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우한(중국), 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이 동아시안컵 우승에 1승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사실 당초 대회에 대한 목적은 이것이 아니었다. 젊은 기대주들로 구성된 대표팀으로 맞서 새로운 기회의 장을 열고자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결국 이러한 부분들은 좋은 효과를 거두면서 한국은 동아시안컵에서 우승과 새로운 세대의 발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기대주로 도약한 이들이 많다. A매치에 처음 데뷔한 김승대와 이종호, 권창훈 등을 비롯해 이재성 등은 향후 대표팀의 5년에서 10년을 이끌 선수들로 평가받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천천히 단계를 거쳐서 벌어진 등장이다. 대다수는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면서 재능을 인정받은 이들이었다. 이들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차츰 대표팀의 보석들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한 슈틸리케 감독은 곧장 대표팀의 멤버로 발탁하는 서두름보다는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을 선택했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제주전지훈련에 아시안게임의 주역들을 불러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1월 호주아시안컵에서는 이들을 제외해 다음 기회를 노렸다. 8월 동아시안컵은 기다림 끝에 찾아온 무대였다. 잠시 접어뒀던 젊은 세대들을 슈틸리케 감독은 불러모아 동아시안컵 2경기에서 그들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신세대들의 가장 큰 힘은 '축구 지능'이었다. 과거에 비해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들은 그들의 특성이 점차 변화했다. 처음에는 좋은 체격조건과 힘, 체력이 우선시됐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과 강점은 달라졌고 이제는 기존의 활동량 등 체력을 바탕에 두고 '축구 지능'이 에이스들의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이들의 활약상은 높은 축구 지능을 확인하게끔 한다.
축구 지능은 곧 순발력을 의미한다. 장면마다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패스의 길과 공격루트가 있는데 이를 잘 간파하고 직접 그라운드 위에 만들어낸다. 각자의 능력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공격수 김승대와 이종호의 움직임과 센스는 좋은 축구 지능을 대변해준다. 김승대는 '줄타기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큼 상대 수비라인을 깨는 데 강점이 있다. 전체적인 라인을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시야는 물론 타이밍을 잡아내는 판단능력이 없다면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종호 역시 가장 좋은 위치로의 움직이는 활동 반경이 좋다. 지난 중국전에서 일명 '베르캄프 터치'로 골을 넣었듯이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가장 좋은 슈팅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이다.
이재성과 권창훈은 패스길을 잘 알고 있는 미드필더들이다. 특히 이재성은 중앙이든 측면이든 침투 패스가 상당히 예리하다. 중국전에는 선발, 일본전에서는 교체로 나섰던 이재성은 경기 분위기를 읽어내고 가장 좋은 위치로 움직여 막혀 있던 대표팀의 공격의 실마리를 매번 풀어냈다. 권창훈 역시 상하좌우 제일 유리하게 연결될 수 있는 패스길을 찾아 공을 중원에서 뿌려주고 있다.
이번 북한전에서도 이들의 축구 지능은 매우 중요한 무기로 떠오른다. 대표팀은 특히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어낼 수 있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들의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한 번뜩이는 움직임과 패스는 북한의 골문까지 더욱 잘 움직일 수 있게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김창복 감독이 김승대를 경계대상으로 지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은 "지난해 12월 제주 소집땐 K리그 시즌이 끝나고 준비가 덜 된상태였다. 제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었다. 시즌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소속팀에서 출전하고 하니 경기력이 올라간거 같다"면서 북한전에 대해서는 "북한은 피지컬과 강한 정신력을 지녔다. 롱볼 플레이 스타일이다. 잘 분석해서 우리만의 플레이를 펼치는게 중요할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대도 "북한전에 맨투가 경계가 들어오면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더 뛰겠다. 나도 그런 맨투를 이기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김승대, 이종호, 이재성 ⓒ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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