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시승기] 배우 이동건, 애스턴마틴 DB9과 만나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동건 입니다.
'자동차', 남자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 중 가장 으뜸일 것입니다. 지금도 저마다 '드림카'를 갖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저 또한 평소 자동차 마니아로써 한번은 타보고 싶던 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바로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영국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 '애스턴마틴'의 하이엔드 GT카 'DB9'이 그 주인공 입니다.
출시된 지가 조금 됐지만, 제가 이 차를 타보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제가 자동차 디자이너로 출연한 적이 있었죠? 제가 디자인에 민감한 남자인 만큼 DB9의 강렬하면서도 단정한 매력과 함께, 007 제임스 본드의 애마로 유명한 이 녀석을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애스턴마틴 수입사인 크레송 오토모티브를 통해서 만나게 된 DB9은 단번에 제 마음을 빼앗아 갔습니다. 펄화이트색의 늘씬한 차체, 뭔가 대단한 것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기다란 후드. "나 좀 달린다"를 과시하는 20인치 휠과 그 속에 가득한 디스크 브레이크는 디자인의 극치 입니다.
여느 대형세단과 견주어서도 꿀리지 않는 기다란 차체와 비교해서 실내 공간은 단촐 합니다. 순전히 드라이버를 위한 실내 공간이죠. 그 이유가 있었습니다. 후륜 구동 자동차의 단점인 오버스티어를 막기 위해서 엔진을 최대한 뒤로 배치하고 미션을 뒷바퀴에 가깝게 넣었습니다. 그야말로 '달리는 즐거움' 하나로 만들어진 설계인 것이죠.
실내공간은 럭셔리함을 기본으로 한 '달리는 차' 입니다. 편의 장비 보다는 스티어링 주변과 센터페시아에 미션 및 하체 세팅 버튼 등으로 가득 합니다. 그래도 다행이 CD가 플레이어나 열선 시트 등은 장착이 돼 있습니다.
감상은 이 정도로 하고 DB9에 올라타서 독특한 키 시스템으로 시동을 걸어 봅니다. 괜히 '으르렁' 소리를 내면서 "나 달릴 준비됐다"고 외칩니다. 엑셀에 발을 얹고 도로로 나가 봅니다. 공차중량 1.9톤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6000cc V12 엔진의 묵직한 외침과 함께 달리기 시작합니다.
처음 DB9을 탔을 때는 의아함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 제원을 가진 차가 이것 밖에 못달리나?", "왜 이렇게 승용차처럼 하체 세팅을 했지?"라는 것입니다. 야성미 넘치는 디자인이지만 소녀 같은 얌전한 움직임과 가속 성능을 보여주더군요.
하지만 제 착각 이었습니다. 센터 페시아 하단에 위치한 댐퍼 세팅 버튼과 엔진 변속을 조절하는 스포츠 버튼을 누르자 DB9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패들 쉬프트를 이용한다면 DB9는 엄청난 휠 스핀을 일으키며 도로를 치고 나가는 야생마로 변신 합니다.
물론 DB9 보다 더 빠르고, 더 민첩한 많을 겁니다. 단순히 스펙으로도 DB9을 앞서는 차들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본 DB9은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할 수 있는 차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티어링을 만지는 촉감과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의 느낌, 그리고 엑셀을 밟을 때 마다 들려오는 엔진의 기분 좋은 으르렁거림. 그리고 손과 몸으로 전해오는 엔진의 떨림은 DB9을 타는 내내 즐거움으로 다가 왔습니다.
DB9은 그랜드투어링(GT)의 정점에 있는 자동차 입니다. 그랜드 투어링은 장거리 여행을 위한 고성능 자동차를 의미 합니다. 애스턴마틴의 DB시리즈는 대표적인 그랜드 투어러이자 시대를 선도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랜드투어러의 장점은 성능과 편안함의 조화라 생각합니다. DB9은 이런 GT카에 맞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습니다. 강력한 주행성능은 기본이지만 아름다운 디자인과 장인의 손길을 담은 럭셔리함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권혁재 기자 kwon@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