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돋보기] 유럽 축구 발전을 위한 UEFA의 투자와 노력 Part 1.

이은경 기자

[엑스포츠뉴스=런던, 유영걸 통신원] UEFA (the Union of European Football Association) 라는 단어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축구 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대부분은 의심할 여지 없이 UEFA Champions League 를 언급할 것이다. 심지어 축구를 즐겨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챔피언스리그” 라는 단어 정도는 한 두 번 들어보았을 것이다.

과연 UEFA 라는 유럽 최고의 축구 연맹은 Champions League 와 UEFA Europa League를 주관하는 단체에 불과할까? 물론 아니다. UEFA 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와 목적 중 하나는 유럽 대륙의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UEFA에 소속된 54개국 국가들의 “풀뿌리 축구” (Grass-roots Football) 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그곳에서 발생한 수익을 다시 각 회원국의 풀뿌리 축구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UEFA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이번 기사에서는 유럽축구 운영의 꼭지점에 위치한 UEFA가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엘리트 축구와 풀뿌리 축구

축구를 구분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그 범위를 축구라는 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참가자(Participant)로 좁혀보자면,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 유소년 팀부터 성인 축구팀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거치며 축구를 배우는 “엘리트 축구” (Elite Football) 그리고 그와 반대로 축구 선수 목적이 아닌 단순히 축구를 즐기기 위해 지역 커뮤니티에서 취미로 축구를 즐기는 “풀뿌리 축구” (Grass-roots)로 나눌 수 있다. 풀뿌리 축구는 방과후 진행 되는 유소년 축구교실(취미), 장애인 축구, 아마추어 레벨의 여자 축구,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기축구 등 굳이 전문가의 코칭과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지 않은 축구활동과 그와 관련된 시설, 시스템, 제도를 통틀어 일컫는 표현이다.

UEFA 그리고 유럽의 풀뿌리 축구 발전

유럽 축구는 1990년대 후반부터 엘리트 축구를 넘어서 풀뿌리 축구 레벨의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2005년 UEFA Grassroots Charter를 창설하며 UEFA 회원국들의 풀뿌리 축구 발전을 위해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 시작한다. 특히 세계 최고 축구 기관인 FIFA와 함께 풀뿌리 축구 발전 가이드라인을 제작, 발표하면서 UEFA 회원국들은 의무적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풀뿌리 축구 발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규율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UEFA는 2년에 1회씩 각 회원국 풀뿌리 축구 대표자들이 모이는 “UEFA Grassroots Workshop”을 개최하는데, 이곳에서는 매년 UEFA 회원국에서 진행된 풀뿌리 축구 발전 프로그램 시행 계획, 실제 진행 내용을 보고하게 되고 최종 평가를 통해 향후 보완 방향에 대한 토론을 펼친다.

미니축구장 보급

그렇다면 UEFA Grassroots Charter가 창설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유럽의 풀뿌리 축구 발전을 위해 보인 움직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 국가 축구협회 주관으로 모든 UEFA 회원국의 국민들이 부담 없이 축구를 즐길 수 있는 미니축구 경기장 (Mini-pitches) 을 보급한 것이다. 예를 들어 UEFA는 Jubilee Project 라는 이름으로 각 회원국의 축구협회에 지원금을 제공하며 미니축구 경기장 건설을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2015년 현재 독일에 약 1,000개 이상, 노르웨이-약 1500개, 영국-약 650개 이상의 미니축구 경기장이 공공시설로 축구 팬들에게 제공되었다. 물론 모든 시설물에 대한 관리, 유지보수는 각 국가 축구협회와 정부 산하의 스포츠 부서 (한국의 예로 들자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 같은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

축구 팬들이 시간,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미니 축구 경기장 보급뿐만 아니라 UEFA에서
집중적으로 발전시킨 풀뿌리 축구 분야는 바로 “여자축구”와 “유소년 축구”이다. 특히 여자 축구
의 경우 여자 아이들이 5세부터 학교에서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
써 풀뿌리 축구 발전과 동시에 엘리트 여자 축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UEFA의 이러한 노력은 FIFA 여자축구순위 15위 내에 매년 10개 내외의 유럽 팀이 포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소년 풀뿌리축구 발전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UEFA의 유소년 풀뿌리 축구발전에 대한 투자이다. 2004년 UEFA Jubilee Project를 통해 처음 발표된 the Summer of Grassroots Football Tournament 는,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UEFA와 각 회원국 축구 협회 주관 하에 열리는 유소년 축구대회인데, 이 대회에 참가하는 유소년 축구팀은 철저하게 풀뿌리 축구팀, 즉 학교 축구팀이나 취미로 운영되는 축구캠프 팀으로 제한된다.

풀뿌리 축구 대회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한다면 그 규모에 놀랄 수도 있다. 2012년까지 집계된 데이터에 의하면, 총 6년동안 the Summer of Grassroots Football Tournament 에 참가한 유럽 53개국의 풀뿌리 축구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수는 약 1,400만명에 달한다. 매년 다른 UEFA 회원국에서 개최되는 이 대회는 유럽 풀뿌리 축구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각 국가 축구협회의 지원을 통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데, UEFA 챔피언스리그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여기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중계를 보면 경기 시작 전, 선수들과 함께 게이트를 빠져 나와 그라운드 위에서 사진촬영을 마치고 수줍은 듯이 그라운드 밖으로 뛰어나가는 어린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그 아이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어 그런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축구팬이 있다면, 여기 그 정답이 있다.

물론 그 어린이들 전부가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 일부는 the Summer of Grassroots Football Tournament 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의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직접 밟을 수 있는 아이들 중 일부는 풀뿌리 축구대회뿐만 아니라 UEFA 자체 이벤트 또는 UEFA와 공식 스폰서쉽 체결을 맺은 기업들이 진행하는 사회공헌 이벤트를 통해 선발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유럽 축구 발전을 위한 UEFA의 투자와 노력” 이라는 주제로 UEFA에서 실행하고 있는 다양한 풀뿌리 축구 발전 프로그램에 대해 살펴보았다. 개인적으로 가까이에서 지켜본 유럽축구는 엘리트 축구와 풀뿌리 축구를 엄밀히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유소년 레벨부터 축구를 접하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저변이 대단히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곳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관리 하는 축구 기관의 꼭지점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FIFA이지만, 위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UEFA, AFC, CAF 같은 각 대륙별 축구연맹이 FIFA의 규정을 바탕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더 나아가 대륙별 축구연맹에 소속된 국가별 축구협회 (ex, 한국의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그 프로그램을 얼마나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풀뿌리 축구 발전 프로그램이 실제 축구 문화에 미치는 효과가 천차만별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aulyoo51@gmail.com / 사진=첼시, 잉글랜드축구협회, UEFA, 독일축구협회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