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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정주연 "임성한 작가의 칭찬, 아직도 기억하죠"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15 16:04 / 기사수정 2015.04.15 16:04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배우 정주연은 팔색조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

'스물'의 주가 되는 것은 스무살이 된 혈기왕성한 3명의 남자들이었지만 동시에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4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그 중 가장 뜨겁고 차갑게 치호(김우빈 분)를 울렸던 여자는 신인 여배우 은혜(정주연)였다. 끝내 치호와의 이별을 선택하고 자신의 꿈을 쫓는 신인 배우 역할을 위해 정주연은 은혜를 위해서 기꺼이 민낯을 감수하며 열연을 펼쳤다.
 
인터뷰를 위해 최근 서울의 강남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청순했던 은혜는 어느새 화려한 여배우 정주연으로 변신해 있었다. 스크린 속 수수한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그는 며칠째 이어진 인터뷰, 무대인사 강행군과 일교차 심한 날씨로 내내 기침과 허스키한 목소리였지만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주연은 극 중 고등학생 단역을 맡은 신인 여배우를 맡았다. 변변한 매니저도 없어서 치호에게 교통사고 합의금 대신 매니저 시늉을 하는 것으로 대신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당돌한 면도 있다. 청순하지만 청승맞은 이 캐릭터를 위해 정주연은 여배우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화장을 하지 않고 맨 얼굴로 관객 앞에 기꺼이 섰다.
 

"큰 영화에서 중요한 캐릭터를 맡은 것은 처음이에요. 메이크업도 거의 안하고 베이스 정도만 했어요. 데뷔하고 작품을 한 이래로 이렇게까지 화장을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선 건 처음이에요. 모두 스무살이라 풋풋하기 때문에 저역시도 그런 톤을 맞추고 싶었어요. 화장한 모습과 안한 모습의 이미지가 많이 다른 편이죠. 영화를 보고 나니 '너무 안했나?' 싶기도 했어요. 그래도 봐주는 분들이 묘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주연은 이번 영화를 통해 즐거운 현장 분위기에 녹아들면서 '놀 수 있었다'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를 영화에서 놀 수 있게끔 판을 깔아준 것은 이병헌 감독이었다. 앞서 '스물'의 이준호, 김우빈, 이유비까지 모든 배우들은 입을 모아 이병헌 감독과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정주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스물'팀 단톡방에서 감독님 이야기를 나눠요. 감독님 멋있다고 서로 메시지를 남길 때도 있어요. 연기하면서도 감독님을 떠올리면 어떤 식의 톤을 잡아야 할지 도움이 되었어요. 조용조용하시지만 재밌으시죠. 제가 맡은 은혜는 상반된 감정을 가진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치호를 사랑하지만 일 때문에 피곤해하죠. 이병헌 감독님이 화양연화의 장만옥을 떠올려보라고 하셔서 도움이 됐습니다."


 
정주연은 극 중 치호역을 맡은 김우빈과 거의 대다수의 장면을 촬영했다. 두 사람은 대사 한 마디 없는 클럽 장면에서 서로 눈빛을 주고 받으면서 끈적이면서도 임팩트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우빈의 배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저와 김우빈씨가 성격이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낯을 가리고 말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친해지면 내숭없이 지낼 수 있는 스타일이죠. 서로 친해지니 성격적으로 부딪히는 것도 없고 좋았다. 특히 감정신을 할 때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키스 장면을 촬영할 때도 스태프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최소의 인원만 남아서 진행하자고 먼저 이야기 해줬어요. 세세한 매너가 참 좋았어요. 덕분에 편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 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던 정주연은 책을 읽으며 연기를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예고로 진학했다. 그는 예고 입학 이후 실제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자신의 길이 배우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기다림이 많은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도 본인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시간 배우의 길을 준비해온 정주연은 사실 브라운관에서 먼저 눈도장을 찍었다. 임성한 작가가 집필하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박지영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먼저 만났던 것. 그는 임성한 작가가 건넸던 칭찬 한마디를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은 완벽하게 준비를 해야해서 어려웠지만 바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임성한 작가님은 대본 리딩 때 한번 본게 전부에요. 워낙 유명한 작가분이니 언론을 통해 작가님의 독특한 부분이 부각되긴 했지만 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웃음도 많으시고 수줍음도 많으시죠. 그러다 제가 오로라공주에서 어떤 신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준비를 많이하고 연기에 임한 적이 있어요. 그때 방송을 보시고 제 극중 이름이었던 지영이라고 부르시며 '오늘 지영이 잘했어'라고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다 지켜보고 계시는구나' 싶었죠.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면서 힘이 됐습니다.”

 

차근차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대표작을 하나씩 만든 정주연의 다음 목표는 혼자서도 극을 책임질 수 있는 무게와 책임을 지닌 배우가 되는 것이다.
 
“앤 헤서웨이 인터뷰를 보며 많이 공감했어요. 남자 주인공을 보조하는 러브라인 캐릭터가 아니라 홀로 우뚝 설수 있는 역할을 맡아 행복하다는 내용이 담긴 인터뷰였죠. 저 역시도 코믹한 역할도, 액션 연기도 좋아요. 아직 액션하면 떠오르는 여배우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잘 해낼 자신이 있어요. 보조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제가 스스로 극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그런 여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권혁재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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