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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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권혁·박정진, 한화의 또다른 '집념의 사례'

기사입력 2015.05.18 11:50 / 기사수정 2015.05.18 14:26



[엑스포츠뉴스=조은혜 기자] 투수가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 선다? 한 시즌에 한 번 보기도 어려운 진풍경, 한화는 올시즌 벌써 두 번이나 보여줬다.

한화는 1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즌 5차전 경기에서 7-6으로 승리했다. 0-6의 열세에서 집념으로 만들어 낸 역전 끝내기 승리였다. 짜릿한 역전승, 그런데 그 이전 하나의 더 볼거리가 있었다. 투수 권혁이 타석에 들어선 것이다.

권혁이 헬멧을 쓰고 방망이를 든 때는 6-6 동점 9회말 2아웃 주자 만루, 타자들에게도 쉽게 오지 않는 클러치 상황이었다. 9회초 좌익수였던 송주호를 우익수로 보내고, 지명타자 최진행을 좌익수로 이동시켰다.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비한 한화는 지명타자가 없어지면서 투수 권혁이 타자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넥센의 마무리 손승락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2번 타자' 권혁은 이후 세 개의 볼을 차례로 골라냈다. 이어 5구째 스트라이크가 꽂히면서 풀카운트, 권혁은 6구를 커트해냈다. 그러나 7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면서 삼진, 9회말이 종료됐고 경기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권혁은 경기 후 "고3 이후 14년 만에 배트를 잡았다"면서 "갑자기 준비하라고 해서 얼떨떨했다"고 이날 상황을 돌아봤다. 한화는 10회말 밀어내기로 역전승에 성공해 승리의 기쁨을 누리긴 했지만 이 때 권혁이 볼넷을 골라냈거나 안타를 쳐내 경기를 끝냈다면 또다른 흥분이 감돌았을 것이다.

권혁의 타자 변신 이전, 한화는 또다른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 적이 있다. 1일 대전 롯데전에서 다번째 투수였던 박정진이 7-5로 앞서던 7회초 주자 없는 상황 타자로 나왔다.



이날 역시 일찌감치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비했고, 박정진은 데뷔 17년차에 첫 타석 기회를 얻었다. 권혁에 비해 다소 편한 상황, 이날 박정진은 롯데 이인복을 상대로 한 차례 커트를 해냈고, 관중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지만 결국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김성근 감독은 "가만히 서있으라고 했는데 쳤다"면서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지명타자 제도를 사용하는 KBO리그에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보기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타와 대주자 카드를 모두 사용하고, 수비 포지션대로 타순을 채운 뒤에도 지명타자 자리가 비었을 때 어쩔 수 없이 투수를 내보내게 된다. 

단순히 재밌는 광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투수가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은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비할 만큼 그 경기를 치열하게 운영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혁과 박정진의 타자 변신은 올시즌 한화가 매 경기 얼마나 맹렬한 승부를 벌이는 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사진=권혁-박정진 ⓒ한화 이글스 제공]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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