이 경기가 벌어진 철옹성에서 많은 테테전이 벌어진 가운데 조성주같이 바이오닉에 자신 있는 테란이 메카닉 테란을 격파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바이오닉 테란이 아무리 경기를 운영으로 잘 이끌어 가도 결국 메카닉의 견고함을 무너뜨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병재는 메카닉의 달인답게 메카닉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고, 메카닉을 선택한 이신형의 단단함을 바이오닉의 날카로움으로 격파했다. 

이신형은 최근 테테전에서 밤까마귀를 먼저 생산한 후 사령부를 건설하는, 초반과 중반 타이밍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 찌르기를 막아낸 후 후반 병력 운용으로 역전하는 스타일이다. 이것을 간파한 고병재는 경기 초반 정찰보다는 자원 수급에 힘을 줬고, 상대가 대각선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두 번째 사령부를 올리며 메카닉이 아닌 바이오닉을 선택했다.

바이오닉 테란이 메카닉 테란에게 승리하려면 상대보다 자원력이 앞서야 하고, 상대 조합이 갖춰지기 전 효과적인 소모전으로 최대한 상대의 조합 완성을 늦춰야 했다. 고병재는 이날 이 두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사진 정찰과 밴시 견제로 상대 체제를 확인하자 바로 추가 확장을 가져갔고, 상대의 공성 전차를 계속 줄여주는 와중 이신형의 확장 의도를 확인하자 다시 한 번 세 번째 확장을 따라가며 자원에서 계속 앞서갔다.

상대 메카닉 완성도를 견제로 늦춰가던 고병재는 바이오닉에서 스카이 테란을 체제를 변환했다. 이신형 역시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진출을 시도했지만, 고병재는 바이오닉의 장점인 빠른 병력 회전을 이용해 효율적인 소모전을 벌이며 체제를 전환할 시간을 벌었다. 


결국 자원이 고갈되며 마음이 급해진 이신형은 병력을 모아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고병재는 의료선 견제로 바이오닉 병력을 효과적으로 줄이며 만든 여유 인구수로 밤까마귀와 전투 순양함을 생산하며 마지막에는 소모전이 아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병재는 이후 두 세트를 이신형에게 내주며 조 1위 진출은 실패했지만, 최종전에서 이영호를 꺾고 8강에 오른 고병재는 자신의 커리어 하이인 4강에 다시 도전한다.  


고병재를 예전부터 보면서 이번 경기만큼 그가 대단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이신형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기세와 실력 모두 밀리고 있던 고병재의 1세트 경기만큼은 그 어느 테란보다도 대단했다. 고병재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대를 분석하고 완벽하게 경기를 설계했다. 경기 내에서도 자신을 믿으며 과감하게 확장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이며 나는 이번 시즌 고병재는 8강을 넘어 4강과 결승에 오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단의 심장 마지막 시즌이지만 고병재는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대회다. 고병재는 4년 동안 아쉬운 패배를 당한 적이 많았다. 만약 고난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했다면 고병재는 메카닉 테란이 대세가 된 절호의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낸 고병재는 군단의 심장 마지막 GSL에서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병재의 8강 상대는 한지원이다. 스타리그 결승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만개한 한지원을 상대로 과연 고병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4년 동안 기다린 고병재의 메카닉이 드디어 빛을 발할 무대는 충분하다. 이 무대에서 이신형과 벌인 1세트 경기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고병재의 결승도 결국 꿈만은 아닐 것이다.

vallen@xportsnews.com 글=박진영(GSL 해설위원), 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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