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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리포트] 13번의 북한전 패배, 윤덕여호에겐 자신감으로

기사입력 2015.08.08 08:05 / 기사수정 2015.08.08 08:10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한국 여자축구는 항상 북한에게 약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북한을 넘지 못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그동안 북한에게 당한 패배는 결코 헛된 일은 아니었다.

이번 동아시안컵 맞대결도 지난 패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상대의 허점을 얼마나 파고드느냐에 승리 여부가 걸려 있다. 13번 당한 패배는 북한전을 앞둔 윤덕여호에게 불안감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은 8일 중국 우한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북한과 2015 동아시안컵 3차전을 벌인다. 이미 2연승을 거둔 한국과 북한 중 이기는 쪽이 이번 대회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 한국이 차지할 경우 2005년 이후 10년만에 동아시안컵 왕좌를 되찾게 되는 것이다.

우승까지 남은 것은 1승인데 상대가 북한이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여자대표팀은 북한만 만나면 작아졌다. 15번 싸워서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나머지는 1무 13패로 열세를 보였다. 지난 2005년 동아시안컵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할 당시 북한과의 경기를 1-0 승리로 장식한 이후 북한을 꺾어본 적이 없다. 그 이후에는 내리 8연패하면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중요한 대회의 고비처마다 발목을 잡혔다.

좋지 않은 기억들 투성인데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살아있다. 북한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훈련에서도 선수들은 밝게 공을 차면서 북한과의 일전을 대비했다. 지난 13번의 패배에 따른 '공북증'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정설빈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북한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보면 우리가 북한에게 아쉽게 진 경기가 많다. 내일은 꼭 이겨야 한다. 매번 넘지 못했던 고비를 넘길 힘만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킬러'라고 해도 될 만한 북한을 상대로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는 이유는 지난 13번의 패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을 상대로 13번이나 패하면서 여자축구는 성장세를 그려왔다. 1990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본선에서 우리나라는 북한에게 0-7로 대패하면서 악연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졌지만 실력의 격차는 점차 줄어들었고 점수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2003년 태국 방콕에서 벌어졌던 AFC 여자선수권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상대로 무승부를 일궈내면서 세계에서 강호로 불리는 북한을 상대로 태극낭자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최근 거둔 8연패도 모두 1점차 패배라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대표팀은 선제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전반 막바지에 동점을 허용하고 후반전에 무너졌던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정설빈이 멋진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이후 수비가 연이어 무너지면서 1-2로 역전패한 바도 있었다.

13번의 패배가 다 같지 않았기에 여자대표팀은 북한전을 앞두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기에 가능했다. 정말 13번의 패배는 그저 단순한 수치에 불과했다. 윤덕여 감독도 지난 패배를 통한 정신무장이 이번 경기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윤 감독은 "대다수 우리 선수들이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아쉽게 북한에 패해서 정신적으로 잘 무장 돼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이 감독의 생각과 의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좋은 선물을 해주리라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붙어보고 패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상대하는 법도 충분히 익혔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힘을 앞세워 들어오는 북한의 특성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대표 공격수 라은심의 움직임도 예상이 가능하다.

라은심은 88년생으로 전가을, 조소현 등 대표팀 선수들과 동갑내기 적이다. 여자부 4개팀이 같은 호텔에서 묵는 이번 동아시안컵 기간 중에도 전가을 등은 라은심과 호텔에서 몇번 마주치면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많은 경기에서 적으로 만난 탓에 서로를 또 잘 알고 있어 라은심의 특성과 강점들을 대표팀내 언니들이 어린 선수들에게 자주 이야기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수비수 황보람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 라은심을 꼽으면서 "주변에서 스피드와 힘이 뛰어난 선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나도 스피드와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물러서지 않고 최대한 잘 막아보겠다"며 라은심 봉쇄에 대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윤 감독 역시 북한에 대해 "체력적으로 상당히 강한 팀으로 롱볼을 위주로 해서 상대의 뒷공간을 노리는 경기를 펼친다"면서 "무승부는 의미가 없다. 북한이 공격에 가담하는 양 측면을 공략해야 한다"고 이번 경기 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여자축구대표팀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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