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공동 53위에게 수많은 기자가 몰리는 동안 단독선두 김효주(20,롯데)는 단 3명의 기자에게 질문을 받고 있었다.
31일(이하 한국시각) 스코틀랜드서 열린 여자골프 시즌 4번째 대회 브리티시 위민스 오픈. 첫날 7타를 줄인 김효주가 2위 그룹을 1타차로 따돌리고 단독선두로 나섰다.
보기 없는 '퍼펙트' 플레이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김효주는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날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 3명의 기자가 김효주에게 붙은 사이 공동 53위로 1라운드를 마친 리젯 살라스(미국)에게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이유는 트럼프 때문. 이번 대회는 그의 소유인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경기 후 "도널드 트럼프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투자로 부를 축적한 그는 최근 공화당 소속으로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강간범', '마약범죄자'로 칭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또한 최근 LPGA 투어가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해)대회장을 바꿀 순 없지만 트럼프의 발언을 지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다양성을 존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도 LPGA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둘의 관계는 극으로 치달았다.
달아올랐던 감정은 LPGA 커미셔너 완의 사과로 수그러들었지만, 이슈를 몰고 다니는 그가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언론은 앞다퉈 그를 취재하기 바빴다.
이후 기자들의 발걸음은 김효주가 아닌 리젯 살라스에게 향했다. 살라스의 부모가 멕시코계 이민자여서다. '미국인'인 살라스 최근 트럼프의 발언을 모를 리 없을 터. 선두 김효주의 한마디보단 트럼프에 대한 살라스의 한마디가 더 언론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살라스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게 미국에 사는 장점 아니겠나. 나는 부모님의 딸인 것이 자랑스럽다. 내 민족도 자랑스럽다"고 소신껏 자기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여기 이곳에 선수로서 골프를 치러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코스를 찾은 이유로 "나는 턴베리를 사랑한다. 또 모든 사람들이 내가 여기 오기를 바랐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선수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 곳에 '거대한 미국을 재현하자'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고급 음식으로 채운 기자회견장까지 마련한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etwoods@xportsnews.com / 사진=도널드 트럼프, 리젯 살라스 ⓒ AFPBBNews=News1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