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최근 세계 축구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은 자신들의 리그에 이름 있는 스타들을 수혈하면서 유럽이 아니라면 중동 혹은 미국으로 향했던 선수들의 이적 흐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도 긴장하고 있다. 자국 K리그와 J리그에서 뛰던 좋은 선수들을 중국 슈퍼리그로 보내야 하는 아픔도 불가피하게 겪어야 했다.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주장과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축구시장에 대한 반성이 일면서 한국과 일본의 축구계에서는 중국의 물량공세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중 일본의 한 기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건네줬다. 동아시안컵이 열린 중국 우한에서 만난 후지TV 나오키 오쿠무라 기자는 "중국 슈퍼리그가 몇년 안에 일본 J리그의 하락세를 그대로 경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는 지금의 슈퍼리그가 1990년대 일본 J리그의 풍경과 닮았고 이들이 했던 실수를 중국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견해였다.
1990년대 이름 있는 노장들의 J리그 러시
오쿠무라 기자가 내놓은 의견에 배경이 되는 시기는 1990년대 일본 J리그가 한창 새롭게 도약하던 시절이다. 1993년 J리그는 출범한 이후 당대 세계에서 명성이 있는 노장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많은 돈을 들였다. 자신들의 리그를 최고의 무대로 만들고 축구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위함이었다.
누구나 들으면 알 법한 이름의 선수들이 J리그를 누비던 시절이 그때였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레전드로 불리는 게리 리네커는 1993년과 1994년 사이 나고야 그램퍼스에서 활약했고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모두 활약했고 현재 스완지시티와 레퀴야 등을 거치면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미카엘 라우드럽 역시 1996년부터 1997년 사이 빗셀 고베 유니폼을 입고 뛴 바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지휘봉을 쥐고 있던 카를로스 둥가도 선수생활의 정점을 찍던 1995년부터 1998년 사이 주빌로 이와타에서, 같은 브라질 출신 베베토가 2000년 3월에 가시마 앤틀러스에 입단해 화제를 뿌린 바도 있다. 좋은 축구환경기 조성되면서 J리그에서는 한국 선수들도 대거 이동하면서 J리그의 붐이 조성되기도 했다.
기대가 컸던 영입의 효과는 결국 실망으로만 돌아왔다. 돈으로 스타들을 데려와 시장을 키우는 방식에는 역시 한계가 있었고 리그가 가야 할 정답은 아니었다. 오쿠무라는 "J리그는 투자를 하던 90년대말과 2000년대 초반을 지난 뒤를 기점으로 점차 하향세를 그리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면서 "심각성을 깨달은 J리그는 최근 각 도시와 구단 간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강화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지금의 중국은 일본이 했던 과거의 과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인 선수들이 가지는 리스크도 분명히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국인 선수가 가지는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일명 '먹튀'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부분 자기 관리와 성실성에서 문제가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돈으로 만들어지는 서로 간의 관계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 J리그도 이와 같은 실패작들을 어쩔 수 없이 나왔다. 브라질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던 베베토는 J리그에 와서 거금을 들였던 구단에 실망감만을 안겨다줬다. 2000년 138만 달러(한화 약 16억 원)에 가시마로 이적한 베베토는 무릎 부상으로 인해 8경기에서 고작 1골에 그쳤다. 단적인 예로 많은 돈을 받고 광저우 헝다 유니폼을 입은 호비뉴가 다음 시즌 얼마나 많은 경기를 뛰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한 팀에 대한 결속력이 이들에게 있을 지도 의문이다. 얼마나 팀에 대한 애착을 갖고 경기에 나서느냐는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금은 많은 돈을 받고 팀에 와서 좋은 활약을 펼치더라도 팀보다는 돈을 보고 왔기 때문에 언젠가 연봉이 오르지 않거나 낮아지면 떠날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오쿠무라는 "중국에도 최근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에서 온 선수들이 다시 경기를 뛰기 위해서 슈퍼리그에 도전하지만 결국은 돈이 되지 않으면 내년에 당장 떠날 수도 있는 선수들이다. 지금의 상황이 좋은 현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중국에는 긍정적인 전망들이 있다. 한 중국기자는 지금의 외인 선수들의 유입이 자국 선수들의 기량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축구의 부흥과 국민 전체의 단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순기능이 있으면 그만큼의 리스크도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좌우한다. 지갑을 과감하게 열고 있는 현재의 중국이 앞으로 어떤 결말을 내놓을 지 모든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파울리뉴를 보기 위해 몰린 중국 축구팬들 ⓒ AFPBBNews=news1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