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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슈틸리케호, 먼저 해결해야 할 '빌드업'

기사입력 2015.07.30 06:15 / 기사수정 2015.07.30 11:33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축구대표팀이 서울 이랜드FC를 상대로 실전 담금질을 끝냈다.

1-0 승리는 반갑지만 일부 재조정해야 할 숙제들도 남겼다. 선수들 간의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빌드업이 있다. 오랜 기간 빌드업을 강조해 왔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번 동아시안컵의 키포인트이자 경기 전 반드시 빌드업의 적임자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안컵에 나설 현재 대표팀에서 공격 만큼 빌드업이 중요하다. 돌아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한번도 빌드업을 언급하지 않은 바가 없다. 모든 전술이나 계획은 빌드업에 맞춰져 있다. 제일 먼저 한국 축구에 손을 본 지역도 수비라인이었고 이는 빌드업의 시작점을 다듬었던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까지 한국은 좋은 빌드업 능력을 가진 미드필더들로 흥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빌드업 과정의 최후방에 있었다. 다른 미드필더들 보다 가장 아래에 서서 공을 받으면 적절한 방향을 공을 배달했다. 팀의 공격도 기성용의 빌드업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기성용 없이 주요 A매치들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동남아 원정때도 그랬는데 그때도 사실 빌드업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중요했던 미얀마와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예선에서 승리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까지 가는 빌드업이 좋지 않았다"면서 내용면에서는 만점을 주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8월 동아시안컵을 앞두고도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빌드업을 할 선수들을 찾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젊은 선수들로 채워진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이 빌드업 점검 대상이다. 일단 공격 2선 부근까지만 공이 배달되면 그때부터는 패스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 좋은 장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하다. 권창훈과 이재성, 서울 이랜드FC와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패스들을 자주 찔러줬던 이종호가 있다.

슈틸리케호는 만족스러운 빌드업을 장착하기 위한 방법들을 서울 이랜드를 상대로 다양하게 실험해 봤다.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봐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이찬동과 장현수를 번갈아 기용해봤다. 이찬동은 적극적인 태클과 차단에 강점을 보이면서 비교적 괜찮은 빌드업도 보였다. 장현수 역시 그만의 패스 능력으로 빌드업을 만들어냈지만 전체적으로 전방 압박이 좋았던 2쿼터에서 그 시도가 적게 나왔다. 미드필더들을 섞어서 내보낸 3쿼터에는 중원에서 뚜렷한 빌드업 과정이 잘 이뤄지지 못했다.

기성용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빌드업에 능하다고 할 선수는 주장 김영권이다. 서울 이랜드와의 연습경기에서도 대부분의 패스 시작은 김영권이었다. 최근 소속팀인 광저우 헝다의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으로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옮길 것을 제의를 받은 배경에는 남다른 빌드업 능력이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3쿼터 중반에는 직접 왼쪽 측면까지 과감하게 올라와 빈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주면서 공격을 주도적으로 푸는 모습도 보여줬다.



김영권이 보다 편하게 빌드업을 하는 데는 파트너 김주영의 활약도 크다. 본래 일대일마크와 몸싸움에 강한 '파이터형' 수비수로 평가받는 김주영이 있음으로 해서 김영권이 패스를 할 방향을 결정하고 공을 연결하는 데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이렇듯 빌드업의 가장 중심이 될 후보들은 미드필더, 수비라인에 많이 있지만 아직 그 윤곽은 잡히지 않은 듯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베스트일레븐은 일본에서 아직 합류하지 않은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경기 전날까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빌드업을 담당할 선수를 선택하는 것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최근 압박과 패스워크가 좋아진 중국과 전통적으로 점유율을 확보하고 가는 경기스타일을 보이는 일본, 거친 북한을 상대하는 대표팀 입장에서는 빌드업은 중요한 요소다. 쉬운 탈압박을 도울 수 있고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과연 빌드업을 강조하는 슈틸리케의 감독의 선택은 누가 받게 될 지 주목된다.

khm193@xportsnews.com / 사진=슈틸리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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