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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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연대기' 손현주 "연기는 공식으로 할 수 없어요" (인터뷰)

기사입력 2015.05.13 07:07 / 기사수정 2015.05.13 01:59

조재용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재용 기자] "저 스릴러 많이 안했어요. 이번이 2번째인걸요."

배우 손현주는 드라마 '추적자'와 영화 '숨바꼭질'을 통해 대중들에게 '스릴러 전문 배우'의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사실 그는 평범한 '가장'으로서의 모습을 더 오랜시간 그려왔다. 드라마 '첫 사랑', '장밋빛 인생',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보여준 서글서글한 외모에 푸근한 인상은 스릴러와 만나자 오히려 더 큰 시너지를 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사람을 죽인 최반장(손현주 분)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현주는 '악의 연대기'에서도 자신의 인간적인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는 인간의 사소한 타협과 그 사이에서 느끼는 외로움뿐 아니라 명예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분명 악인으로 묘사되지만, 손현주표 감성이 절묘하게 녹아들며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또한 손현주는 몇몇 장면에서 인간의 가장 불편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최반장과 관객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도 무언가 이어지는 끈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손현주는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준 상황을 받았을 때의 느낌으로 연기했다. 연기는 공식으로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 내야 한다"고 전했다.

손현주와 '악의 연대기' 사이에 빼놓을 수 없는 접점인 백운학 감독도 그의 '인간적인 연기'에 큰 힘을 더했다. 지난해 촬영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았던 손현주는 이로 인해 한 달간 촬영이 미뤄졌다. 이때 백운학 감독은 손현주의 투병에 눈물을 보이며 그에게 강한 신뢰와 믿음을 드러냈다.

"감독님은 인간적인 사람이에요. 수술을 하고 회복이 되는 시점에서 만났는데요. 그렇게 울더라고요.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머리도 없는 분이 '이렇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제가 '울지 마십시요'할 정도였다니까요."

손현주는 '숨바꼭질'과 '악의 연대기'에 이어 또 다른 스릴러 '더 폰'을 촬영 중에 있다. 그는 "'추적자'부터 너무 멀리왔다는 생각이 든다. 스릴러에 대한 쾌감보다는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됐다. 엄마, 이모, 고모들의 사랑이 그립다.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아직 손현주표 스릴러는 보여줄 것이 더 많은 듯 하다.

다음은 손현주와의 일문일답



- '악의 연대기'에 대한 평이 좋다.
물론 100% 만족도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나라 영화가 참 잘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봉은 숙제 검사 받듯이 두려운 날이다. 모든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면 좋겠지만, 모두에게 친절하지 못한 환경이 될까봐 두렵다.

- '악의 연대기' 어떤 점에 끌렸나?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는데 표현할 것이 많더라. 재미는 있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처음에 살짝 갈등을 했다. 그러다 백운학 감독을 만났는데 양질의 사람이었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많이 받았다.(웃음)

- 특히 대사없이 눈빛과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적인데?
다른 영화보다 모니터를 더 안했던 것 같다. 한 장면마다 화면을 보면 감정이 무너질 것 같았다. 연기는 공식으로 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 상대방의 대사를 듣고 떠오르는 감정 그대로 연기하려고 했다.

- 전작 '숨바꼭질'의 흥행 때문인지, '악의 연대기'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다.
저보고 스릴러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이제 2작품 했다. '숨바꼭질' 때는 감독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귀신보다 무서울 수 있다고 느꼈다. 이번에도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부터 느꼈다. '반응이 오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적인 예가 있었고, 그 모티브를 따라 만들었는데 감독님이 무섭게 잘 만들었다.

- 손현주 뿐 아니라 마동석, 박서준의 합류도 기대를 모은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지방 촬영이라 일이 끝나면 숙소밖에 갈 대가 없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잘 놀아주던 마동석과 형사들이 나중에는 호텔 들어가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전화해보면 '술먹고 있다'면서 '형님은 쉬셔야줘' 하는데 1주일 지나니까 짜증이 나더라.(웃음) 그래서 나중에는 전화도 안했다. 거의 유배생활을 했다. 술 담배도 못하면서 고독감을 많이 느꼈다.



- 외로웠다니. 연기에 도움이 됐나?
내 감정을 공유할 수 없는 역할이기도 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연기에는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손현주표 악역은 무언가 다른 느낌이다. 조금 착하다고나 할까.
이번 영화에서는 사소한 원인이 큰 문제로 발전됐다. 그 이야기에는 가족과 명예 등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뭐 이정도는 괜찮은 것 아니야' 했던 면이 잘못된 것 같다. 잃어버린 과거를 쫒아가는 모습에서 관객들이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 '청소년 관람 불가'가 아닌 '15세 등급'을 받았다. 기분이 어떤가?
고등학교 2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있다. 등급심사를 받고 나서 가장 먼저 딸에게 전화를 해 이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재방송을 보라고 했다.(웃음) 딸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어 좋다.

- 현재 '더 폰' 촬영 중인 것으로 안다. 스릴러 장르를 고집하고 있는데, 어떤 쾌감이 있나?
'추적자'부터 어느순간 멀리왔다는 생각이 든다. '추적자'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드라마였다. 이후 '숨바꼭질'까지 왔는데 이제는 엄마, 고모, 이모들의 사랑이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스릴러'로 가다보니 정신적으로 지쳐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사진= 영화 '악의 연대기' 손현주 ⓒ 호호호비치]



조재용 기자 jaeyong241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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