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가수 유승준(39)이 13년간 묵혔던 자신의 사정을 밝혔다. 자식에게 떳떳해지고 싶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국민 사죄를 전했다.
유승준은 19일 인터넷 생방송을 통해 약 100분 동안 13년 전 군 기피 및 병역 문제와 관련한 자신의 심경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97년 연예계에 데뷔한 유승준은 '가위', '나나나', '열정'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톱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두고 일본 공연을 이유로 출국한 뒤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할 것을 누차 예고한데다,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유승준의 번복은 큰 파장을 낳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를 건드린 유승준을 향해 엄청난 지탄이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병무청은 국민의 공분을 산 유승준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고, 2003년 당시 장인상으로 일시 입국한 것 외에는 13년간 국내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간 유승준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종종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했지만, 정작 병역 기피 의혹과 관련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하지만 유승준은 마음을 바꿔 저 멀리서나마 대중 앞에 섰다. 홍콩에서 한국행에 대한 열망, 군입대 의향, 그리고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죄했다.
무엇이 유승준의 마음을 돌이켰을까? 그것은 결국, 자식들에게만은 떳떳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 바로 그것이었다.
유승준은 "최근 내 아들이 내 노래를 들으며 춤을 추고 놀더라. 자식들을 보고 내 문제로 인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들이 학교에 갔다와서 '아빠는 유명한데 왜 한국을 못 가냐'고 묻더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이후 아들이 한국 얘기만 나오면 울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들과 떳떳하게 한국땅을 밟고 싶다"며 심경을 밝혔다.
유승준은 두 아들 지효(8), 지안(4)을 두고 있다. 국적과 병역 문제에서 떳떳하지 못한 유승준은 자식에게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제는 떳떳해지고 싶은 일념으로 사죄와 후회 섞인 고백을 하게 됐다.
13년만의 사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향한 손가락질이 많고, 불신이 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뒤늦은 고백으로 그간의 사정과 궁금증이 일부 해소된 것도 사실이다.
이날 방송에서 유승준은 자신은 병역 의무를 기피하겠다는 생각을 추호도 한 적이 없었으며, 일본으로 출국한 것도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전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것은 결국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당부에 마음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13년 전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에 눌려 '배신자, 거짓말장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게되었던 그가, 13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아버지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며 자식과 함께 한국을 밟고 싶다는 강력한 바람을 전한 것이다.
자식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父性을 보며, 대중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유승준 ⓒ 아프리카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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