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7.20 09:38 / 기사수정 2015.07.20 16:51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한 우물을 파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온다. 배우 한이서를 보면 실감이 나는 말이다. 앞날이 보장되지 않았던 10여 년의 무명 생활 끝에 마침내 빛이 찾아왔다.
한이서는 인기리에 방송 중인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에서 강진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제로 보니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이다. 드라마 속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단아해 보이는 실제 모습과 달리 극에서는 황경철(인교진 분)과 불륜에 빠져 덕인(김정은)과 그를 갈라놓고 양쪽 집을 발칵 뒤집어 놓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미워할 수밖에 없는 악역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필모그래피의 첫 줄을 채워준 소중한 캐릭터로 남았다.
“예정된 하차였는데도 마음이 안 좋고 슬펐어요. 아쉬운 게 사실이에요. '여자를 울려'를 보고 있으면 아직 진희가 남아 있는 느낌도 들어요. 그래도 막상 끝나니까 제 할 일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악녀 역할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주어진 대본보다 생각하고 표현해야 하는 게 많고 쏟는 에너지도 크고요.”
극 초반 갈등의 주가 되는 인물인 만큼 감정을 요구하는 신이 많았다. 아내가 있는 남자를 사랑한 터라 주위 인물과 계속해서 부딪히는 연기를 소화해야만 했다. 덕분에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임팩트를 줄 역할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처음 대본이 나오고 놀랐어요. 시청자를 끌어당기기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첫 작품이다보니 많이 긴장했거든요. 연기에 집중하고 해답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더니 나중에는 감정이 편하게 나오더라고요.”
‘여자를 울려’는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신인 배우들을 파격 기용한 작품이다. 한이서 역시 500대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중에게 존재를 알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들까지 대단한 라인업이라 과연 내가 될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초반에 오디션만 6번을 했는데 마지막 미팅을 하고서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죠. 대본에 진희 역에 한이서라는 이름이 써 있는 걸 봤을 때야 실감했어요.”
어렵게 기회를 얻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이다.
“진희를 연기하면서 감정의 폭도 넓어졌고, 특히 선배님들과 호흡할 수 있어 좋았어요. 김해숙 선배님과 호흡도 못 나눠보고 하차하나 했는데 마지막에 함께 하는 장면이 있어서 좋았죠. 머리채를 잡을 때 기술적으로 하나도 안 아프게 해주셔서 신기했어요. 감정신을 찍을 때는 인교진 선배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김정은 선배님도 항상 밥 먹었느냐고 말해 주시고, 촬영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언해주면서 저를 이끌어 줬어요.”
한이서는 꽤 오랜 기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중학교 3학년 때 연기에 관심을 가졌고 예고 졸업 후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며 꿈을 키웠다. 고3 때 처음 영화에 출연하고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호위무사로 등장하는 등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외롭고 힘든 무명 생활을 지탱해 준 힘은 다름 아닌 배우가 돼야 겠다는 확고한 꿈이었다. 그간 연기 외에는 단 한 번도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표현이 안 될 만큼 힘들고 짜증도 나고 화도 나고 별의별 감정이 다 들었어요. 이후에는 막연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멈춰 있지 않기 위해 오디션만 몇백 번 봤어요. 꾸준히 시도한다는데 의미를 뒀기에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지 않았나 해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스타트를 끊은 그. 10년 동안 자신을 괴롭힌 '조급함'이라는 적을 버리고 배우로 나아가려 한다. 목표도 확실해졌다.
“이번 작품에서 배운 걸 토대로 다음 작품에서 더 잘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대중에게 기대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 있으면 하고요. 이제야 알았지만 조급해하는 것만큼 배우에게 안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조급함은 잊고 여러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과 갈증을 해소하고 싶어요. 시청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죠.”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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