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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①] 심수창 "불운의 아이콘? 운명인가 보다"

기사입력 2015.04.27 11:28 / 기사수정 2015.04.27 11:28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조희찬 기자] 지난 23일 경기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심수창(34,롯데)이었다. 승리투수도, 패전투수도 아니었지만 또다시 불발된 그의 승리에 모두가 탄식했다.

그날. 심수창은 잘 던졌다. 앞선 두차례 등판에서도 5이닝 2실점 비자책(10일 한화전), 7이닝 4실점 3자책(16일 NC전) 호투했지만 승리 없이 패전만 한차례 떠안았던 그다. 그런 심수창이 시즌 세번째 등판에 나섰다.

참 잘풀렸다. KIA 타선을 상대로 5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1회말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은 후 거침없이 아웃카운트를 채워 나갔다. 고비가 올 때는 돌아가는 요령도 있었다. 4회 또다시 K-K-K.

그러다 진짜 위기는 6회에 찾아왔다. 연속 안타를 맞아 첫 실점을 했고, 볼넷으로 만든 만루에서 최희섭에게 밀어내기 실점을 허용했다. 공을 쥐고 잠시 망설이던 심수창은 결국 이명우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이명우가 아웃카운트 1개를 채워넣어 더이상 실점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고, 9회초 황재균이 쐐기 솔로포까지 터트리면서 롯데가 크게 앞섰다. 위기는 이것으로 끝인 것 같았지만 이번에도 '행운의 여신'은 심수창의 편이 아니었다.

9회말 김승회와 홍성민이 순식간에 5점을 내줬다. 김승회가 무사 만루에서 브렛 필에게 만루 홈런을 맞는 순간 심수창의 승리가 날아갔다. 이날 승리를 했다면 1335일만의 승리였다. 두번 강조해도 결코 빠르지 않은 1승. 더그아웃에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동료들을 지켜보던 심수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궜다. 미안해 할 동료들의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안타까움에 마음이 요동쳤다.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심수창을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독 운이 없는 것 같다"는 진심어린 위로에 심수창은 "운명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강해졌다.


-23일 광주 KIA전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황)재균이가 9회에 홈런을 쳤을 때까지만 해도 '이겼다!' 싶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봐도 그날 경기는 우리가 이기는 분위기로 흘러갔었다. 그런데 졌다."

-앞선 2경기도 좋은 성적을 남겼었다. 3경기 평균자책점이 2.55다. 승리가 날아간 순간. 지켜주지 못한 팀 동료들에게 섭섭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나.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정말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건 동료들에게 섭섭한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아'라는 탄식이 나왔다. 경기가 끝나고 (김)승회형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시더라. 승회형은 나보다 1년 선배고, 좋아하는 형이다. 그렇게 미안해하는데 인간적으로 어떻게 섭섭한 마음이 들 수 있겠나. 그런 형을 나도 진심으로 위로했다. 사과까지 받고나니 '이제 하늘에서 내려준 운명이라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금 1승이 아쉬운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승리가 없기 때문이다. 리그 역사이기도 한 18연패 후 2승 그리고 또 승리가 없다. 1400일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넥센에 있었던 2011년에 개인 연패는 끊었지만, 그 이후에도 이상하게 잘 안풀렸다."

-예를 들어?

"내 맞대결 상대는 꼭 그 팀의 '에이스'였다. 류현진(당시 한화)이랑만 2번 정도 맞대결을 했고, 류현진을 만나고 나면 윤석민(KIA)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웃음). 경기 내용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실점이 나오고, 패전은 내 몫이었다. 그러다 망가졌다. 어느날인가 3이닝 9실점으로 얻어맞고 나서 선발에서 잘렸다. 나는 패전을 처리하는 투수가 됐다."

-그후로 넥센 2군에서 꽤 오래 있었고, 지난 2013시즌이 끝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로 이적했다.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낙심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완전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때 넥센 2군에서만 약 1년을 보냈다. 그래서 롯데로 오고난 이후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열심히 했다. 그런데 생각같지 않았다. 공 스피드도 안나오고 밸런스도 무너졌다. 작년 두산전에서 홈런 3개를 맞고나자마자 프런트를 찾아갔다."

-프런트를 찾아간 이유는.

"야구를…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가 됐다 싶었다. 구단도 내 의견을 존중해주셨고, 앞으로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일단 은퇴 의사는 밝혔고,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전에 3일만 시간을 달라고 구단에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곧바로 부모님이 계시는 서울로 올라갔다."

-어려운 결심을 했을텐데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아들에게 부모님이 어떤 말을 하셨나.

"솔직히 은퇴 결심을 접은 것은 부모님 때문이다. 서울에 올라갔을때 부모님이 날 붙잡으셨다. 아버지가 날더러 '왜 스스로 포기하려고 하니. 넌 이미 스스로 진거다. 연봉이 얼마든간에 구단에서 잘린 것도 아닌데 왜 벌써 포기하냐'고 정말 따끔하게 혼을 내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우셨다.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모습을 한번만 더 보고싶다고 하시더라. 이렇게 은퇴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구단을 찾아가 은퇴 철회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 본인이 힘들었을 것 같다. 은퇴 결심을 접었지만 여전히 현실은 막막하지 않았나.

"그렇다. 다시 롯데로 돌아오니까 나는 3군 선수였다. 어떤 날은 한강 근처 경기장에서 대학 야구팀과 경기를 하고, 강가에 앉아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었다. 불과 1년전 일이다. 그래도 어머니가 흘린 눈물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공을 던졌다. 3군에서 1~2개월을 버티니 스스로 내 몸 상태가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군에 올라가 뛰고싶다고 강력하게 호소했고, 테스트를 통해 2군에 갈 수 있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심수창의 솔직한 인터뷰는 28일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 부산, 권혁재 기자]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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