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에서는 매주 리그 오브 레전드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스파이럴캣츠에서 활동 중인 '링트럴' 정윤성의 리그 오브 레전드 칼럼을 게재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한동안은 리그 오브 레전드에 관심을 끊었다. 한동안 모든 걸 리그 오브 레전드에 맞춰 살다가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니 게임에 물려서 얼마 동안은 게임을 잘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다시 즐기고 롤챔스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몸 안에 흐르는 게이머의 피는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최고의 선수들이 활동하는 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십 코리아(이하 롤챔스)에 대해 은퇴 선수인 내가 왈가왈부하는 게 처음에는 두려웠다. 내가 얼마나 선수들이 의도한 플레이를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경험을 살려 롤챔스를 보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서 부족하나마 글을 쓰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롤챔스를 사랑하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주 롤챔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 KT와 진에어, 역전에 울고 웃은 두 팀
지난주는 롤챔스 섬머, 아니 올해 롤챔스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한 주였다. 2라운드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SK텔레콤 T1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 주 몇몇 경기를 통해 순위에 윤곽이 드러났다. 중위권 팀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위해, 하위권 팀은 승강전을 피하고자 한 세트라도 더 잡아야 하는 주였다.
진에어 그린윙스 대 스베누 소닉붐의 경기가 지난 주 가장 인상깊은 경기였다. '무승후보'라는 조롱을 듣던 스베누가 중위권 경쟁을 벌이던 진에어를 잡은 것이 정말 훌륭했다. 진에어는 순위 싸움 및 득실 관리를 위해 2대 0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그 절실함이 긴장이라는 모습의 부담으로 나타나 선수들이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거로 보인다. 물론, 스베누 선수들이 잘한 것도 사실이다.
이 경기에서 스베누가 선전했지만, '갱맘' 이창석의 난조도 큰 요소였다. 진에어의 2세트 패배 이후 이창석은 혼자 게임을 풀어나가겠다는 압박을 느끼며 평소보다 과감하게 움직였고, 이 움직임이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
진에어의 조합도 문제였다. 이창석의 라이즈가 죽으면 화력의 반 이상을 잃는 조합이었다. 반면 스베누는 라이즈를 끊기 좋은 나르와 빅토르를 선택했다. 서포터 애니의 스턴도 라이즈에게 수은 장식띠를 강제했다. 그라가스 역시 라이즈가 딜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스베누가 첫 승을 거둔 경기처럼 KT 롤스터와 쿠 타이거즈의 경기도 역전극이 나왔다. 시종일관 코너에서 몰리던 KT가 밴픽 의도를 확실히 보여줬다. 마오카이, 에코, 룰루, 잔나 네 챔피언이 코그모 한 명만을 살리는 조합이었다. 경기 중반 코그모가 상대 그라가스에게 잡히며 KT는 본진 쌍둥이 타워까지 내주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경기 시간 50분 즈음 벌어진 마지막 전투에서 드래곤 버프 5중첩을 완성한 쿠 타이거즈를 상대로 코그모가 대 활약하며 경기를 끝냈다. 이 전투에서 KT가 승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프레이' 김종인이 '스코어' 고동빈의 에코를 잡기 위해 발키리 스킬로 전장을 이탈한 것이 문제였다. 쿠 타이거즈의 딜러인 코르키의 딜로스가 생기자 '썸데이' 김찬호의 마오카이가 적진으로 돌격하고, '애로우' 노동현의 코그모가 마음껏 공격하며 나머지 상대를 모두 잡은 것.
이 정도로 후반 게임이라면 드래곤 버프 5중첩도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싸움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해진다. 코르키 없이 '쿠로' 이서행의 아지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결국 KT가 대역전극을 그려내며 쿠 타이거즈를 꺾었다.
□ 올라프, 탑 라인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많이 보이는 챔피언은 브라움과 올라프다. 올라프는 나진 e엠파이어 '듀크' 이호성이 롱주 IM을 상대로 탑 2대 2 상황에서 더블 킬을 내며 주목받았다.
올라프는 일장일단이 있는 챔피언이다. 적을 향해 돌격할 때에는 올라프만큼 무서운 챔피언이 없다. 하지만 그것밖에 하지 못한다. 소규모 전투에서 좋지만, 후반으로 흘러가면 광역기 부재와 떨어지는 탱킹 능력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장점이 뚜렷한 캐릭터라 직접 즐길 때는 재미있다.
최근 마오카이를 견제하기 위해 럼블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올라프는 럼블 견제에 좋지만, 나머지 쉔과 헤카림, 마오카이 상대로는 좋지 않다. 탑에 서는 두 선수가 같은 실력이라고 전제하면 헤카림은 이속 룬을 사용하기에 도끼를 맞추기 쉽지 않다. 더구나 헤카림은 Q스킬로 빠지기도 쉽다. 쉔을 상대할 때 도끼를 다 맞춰도 올라프가 이기기 힘들다. 특히 마오카이는 라인 클리어가 쉬운 챔피언에 갱킹 호응도 잘하는 챔프라 올라프가 같은 라인에 서서 이기기 힘들다.
하지만 럼블은 6레벨 전까지 올라프가 상대할만 하다. 군중 제어기도 논타겟 형이라 상대를 맞추기 힘들다. 더구나 올라프의 궁극기인 라그나로크를 사용하면 모든 이동 방해 효과에 면역기 되어 럼블을 잡기 쉬워진다.
다만 정글 올라프는 탑 올라프보다 사용하기 힘들다. 올라프는 정글을 돌기 힘들고 랩업이나 골드 수급력도 좋은 편이 아니다. 롱주 IM의 스푸키 '문지원'이 사용한 정글 올라프는 경기 초반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에 아쉬움을 남겼다.
□ 끝까지 알 수 없는 중위권 경쟁, 나진과 진에어의 운명.
시즌이 막바지로 흘러가며 중위권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중 진에어와 나진의 경기가 주목된다.
진에어는 이번 주 두 경기를 펼치는데 지금 4위를 기록한 쿠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진에어는 '체이서' 이상현의 플레이가 가장 인상적이다. 스킬 연계가 깔끔하고, 전투를 어떻게 시작해야 이기는 전투를 만들 수 있을지 잘 아는 영리한 선수다. 아군에 위험요소가 되는 상대의 스킬을 잘 뽑아내 이기는 전투를 만든다. 예를 들어 상대 알리스타의 궁극기가 교전의 패배로 이어지지 않게끔 미리 제거하는 능력은 이상현의 가장 큰 장점이다.
스베누와 경기하는 나진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저번 주 토요일 경기 전까지 스베누가 나진을 이길 거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나진 뿐만 아니라 스베누가 진에어를 꺾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얼마 없었다. 하지만 스베누는 진에어전의 승리로 드디어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배웠다. 지금 나진이 5위지만 남은 경기에 따라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무승 후보'에서 벗어난 스베누가 어떠한 가능성을 보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한 경기이다.
글='링트럴' 정윤성, 정리=박상진 기자
박상진 기자 valle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