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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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홍민기의 4년 - 3 매드라이프, 그의 사람들과 꿈

기사입력 2015.08.06 08:50 / 기사수정 2015.08.06 13:44

박상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상진 기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다면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 중 직접 부딪히는 사람도 있고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와 함께해온 '매드라이프' 홍민기 역시 많은 선수와 함께 지내고, 같이 게임 하고, 때로는 경쟁자로 외나무다리 반대편에서 서로를 노려보기도 했다.

과연 홍민기는 자신의 동료, 친구, 그리고 라이벌에 대해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을까? 이번 인터뷰의 마지막으로 홍민기의 4년 동안 만난 사람들, 그리고 챔피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홍민기와 나눈 인터뷰는 총 3번에 나눠 게재되며, 이번 편에는 그의 동료와 경쟁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 첫 편에서는 홍민기와 가볍게 나눈 이야기가, 두 번째 편에서는 그의 동료와 경쟁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4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 오면서 많은 챔피언을 다뤘을 텐데. 홍민기에게 매년 특별했던 챔피언은 어떤 것인지?

2011년은 역시 블리츠 크랭크일 거 같다. 2012년 롤챔스가 시작하기 전 인비테이셔널 대회가 있었는데 결승에서 CLG를 만났다. 당시 CLG는 TSM처럼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이라 우리도 이길 거라 생각 못 했다. 하지만 1세트에서 알리스타, 2세트에서 잔나로 플레이했는데 두 세트 모두 예상을 뒤엎고 우리가 이겼다. 지는 게 당연한 게임에서 이긴 거라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2012년은 저 두 챔피언이 기억에 남는다.


다음 해인 2013년에는 역시 쓰레쉬가 최고였고, 2014년에는 어떤 챔프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정말 뭘 해도 졌다. 롤 자체가 나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양 불편했달까. 올해는 진행 중이지만 여태 내가 해봤던 모든 챔피언을 한 번씩 해본 거 같다. 그래도 역시 브라움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탐 켄치처럼 새로 나온 챔피언도 연습하고 있다.

서포터 포지션에서 매년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첫 해인 2011년에는 EDG(현 나진 e엠파이어)의 '비닐캣' 채우철 코치와 지금 롱주 IM에서 활동 중인 '라일락' 전호진이 기억난다. 하지만 2011년은 같은 포지션을 신경쓰기 보다는 각 팀의 플레이메이커 격인 선수들을 막는 게 중요했다. 예를 들어 MiG에서는 '로코도코' 최윤섭이나 '빠른별' 정민성, EDG에서는 '모쿠자' 김대웅이나 '막눈' 윤하운 등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선수가 더 기억난다.

2012년에 만났던 선수 중 기억나는 서포터는 Team OP의 '임팩트' 정언영 선수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유틸리티 서포터가 아닌 팀을 지키는 단단한 서포터를 수준급으로 다루는 걸 보고 배울 게 많았다. 레오나 서포터를 과감하게 사용해서 우리를 이겼던 일도 있었다. 결국 서포터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옮겼지만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선수였다.

2013년에는 쟁쟁한 서포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중 삼성 '마타' 조세형이나 SKT의 '푸만두' 이정현이 기억난다. 이정현은 과거 카오스에서 활약했고, 이후 군대에 갔다가 전역한 뒤 롤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게임 이해도가 엄청났다. 정말 천재가 있다면 이런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세형은 공격적인 데다가 전투를 시작할 때 어떻게 싸울지 미리 다 계산해두고 시작한다. 2대 2나 3대 3 같은 교전에서는 귀신같이 이기더라. 조세형은 2013년도 잘했지만 역시 2014년이 최고였던 거 같다.

SKT와 결승에서 조세형이 애니 서포터를 들고 나왔다가 무난히 진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게임에서 만나면 사람이 달라진 거 같았다. 엄청난 시련을 겪고 일어난 사람처럼 게임 내에서 독기가 느껴졌고, 그런 모습을 보던 나도 상대에게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올해가 다 가지는 않았지만 나진 '퓨어' 김진선과 쿠 타이거즈 '고릴라' 강범현이 인상 깊다. 김진선은 그렇게 잘하는 선수라고 느끼지 않았지만 최근 쿠 타이거즈와 경기를 보니 정말 움직임이 좋더라.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장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강범현도 선수 생활을 오래했다. 나진 쉴드 시절부터 시작해서 공백기가 있었지만 쿠 타이거즈에서 다시 활동 중인데, 플레이를 정말 유기적으로 한다. 아군에 커버가 필요하면 바로 들어가고, 타워 다이브가 필요하면 과감하게 나선다.

'피카부' 이종범도 기억에 남을 선수다. 스프링 시절 쿠 타이거즈의 전승을 아무도 막지 못하던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 쓰레쉬로 플레이하는 걸 보니 조세형이 생각났다. 게임을 공격적으로 잘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다른 포지션이지만 '페이커' 이상혁에게 받은 느낌도 궁금하다.


일반적으로 선수라면 게임을 좋아하고 이기면 더 잘하고 싶고, 지면 화를 낸다. 그런데 이상혁을 보면 롤이 이상혁이고, 이상혁이 롤 같다. 어떻게 해야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 저런 걸 어떻게 배우고 알아내는지 감탄하는 플레이가 계속 나온다. 왜 한국에서 이런 선수를 만나야 하는지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막막할 정도다. 정말 미드 포지션 선수 한 명이 피지컬로 게임을 지배하고 계속 독주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 그리고 이상혁은 현재 진행형 선수라는 점도 대단하다.

지금 함께 팀에서 플레이하는 '샤이' 박상면과 '앰비션' 강찬용, '코코' 신진영, '스페이스' 선호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박상면은 나만큼이나 오래 선수 생활을 했다. 그리고 캐리형 챔피언이 아닌 팀플레이를 위한 챔피언을 계속하는 게 대단하다. 예전 탑 라이너 점화 주문을 들고 날뛰는 게 정석이었지만, 요즘은 텔레포트 주문을 들고 다른 라인 갱킹도 가주고 갱킹도 받아내주며 적재적소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포지션이다. 정언영 이후 탑 라이너가 이렇게 변화했고, 박상면도 이런 플레이에 능하다.

게임 메타가 바뀌어도 박상면은 잭스나 이렐리아를 잘할 거 같다. 어떤 메타가 오더라도 계속 노력하고, 잘하는 챔피언은 그 메타에 맞춰 잘 할 거다.

블레이즈가 있던 시절 가장 무서웠던 선수라면 강찬용이었다. 원래 미드 라이너였는데 상대 선수들을 압도하고 다닐 정도로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다. 1팀 체제로 변하며 미드에서 정글러로 전향했는데, 경기 감각은 여전하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연습량을 늘려서라도 메우는 선수다. '프로'라고 하면 이정도는 돼야한다는 걸 보여주는 게 강찬용이다.

신기한 건 강찬용은 연습 때나 경기 때는 정말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는데, 놀 때도 진짜 프로답게 잘 논다.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놀 때는 노는데 집중하고, 나도 강찬용에게 프로에 대해 많이 배웠다.

신진영은 제닉스 스톰 시절 처음 상대했는데, 경기는 쉽게 이겨도 '이 선수는 잘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신진영이다. 무뚝뚝하지만 피지컬이 좋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멋지다. 그리고 CJ에 와서 본인의 실력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같이 바텀 라인에서 경기하는 선호산은 잘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고 게임에 대해 연구하면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가 될 수 있는데, 그 단계를 넘어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 같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없던 길도 보이고 더 잘할 수 있는데 그 선을 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못하는 건 아니다.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력으로 바꾸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매드라이프 하면 따라오는 선수는 역시 '로코도코' 최윤섭과 '건웅' 장건웅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최윤섭을 어떻게 버텨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정말 '천방지축'이라는 단어가 그나마 최윤섭을 순화해서 나타내는 단어일 정도다. 게이머로서 지식도 풍부하고 북미 선수라 그런지 내가 몰랐던 걸 알려주며 서포터인 나를 키웠던 거 같다. '내 서포터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하는 듯이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다. 당시에는 배우는 거 자체가 재미있어 최윤섭에게 잘 적응한 거 같은데, 당시 '미국 사람들은 생각하는 게 다 이런가?'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했다. 그래도 내 게임 실력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게 최윤섭이다.

장건웅은 동네 형 같은 느낌이다. 게임을 안 했더라도 장건웅을 만났더라면 친하게 지냈을 거 같다. 내가 힘들어하면 잘 다독여주고 데리고 나가서 기분도 풀어줬다. 팀장으로 힘들 때 무너지지 않고 다른 팀원들을 돌봐주는 능력이 대단했다.

선배로서 2팀에 있는 선수를 소개하자면.

2팀 선수들을 보면 어둠x지존 시절의 우리 팀을 보는 거 같다. 게임을 재미있어하고 다섯 명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응원하고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 싸우기도 하지만 잘 지낸다. 이 선수들은 다 잘 할 거 같다.

헬퍼 '권영재'는 2팀의 맏형으로 게임을 똑똑하게 한다. 같이 게임을 해보면 탑 라이너에서 등대처럼 게임을 살피고 지시하고, 때로는 직접 도와주러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게임 외적으로는 귀여운 강아지 같다. 붙임성도 좋고 재미있기도 하다.

트릭 '김강윤'은 권영재와 같이 2팀의 맏형이고 게임을 공격적으로 한다. 살이 붙긴 했는데 그래도 귀엽다. 정글은 서포터와 잘 맞아야 하는데 내가 가르쳐주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배우는 부분도 있다.

SKT와 경기도 같이 했는데, 2세트 끝나고 느닷없이 경기 중에 말하기 힘드니 그냥 반말하겠다고 하더라. 일단 이기는 게 급하니까 그러라고 했다. 하라고 하니까 정말 반말을 하더라. 바론을 잡는 상황에서 바론 잡으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니 얘도 게임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디디와 고스트는 아직 어려서 롤챔스에 출전하지 못한다. 17살 선수들인데 챌린저 점수도 높다. 비디디는 정말 말이 없다. 보다못해 코치님이 말하라고 오더를 넘겨줬는데도 억지로 말하는 느낌이 드는데, 정말 귀엽더라. 유망주인데 음성 시스템이 아직 장착되지 않은 거 같다. 고스트는 원거리 딜러라 같이 바텀 라인에 자주 서는데, 기본기가 좋은 선수다. 다만 나이가 나이다 보니 경기 중 흔들리는 일이 많다. 힘들 때 잘 달래주면 또 잘 하더라. 연습실에서 만나면 날 보고 계속 '매멘'이라고 하고 지나가는 걸 보면 웃음도 나고 귀엽기도 하다.

맥스 '정종빈'은 로코도코 이후로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은 선수다. 이야기하다 보면 똑똑하긴 한데 짜증나게 사람을 웃긴다. 팀에 이런 사람은 한 명 있어야 하는데 그게 정종빈이다. 게임을 할 때 분위기가 처지는 걸 농담으로 잘 막아준다. 게임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서포터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다. 내가 배울 점도 많다.


MiG 시절부터 같은 팀 소속인 '러스트보이' 함장식 선수가 한국의 팬 문화를 비판한 일이 있었다.

형제팀인 블레이즈가 정말 잘하는데 유독 바텀 라인에 서는 선수들만 비난을 많이 받았다. 게임 내에서도 바텀 라인이 게임 전체를 위해 희생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못 하는 부분이라고 비난받으면 나라도 화날 거 같다. 게이머로서 팀에 암적인 요소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누가 기분이 좋겠나.

커뮤니티에 함장식이 올린 글을 보고 그 당시 많이 신경을 못 쓴 게 아쉬웠다. 같은 팀 소속이지만 난 프로스트에 더 신경을 써야 했으니까. 이런 상황이 온 게 아쉽긴 했다. 함장식의 입장과 그 글에 달린 댓글을 쓴 사람의 입장이 둘 다 이해가 가긴 한다. 입장 차이에서 온 오해라고 생각하는데 그 오해를 풀기 힘든 게 아쉽다.

본인을 보고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우는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나는 운이 좋았다. 주위 사람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예전에는 성격도 좋은 게 아니라 말도 없이 게임만 하는 성격이었는데 강현종 감독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있어 여기까지 온 거 같다.

지금 프로게이머를 한다면 많은 고민을 해보고, 기한을 정해서 그 기간 동안 도전을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1년이라면 1년, 2년이라면 2년 이렇게. 그 시간이 지나면 원래 삶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절실함도 생기고 목적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도 없을 거다.

나중에 시간이 생겨 내 아이가 프로게이머를 한다고 하면 똑같은 대답을 해줄 거 같다. 게임을 억지로 시킬 수 없지만, 본인이 좋아한다면 시간을 정해두고 도전하라고 하겠다. 도전은 하되, 자신의 인생도 지켜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과 같이 게임을 하고 싶다.

혹시 아이디 짓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건 없나?

원래 아이디에 대해 별로 고민을 안 했는데, 이상혁을 보고 잠시 흔들렸던 적이 있다. '페이커'라는 아이디가 간결하고 멋있어 보였다. 그러나 내가 잘하면 엉뚱한 아이디도 멋있게 보이고, 못하면 아무리 잘 지어도 잊힌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이디로 별명이 생길만한 건 피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의외로 '이런 유치한 아이디를 누가 써?'라는 아이디를 쓰는 선수가 성공하면 멋있게 보이더라.


본인 인생의 꿈이 있다면.

내가 하는 일에 소신있게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어떤 걸 하든 이 분야에서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면 나중에 죽기 전에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4년 동안 지켜봐 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좋은 기록을 내지 못했지만 이런 인터뷰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기쁘다. 데뷔한 지 벌써 4년이 되었다. 4년 동안 한결같이 바라봐주신 분도 있고, 중간부터 봐 주신 분들도 있을 거 같다. 내가 잘하던 시기든 못하던 시기든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 테니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4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내면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가 되지 않아 하지 못했던 말도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로 어느 정도 해소되었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를 하게 되어 즐거웠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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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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