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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루키' 김호령 "내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 [나유리의 그린라이트]

기사입력 2015.07.15 08:55 / 기사수정 2015.07.15 04:0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김호령이 누구야?"

지난 4월 22일. KIA 타이거즈는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생소한 이름의 신인 외야수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김호령. 군산상고-동국대 출신으로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102번째로 입단한 선수였다. 구단 직원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었지만 김호령을 소개하는 김기태 감독의 눈 속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김 감독은 "참 성실한 선수다. 마무리 캠프때부터 눈여겨 봤다. 체력 측정을 하면 항상 상위권에 들어있더라. 체력도 좋고, 달리기도 엄청 빨라서 수비 범위가 넓다"고 칭찬을 안 아꼈다.

김호령은 1군에 등록된 날 교체 출전해 첫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렸다. '반전 루키' 김호령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선이 된 셈이다.

소속팀인 타이거즈와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코칭스태프에게 종종 "외야를 호령하라"는 농담을 듣는 김호령의 이름은 이제 더이상 생소하지 않다. 첫 선발 출장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할 때 어깨를 덜덜 떨던 그는 이제 1군의 분위기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좀 더 성숙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대부분의 '초보'가 그렇듯 김호령이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를 기반으로 한 외야 수비는 팀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지만, 공격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김기태 감독도 "호령이는 안타를 칠 때는 정말 쉽게 치는데, 아웃 될 때도 지나치게 쉽게 아웃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시즌 타율 2할3푼. 잠실 구장 담장을 넘긴 데뷔 홈런도 있었지만 공격 '스킬'은 아직 김호령이 채워야 할 부분이다. 



프로에서의 첫 해, 그것도 1군에서 보내는 뜨거운 여름. 1년전만 해도 기대하지 못했던 일상이다. 당연히 몸은 힘들다. "아무리 먹어도 갈 수록 살이 빠진다"며 웃는다. 여느 신인들과 마찬가지로 함평에 위치한 구단 숙소에서 지내는 그는 경기가 끝난 후 밤 늦은 시간에도 '나머지 훈련'을 하는 독종이기도 하다.

시즌은 길고,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페이스 조절을 하는 쪽으로 바꿨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이나 체력 훈련을 했었는데, 요즘은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기도 하고 워낙 경기가 늦게 끝나니까 하기가 어렵다"는 김호령은 "매일매일이 정말 꿈만 같다. 너무 빨리 기회가 찾아왔고, 너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행복감을 전했다. 

보통 2차 10라운드 순번에서 지명된 신인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가지 않는다. 물론 순번대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상 더 빨리 지명된 신인들에게 기대를 건다. 그렇게 따지면 김호령은 '문 닫고' 들어온 케이스이다. 군상상고 4번 타자 출신에 세계 청소년 대회 국가대표 출신임에도 고교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던 그는 이번에도 가능성 높은 유망주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는 중요하지 않았다. 얕은 선수층 탓에 부임 이후 선수들에게 고루 기회를 준 김기태 감독 덕분에 김호령은 마무리 캠프때부터 눈도장을 찍었고, 예상보다 훨씬 빨리 꿈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호령은 "솔직히 지명 순위 같은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면 애초에 큰 기대를 못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고, 대학때 성적이 엄청나게 좋은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KIA에 지명된 자체로도 기뻤다. 마지막이라도 지명이 됐으니 일단 입단 해서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1년전 여름을 떠올렸다. 

1군에서의 성공을 다짐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가족이다. 위로 형 하나를 둔 김호령은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막내 아들이다. "부모님이 안산에 사시고, 일을 하셔서 직접 야구장에 자주 오시지는 못한다. 그래도 거의 매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격려해주신다"는 김호령은 "그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더 잘하고 싶어진다. 고생을 많이 하셨으니까 빨리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어다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여전히 그의 앞에 놓여진 과제는 '생존'이다. 정글보다 험난한 프로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그것은 오롯이 김호령 자신의 몫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김호령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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