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신세대들의 새로운 주거 형태인 쉐어하우스의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 SBS '룸메이트'가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종영됐다.
새로운 시즌을 기약했지만, 이마저도 요원한 상황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중요 척도인 시청률에 있어서 처절한 패배를 맛봤기 때문이다.
여기에 '룸메이트'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낮다. 심지어 "재미가 없다"는 반응까지 시청자들은 보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게스트 남발 사태를 부른 시즌 2가 끝나자, 선장인 박상혁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좋은 멤버들을 데려다 놓고 방송을 망친" 무능한 이들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룸메이트'호는 선장의 무능으로 좌초된 것일까? 아니면 그 설계부터 문제가 있던 하자가 있던 배였을까? 둘 다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먼저 '룸메이트'의 제작의도를 보자. "대한민국 1인 가구는 전체가구의 25%, 점점 늘어가는 1인 가구에 맞춰 새로운 주거 형태가 뜨고 있다. 개인과 공동 생활 공간이 존재하는 '하우스'에서 타인과 인생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新트렌드 주거방식의 새로운 개념. 그 속에서 당신이 꿈꾸는 룸메이트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혼자 오래 산 독거남녀, 부모님 곁을 떠난 적 없는 캥거루족 등 다양한 이유로 한 지붕 아래, 룸메이트로 살게 된 사람들과 좌충우돌 사건사고, 함께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다"고 밝혔다.
글로 봐서는 아름답다. 연예인들이 그 동안 다른 방송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관찰카메라'를 통해 보여줄 줄 알았다.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와 출연자 간의 케미가 어우러 진다면 '룸메이트'는 승승장구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즌 1에서는 그 누구도, 시즌 2에서는 카라 멤버 허영지와 god멤버 박준형 만이 캐릭터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면 지나치게 출연진들의 프로의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시즌 1의 경우 제작진의 의도대로 날것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대중들은 특정 멤버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시즌 2가 되자 사전학습효과를 거준 출연진들은 같은 병폐를 거듭하지 않으려 했고 그 결과 가면을 쓴 '룸메이트'가 만들어졌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공통점으로 인해 너무나 빠르게 친해진 출연자들도 문제다. 제작의도인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순식간에 방송에서 사라졌다. '룸메이트' 출연자들이 "정말 친해졌어요"라고 입을 모아서 말하던 것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빼앗은 것이다.
결국 '룸메이트'는 서먹하던 연예인들이 하나의 지붕 밑에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겪는 갈등은 일체 보여주지 못했다. 더 나아가 욕먹을 것을 우려한 연예인들의 이미지 관리가 전제됐기 때문에 가식 가득한 프로그램 만이 만들어졌다.
결국 제작진은 당초 의도와 다르게 '룸메이트'들이 아닌 미션위주, 게스트 위주로 방송을 제작하게 됐다. 장소만 옮긴 '힐링캠프'와 '런닝맨'의 새버전에 시청자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게스트 하우스'라는 비아냥까지 쏟아냈다.
'룸메이트'는 기획으로 봐서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보여줄 것 같았다. 지상파에서 섣불리 하기 힘든 새로운 포맷의 창조였다. 하지만 섭외에 있어서는 전혀 새롭지 못한 구태의연함을 보여줬다. 가면을 쓸만한 프로들만 섭외하면서 기획의도와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가장 손쉬운 성공방법이다. 하지만 '룸메이트'의 경우 닳을대로 닳은 스타들의 기용이 독이 된 케이스다. 그나마 시즌 1에서 나름 주목을 받은 애프터스쿨 나나의 경우 시즌2에서는 대중의 비난이 무서워서일까? 입을 굳게 다물기 시작했다. 새얼굴인 허영지나 갓세븐의 잭슨, 박준형 정도만이 초반 프로그램을 끌고왔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전 농구선수 서장훈이나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타 채널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예인 스럽지 않은 솔직함 때문이다. SBS가 놓친 부분이다.
방송가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포맷이 등장한다. 하지만 새로운 포맷이 성공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남긴다. 제작진이 아무리 좋은 포맷을 만든다 해도 방송사의 성격과 출연진들의 이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룸메이트'의 포맷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